하루 아침에 기량이 좋아지거나 스피드가 오를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그러나 노경은은 작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2달여 만에 구속이 무려 5km나 빨라진 것이다.
노경은이 2개월만에 5km를 끌어 올린 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SSG 캠프서 가장 준비가 잘 된 투수로 꼽히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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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은의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스탯티즈 기준으로 139.7km 였다.
그러나 지난 달 SSG의 입단 테스트 당시에는 평균 145km의 빠른 공을 던졌다. 최고 구속은 147km까지 나왔다. SSG가 연봉 1억 원에 옵션 1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으로 노경은을 영입한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시즌 중 140km를 넘지 못하던 구속이 두달 여 만에 어떻게 5km나 빨라질 수 있었을까. 빨라진 구속이 아니었다면 SSG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노경은은 올 시즌 14경기 3승 5패 평균자책점 7.35를 기록했다. 개막 초반까지 선발투수로 뛰었지만, 후반기부터 불펜으로 밀려났고, 결국 10월에는 1군 등판 없이 FA 2년 계약이 만료됐다.
노경은은 1군에서 뛰지 못하게 된 뒤 변화를 선택했다. 새로운, 아니 원래 투구폼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과거 두산 시절 투구폼이라면 스피드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강영식 롯데 2군 투수 코치의 조언에 따랐다.
노경은은 "요점은 팔을 다시 짧게 들어 올리는데 있다. 기존의 폼은 오른 주먹을 허벅지 아래로 떨어트렸다 끌어 올렸다. 그러나 바뀐 폼에서는 팔을 옆으로 뻗었다가 끌어 올린다. 팔을 올리는 시간을 절약하며 구속이 상승되는 효과를 노렸다. 포크볼을 마음 먹은대로 제구하는데도 새로운 폼이 도움이 됐다. 이전 폼에서는 포크볼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지만 투구폼을 교정한 뒤로는 포크볼의 떨어지는 각도가 커지며 위력이 배가 됐다"고 자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노경은의 구속은 전성기 시절의 구속에 거의 다가갔다. 시즌 후 교육 리그에선 평균 144km와 최고 구속 146km를 기록했고 SSG 입단 테스트를 받은 2주간은 평균 145km와 최고 구속 147km를 찍었다.
두달 여 만에 구속을 5km나 끌어 올린 것은 작은 기적이라 할 수 있었다. 40을 바라보는 투수라는 점에서 쉽게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순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폄훼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노경은이 잠시 구속 상승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꾸준하게 그 구속을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스피드 건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종의 사기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노경은은 자신에게 일어난 기적을 계속해서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다.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공을 던지며 준비한 것이 큰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노경은은 SSG 제주 스프링캠프서 2차례 불펜 피칭을 했다. 100%의 몸 상태로 공을 던질 수 있었다는 것이 노경은의 자평이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관심을 끌었던 스피드는 143km까지 나왔다. 지금은 2월이다. 아직 시즌 개막 까지 2달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다. 날이 풀리면 당연히 구속도 올라가게 돼 있다. 지금 찍은 143km는 개막 즈음엔 140km대 후반까지 올라갈 수 있다. 모든 투수들이 비슷한 단계를 밟는다.
노경은의 구속 향상이 단기적인 착시 현상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노경은은 "롯데에서 더 이상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됨을 알게 된 이후부터 훈련에만 매달려 왔다. 거의 매일 공을 던지며 새로운 폼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가 좋은 스피드로 나타나고 있어 기분이 좋다. 구속이 올라가면 다른 구종들에 대한 가치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포크볼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것도 큰 소득"이라며 "늘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절박하게 노력하고 있다. 스프링캠프에도 몸을 완전하게 만들어 왔다. 다른 선수들처럼 천천히 끌어 올린다는 여유 같은 건 내게 사치다. 당장 시즌에 들어가도 좋을 정도의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팀이 필요로 할 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다행히 준비 과정에서 좋은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좋은 모습과 성적을 전하고 싶다. 팀이 우승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 그리고 절실하게 재계약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원형 SSG 감독도 노경은의 준비 상태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 감독은 "노경은이 정말 준비를 잘 해왔다. 완전한 페이스로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왔다. 적지 않은 나이이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팀이 필요한 곳에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나이에 스피드가 다시 올라왔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대단히 많은 노력을 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캠프에서도 몸 상태가 제일 좋은 편에 속한다. 준비가 정말 잘 된 선수 중 하나다. 시즌까지 이 페이스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2개월 간 보여 준 기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는 노경은이다. 이젠 팀이 꼭 필요로 할 때 힘을 보탤 수 있는 투수임을 증명하는 일만 남았다.
외국인 투수 원.투 펀치를 빼고는 정해진 선발 자원이 없는 SSG다. 문승원과 박종훈이 돌아올 때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 줄 투수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경은이 그 어려운 몫까지 해낼 수 있을까. 스스로 만든 기적을 계속 유지할 수만 있다면 한 번 해볼만한 승부라 할 수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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