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혼성계주 준결승전에서 발생한 판정 논란이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북미 쇼트트랙 분석 전문가 토니정이 당시 상황을 정리해 SNS에 올렸다(작은 사진 2장). 큰 사진은 혼성계주에서 우승한 뒤 환호하는 중국의 우다징. 토니정 페이스북·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 혼성 쇼트트랙 대표팀이 지난 5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준결승전에서 3위로 들어오고도 앞서 골인한 미국, 러시아가 탈락하면서 결승에 올랐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러시아(ROC) 선수는 교대하려는 중국 선수 두 명 사이에 있엇다. 러시아 선수는 앞선 중국 선수 몸을 건드렸다. 그 중국 선수는 앞으로 치고 나갔다. 뒤쪽 중국 선수는 동료와 터치하지 못했다. 국제빙상연맹(ISU) 심판진은 러시아 실격으로 판정했다. 러시아가 중국 선수 교대를 방해했다(extra team skater causing obstruction)는 게 이유였다.
중국 선수 두 명 사이에는 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앞선 선수는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기 힘들다. 몸이 터치됐기에 훈련한 대로 자동반사적으로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북미 쇼트트랙 분석 전문가 토니정은 당시 상황을 여러 의견을 수렴해 정리한 뒤 페이스북에 올렸다. 토니정 분석에 대해 ISU 쇼트트랙 기술위원인 나탈리 램버트는 비공개 SNS를 통해 ‘올바른 분석’이라는 취지로 글을 남겼다. 램버트는 올림픽에서 금 1개, 은 2개를 따냈고 세계선수권에서 금 16개, 은 2개, 동 2개를 획득한 뒤 은퇴한 캐나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출신이다. 그는 2010년부터 ISU 쇼트트랙 기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은 2위로 들어왔지만 실격됐다. 선수 교대 과정에서 중국 선수 교대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트랙 안쪽을 돈 피빌로토(미국)가 블루 라인을 일찍 넘어서면서 중국 선수 간 교대를 방해했다(blocking by infield skater)는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현장 취재하는 USA투데이 톰 사드는 트위터에 “미국 선수들이 이해하는 것처럼 피빌로토가 블루 라인을 일찍 넘어서면서 중국 선수들이 교대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미국은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그렇다면 최종 판정까지 왜 10분이나 필요했을까. 터치와 관련한 ISU 규정을 보면 이유를 가늠할 수 있다.
“터치가 이뤄져야 레이스가 이어진다”(Relaying will be by touch)는 정도로 설명한다. 릴레이 위반 사항 조항에는 터치 없는 릴레이(RELAYING NON TOUCH)가 규정 위반으로 들어가 있지만 어떻게 처리한다는 규정은 없다. 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 너무 다양해 개별 상황을 보고 최종 판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같은 노 터치 상황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화제를 축구로 돌려보자. 한국축구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스위스에 0-2로 패해 16강 진출이 무산됐다. 스위스 공격수 프라이가 후반 추가골을 넣었고 심판은 온사이드 골로 인정했다. 당시 한국 중계진과 다수 축구 전문가, 심지어 선수들조차 오프사이드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언론도 대부분 그렇게 보도했다. 그런데 그건 최소한 득점 장면에서는 온사이드 골이었다.
스포츠 생명은 규칙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규칙보다 앞서는 건 없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뉴스레터]교양 레터 ‘인스피아’로 영감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