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개회식은 中 고유 문화·전통 강조…이번엔 '인류 보편 가치' 부각
2008년 '인해전술'로 웅장한 연출…이번엔 과학기술 자랑
[올림픽] '함께 하는 미래' |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2번째 베이징올림픽'의 개회식은 14년 전 개회식과 여러 면에서 선명한 대조를 이뤘다.
4일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의 총연출은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 영화계 거장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이었고, 무대도 '냐오차오(鳥巢·새 둥지)'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국가체육장'으로 같았지만 방점은 달랐다.
우선 2008년 8월 8일의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회식이 공연 인원 1만5천명을 동원한 '규모'와 '웅장함'으로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3천여명이 나선 이번 개회식은 과학기술로 승부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회식 |
1만1천600㎡에 달하는 무대가 초고화질의 HD LED 스크린으로 설치돼 눈과 얼음을 표현한 대목, 공연에 나선 어린이들이 움직일 때마다 바닥의 스크린에 움직임이 표시되도록 한 인공지능 라이브 모션 캡처 기술 등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리고 첫 번째 베이징올림픽 개회식이 지극히 '중국적'이었다면 이번 개회식은 중국 고유의 요소를 14년 전에 비해 줄였다.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장이머우 감독은 대규모 공연자들을 동원해 중국의 발명품인 종이와 제지술, 한자, 나침반, 만리장성, 경극(京劇·중국식 오페라), 실크로드 등을 연출해 보였다. 중국이 세계문명의 발전에 기여한 것들과 독창적인 문화를 하나하나 자랑한 것이다.
[올림픽] 다양한 민족들이 함께 |
반면 이번 개회식에서는 '중국적 요소'가 짙었다고 할만한 것은 식전 공연에서 중국의 국민 레저로 통하는 '광장무(廣場舞)'를 선보인 대목과 중국 국기 게양 때 각 소수민족 복식으로 차려입은 사람들이 국기를 전달하는 장면 정도가 뇌리에 남았다. 14년 전에 중국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압도적 인력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번에는 첨단 과학기술로 중국의 '현재'를 보여주는 데 역점을 둔 것으로 보였다.
2008년 개회식에서 최종 주자가 와이어를 단 채 경기장 지붕 위를 날아다니며 10만 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대형 성화대 없이 최종 주자의 성화봉 자체를 성화대로 활용하는 소박한 연출을 했다.
올림픽 사상 가장 소박한 성화대 |
이런 변화는 우선 코로나19 팬데믹과 북방의 추위라는 물리적 요인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어 보인다. 코로나 확산 속에 중국 정부는 일찌감치 대회를 간소하고 안전하게 치르는 것이 최우선임을 강조해왔다.
장이머우 감독도 개회식 전 언론 인터뷰에서 "더 이상 인해전술은 없다"며 개회식에서 과학기술 요소가 인력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임을 시사했었다.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숨기며 실력을 기른다는 의미)의 외교기조가 유지되면서 중국과 미국 등 서방의 관계가 비교적 원만했던 2008년 개회식은 중국의 존재감을 세계에 알리고, 자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중국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아낌없이 과시했고, 압도적 스케일의 개회식에 대한 국제사회 반응은 '위화감' 보다는 '성의'를 평가하는 쪽이 우세했다.
그러나 중국 국력이 비약적으로 커진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개회식 연출에서는 '절제'가 느껴졌다.
[올림픽] 인류를 향한 헌사 |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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