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 조절 공들였던 동계 종목 스타들, 바이러스 앞에선 속수무책
여자 스키점프 금 노렸던 크라머르 등 코로나 확진 판정에 고개 떨궈
중국 의료진이 3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믹스 더블 경기가 열린 국립 아쿠아틱센터에 방역복을 착용한 채 대기하고 있다. 베이징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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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속에서 열리는 두번째 올림픽은 시작 전부터 ‘이변’의 연속이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출전을 포기하는 선수들이 속출하는 데다 바이러스가 빚어낸 소동도 많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스키점프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마리타 크라머르(21·오스트리아)는 개막 직전 올림픽 출전의 꿈을 접었다.
지난달 30일 독일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며칠 뒤 검사에서도 양성이 나왔다. 이번 시즌 11개의 월드컵 대회에서 6번 우승하며 올림픽을 향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하지만 바이러스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그의 자리는 동료 선수가 대신하게 됐다. 크라머르는 2일 SNS에 “지난 몇년간 올림픽을 준비해왔다.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들였다”며 “지금은 내 꿈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 같다”고 썼다.
이미 많은 선수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거나, 출전하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켈레톤에서 은메달을 딴 니키타 트레구보프(27·러시아)도 불운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최근 한 달 안에 확진된 사람이 중국에 입국하려면 출국 전 5일 동안 4차례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한다.
트레구보프는 자신이 출전하려던 경기 전까지 이 같은 절차를 따르기 어려워지면서 기권했다. 지난달 23일부터 2일까지 베이징 현지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올림픽 관계자만 해도 283명에 달한다.
개회식에서 성조기를 들고 입장할 미국 선수단 기수는 개막 이틀 전 교체됐다. 미국의 개회식 여자 기수였던 봅슬레이 스타 엘라나 마이어스(38)가 베이징에 도착한 지 이틀 만에 확진 판정을 받아서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브리트니 보가 새 기수로 나서게 됐다.
올림픽 4연패를 노리는 마이어스에겐 다행히 희망이 있다. 봅슬레이 여자 2인승 경기는 대회 후반부인 18일 열리기 때문에 제때 회복한다면 출전이 가능하다.
불안정한 격리생활에 ‘눈물의 동영상’을 올린 선수도 있다. 지난달 30일 베이징 도착 후 양성 판정을 받은 스켈레톤 선수 킴 메일레만스(26·벨기에)다. 확진 후 사흘간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그는 격리 호텔을 떠날 때만 해도 옌칭 선수촌에 들어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앰뷸런스는 선수촌이 아니라 또 다른 격리 호텔로 향했다. 메일레만스는 2일 “앞으로 선수촌 입성이 허용될지도 확신할 수 없다”며 눈물을 흘리는 영상을 SNS에 올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 동영상이 확산하자 하루 만에 선수촌 1인실을 배정했다. 이전까지 선수촌에 남은 1인실이 없었기 때문에 임시로 호텔을 배정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선수촌에서도 한동안 고립된 생활을 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메일레만스는 “적어도 난 선수촌 안에 있다”며 “훨씬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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