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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베이징(중국), 이성필 기자] 중국 베이징은 사상 최초로 동,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는 도시가 됐습니다. 중국의 힘을 보여주고 싶은 상황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은 적잖이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코로나19 발원지라는 지적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 애쓰고 있지만, 서방 세계의 외교적 보이콧 등 어려움에 직면한 것도 사실이고요.
새삼 2008년 하계 올림픽이 떠올랐습니다. 개혁, 개방의 가속화 시대에 열렸던 하계 올림픽, 중국은 대기 질 정화를 위해 육상 경기 시작 전날 인공 강우를 뿌리는 등 심혈을 기울였죠. 개최에 따른 천문학적인 비용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당시 대회를 취재했던 기자는 14년 뒤 같은 장소에서 동계 올림픽을 취재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앞서 '베이징타임'에서 전했지만, 국내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부단한 노력과 1월 한 달에만 11차례나 되는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통해 음성을 확인하고 베이징으로 향했지만, 서우두 국제공항 검사에서 양성 후 재검사와 재재검사 음성으로 지옥의 하루를 보냈고요.
14년 전 베이징 하계올림픽과 비교해보니
그래도 우리 선수들의 활약을 본다는 것은 각국이 폐쇄적이라 어디로든 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감사한 일입니다. 모든 중국 입국자는 예외 없이 3주 격리한다는 원칙에서 '올림픽 관계자'라는 혜택을 얻어 바로 일을 하게 됐구요.
자연스럽게 14년 전의 베이징과 비교하게 됐습니다. 당시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사회주의 특유의 뻣뻣함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어디에든 돈을 아낌없이 쏟아부었습니다. 무허가 주택 단지를 지나면 높은 벽이 설치돼 있었죠. 그 벽에는 '개혁(改革)', '민족(民族)', '광명(光明)' 등 당시 중국이 지향하던 방향의 단어가 새겨져 있었죠.
지방 소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아 베이징 도심으로 이주해온 '농민공(民工)'들을 모두 외곽으로 내보냈습니다. 아예 올림픽 기간에는 베이징으로 돌아오지 말라는 엄포까지 놓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빈민가를 취재하다 공안에 끌려갔던 아찔한 기억도 생생합니다.
터미널 디자인이 용이 비상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는 서우두 국제공항도 그랬습니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붉은색과 금색이 절묘하게 섞여 비상하는 모습이었죠. '무조건 거대하게, 많이'를 추구하며 '잘 사는 중국'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올림픽 관련 차량이 지나가는 '올림픽 레인'은 주요 간선도로 1차선으로 정하고 24시간 운영했습니다. 일반 차량들이 전용차선에 들어가면 경찰인 공안이 바로 나타나 막으며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던 모습도 기억납니다.
대중교통 수단도 그랬습니다. 장애인들까지 쉽게 이용 가능한 저상버스, 굴절버스 등이 달렸죠. 전차선에 의존해 가는 버스들이 달리던 모습도 기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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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인 투자와 동원에서 실용과 기술 발전 앞세워
무엇인가 달라졌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모습은 올림픽에 그대로 투영됐습니다. 1만8천여 명이 동원된 화려한 개막식은 인상적이었죠. 새 둥지를 닮았다는 올림픽주경기장 '냐오차오(鳥巢)'의 거대함도 압도적이었습니다. 물론 올림픽 이후 활용법을 찾으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던 것도 기억납니다.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 베이징 궈안의 홈구장 가능성도 있었지만, 국가적 상징물을 함부로 활용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었다죠.
시간과 세월이 흐르면서 중국 역시 고도 경제성장을 이루고 당시 올림픽을 유, 청소년으로 경험한 냐오차오 세대가 20대 초, 중반이 되면서 많은 것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거리는 완벽하게 정비됐고 주차장이 없는 아파트는 도로를 확장해 가장자리에 주차구역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새로운 노선을 뚫는 지하철 공사도 진행되고 있는데 대회 기간에는 전면 중단했다고 합니다.
기자 역시 베이징 외에도 광저우, 상하이, 항저우 등 다른 도시들의 출장 경험이 있는 편이라 중국의 변화상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베이징은 유독 14년 전의 모습과는 180도 다르게 정비된 모습입니다. 올림픽 레인도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만 운영해 일반인들을 배려한 모습이었습니다.
폐쇄 루프를 따르느라 접근에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요란 법석하게 잔치를 벌이지 않고 담담하게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물론 특유의 집단, 전체주의도 보이지만요.
시설 역시 2008년의 유산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냐오차오 옆 수영장은 컬링장으로 활용되는 등 비용 절감으로도 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습니다. 각국 취재진이 모이는 메인미디어센터(MMC)도 기존 전시컨벤션센터를 확장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돈 먹는 하마라는 올림픽을 중국도 모르지 않는 모양입니다.
제반 인프라는 현대와 미래가 집약된 모습입니다. 서우두 공항 터미널 한 동 전체를 폐쇄 루프로 운영하는 것은 인천국제공항을 겨냥해 건축했다는 다싱국제공항이 개항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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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관 투철한 냐오차오 세대들 앞세운 중화사상 강화?
거리 위에 전차선은 모두 제거됐습니다. 전차선을 활용한 것이 아닌 충전식 저상버스, 2층 버스가 친환경을 앞세워 지배 중이고 방역 택시 역시 전자 화폐 지급 중심으로 바뀌었구요. MMC 출입 과정에서 신분 인식은 접촉식에서 비접촉으로 역시 업그레이드됐습니다. 로봇이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주는, 미래의 집약이구요.
20대 후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자원봉사자 류소지우 씨는 "10대 중반에 베이징 하계올림픽을 경험했다. 당시의 기억 때문에 이번에 자원봉사자를 지원했다. 나라를 위해 내 재능을 보여준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좋은 일이지 않나"라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시진핑 주석 장기 집권기에 철저한 국가관을 심어놓은 세대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회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 성공 예감을 꿈꾸는 것 같습니다. 잘 치르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더 힘차게 잔치를 벌일테니까요. 거리 벽면의 문구도 '부국(富國)', '영화(榮華), '속도(速度)' 등 시진핑 주석 체제에서 중국이 가야할 방향이나 자세가 붙었으니 말입니다.
중화사상(中華思想)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특유의 세계관이 이번 올림픽에서 얼마나 강하게 묻어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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