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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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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냥으로 불효자 살려주세요”…동학농민군 옥중 편지 문화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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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동학농민군 한달문이 쓴 한글 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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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 냥이면 어진 사람 만나 살 묘책이 있어 급히 사람을 보내니 어머님, 불효한 자식을 급히 살려주시오’

문화재청은 이 같은 내용의 ‘동학농민군 편지(2022)’를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한다고 10일 밝혔다. 이 편지는 전남 화순에서 동학농민군으로 활동하다 나주 감옥에 수감 중이던 한달문(1859~1895)이 고향에 계신 어머니에게 갑오년(1894년) 12월 28일 직접 쓴 옥중 한글 편지 원본이다.

“어머니께 올리나이다”로 시작하는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는 “모자 이별 후로 소식이 서로 막혀 막막하였다. 남북으로 가셨으니 죽은 줄만 알고 소식이 없어 답답하였다”며 안부를 묻는다. 이어 “12월 20일 나주 옥으로 오니 소식이 끊어지고 노자 한 푼 없으니 우선 굶어 죽게 되니 어찌 원통치 아니하리오”라며 돈을 보내면 살 수 있다고 구명을 호소한다.

한달문의 편지에는 ‘고상’(고생), ‘깊피’(급히), ‘직시’(즉시) 등 전라 방언 특성이 담겼다. 또 당시 동학농민군의 처지와 실상을 살필 수 있어 역사적인 가치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에는 양반가 자제인 유광화(1858~1894)가 군자금을 요청하는 내용의 한문편지가 문화재로 등록됐다. 한달문의 편지는 이와 대조적이어서 다양한 계층이 동학농민군으로 활약했음을 알려주는 사료가 된다.

화순군 기록에 따르면, 편지를 받은 집안에서는 돈을 급히 마련하여 한달문을 구해냈다. 그러나 수감 당시 고문 후유증으로 집에 도착한 지 이틀 후인 1895년 4월 1일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한편 문화재청은 이날 역대 대통령 지역 순방시 사용됐던 ‘협궤 디젤동차 163호’, ‘협궤 객차 18011호’, ‘대통령 전용 디젤전기동차’, ‘터우5형 증기기관차 700호’ 등 철도차량 4건을 등록 예고한다고 밝혔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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