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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루지 임남규의 '끝의 시작'…"후회 없이 달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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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루지 '대들보'…베이징 대회 뒤 은퇴 계획

"김경록·권오민 등 후배들 일취월장…든든합니다"

연합뉴스

남자 루지 임남규
[베이징=연합뉴스]



(베이징=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한국 남자 루지 싱글 임남규(33·경기도루지연맹)는 훈련 주행 내용이 마음에 안 드는 듯했다.

임남규는 2일 베이징 옌칭의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진행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훈련 주행 2차 시기에서 막판 벽과 몇 차례 크게 충돌해 정상적으로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360도 대회전 구간을 지나 급격하게 왼쪽으로 휘는 '13번 커브' 공략에 실패한 탓이었다.

임남규는 "작년 10월 테스트 이벤트 때와 얼음 형태가 달라졌다. 빨리 적응해야 한다"면서도 "결국 모든 선수에게 조건은 똑같다. 느낌을 누가 먼저 찾느냐가 중요하다"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임남규는 한 달 전 독일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훈련 중 썰매가 뒤집혀 정강이뼈가 보일 만큼 살이 깊게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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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보며 훈련 주행 복기하는 임남규
[베이징=연합뉴스]


귀국 3일 만에 다시 유럽으로 가 월드컵 잔여 경기에 출전하는 투혼 끝에 올림픽행 티켓을 거머쥐었으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지난 1일 설을 맞아 부모님에게 전화했더니 "그저 더 다치지만 말고 오라"고 했단다.

하지만, 임남규 마음이 무거운 것은 옌칭 트랙 적응이 더뎌서도, 컨디션이 안 좋아서도 아니다.

올림픽 트랙에서의 마지막 슬라이딩이 끝나가기 때문이다.

임남규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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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주행 복기하는 임남규
[베이징=연합뉴스]


이번 대회 남자 싱글 연습 주행과 4차례 경기 주행, 그리고 팀 릴레이(혼성단체전) 경기를 치르고 나면 그에게 더는 올림픽 트랙을 달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임남규에게는 남은 슬라이딩 하나하나가 너무도 소중하다.

임남규는 "트랙을 달릴 때마다 무섭지만, 동시에 스릴이 느껴진다"면서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루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종목"이라고 말했다.

사실 임남규는 2018년 평창 대회 뒤 은퇴한 바 있다. 2019년부터 루지 대표팀 지도자로 활동했다.

그런데 그 말고는 베이징 올림픽에 나설 선수가 없으니 현역으로 복귀해 달라는 대한루지경기연맹의 설득에 스피드의 공포, 그리고 쾌감과 다시 마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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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남규의 훈련 주행
[AFP=연합뉴스]


평창 대회에서 30위를 한 임남규의 이번 대회 목표는 20위 안에 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목표다.

루지는 썰매 3종목 중 가장 투자 대비 효과가 더디게 나는 종목이다.

선수 저변, 썰매를 제작, 날 세팅 기술 등에서 독일, 오스트리아 등 강팀과 다른 유럽 나라들, 그리고 한국과 같은 약팀들 사이의 격차가 매우 크다.

한국 봅슬레이, 스켈레톤보다 루지의 국제대회 성적이 저조한 것도 이런 현실 탓이 크다.

다행히 한국 루지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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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남규의 훈련 주행
[로이터=연합뉴스]


대학생 때 루지에 입문한 임남규와 달리 중고교생 때부터 기초를 착실히 갈고닦은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잘하는 후배 선수를 언급해 달라고 하자 임남규는 그제야 밝게 웃었다.

임남규는 "김경록, 권오민(이상 19세)과 같은 대표팀 후배들은 물론 상비군 후배들도 기량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면서 "이제 다음 올림픽은 이 친구들이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어 "두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은 것만으로도 기적처럼 느껴진다"면서 "후회 없이 대회를 치르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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