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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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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준비 끝낸 베이징… 도쿄와 다른 완벽 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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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등 일반인 접촉 가능했던 도쿄올림픽과 달리
공항-호텔-경기장까지 외부 출입 완전 통제
로봇 내세워 현지 자원봉사자 등 접촉도 최소화
"30~50% 유관중 경기"… 방역 성공 가를 변수로
한국일보

3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 폐쇄루프 내 지상 계류장에 임시로 마련된 수하물 찾는 곳에서 대한민국 선수단 본진과 미디어 관계자들이 수하물을 찾은 뒤 방호복을 입은 공항 방역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선수촌과 미디어 숙소로 향하는 셔틀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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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한가운데에서 도쿄 하계올림픽에 이어 열리는 두 번째 메가 이벤트다. 때가 때이니 만큼 이번 역시 축제 분위기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올림픽 준비에 임하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도쿄올림픽은 어수선했다. 개막 직전까지 연기가 논의됐고, 자국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컸다. 방역 관리도 허술했다. 올림픽 관계자와 일반인들의 접촉을 막는 '버블 방역'을 공언했지만, 곳곳이 구멍이었다. 당시 본보가 머물렀던 신주쿠 주변 상인들은 기자를 상대로 입국 첫 날부터 호객 행위를 했다. 도쿄 시내로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도 졸음이 많은 자원봉사자 한둘이 전부였다. 올림픽 방역은 사실상 개개인의 양심에 맡겨졌다.

이와 달리 2일 베이징은 완전히 봉쇄된 모습이었다. 이른바 '폐쇄루프'가 지금까진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7월 청두 유니버시아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메가 이벤트가 이어지는 만큼 칼을 갈고 준비한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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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 베이징 시내의 한 미디어 호텔 주변이 2미터 높이의 펜스로 막혀 있다. 베이징=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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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는 이번 올림픽의 관문인 서우두 국제공항부터 시작됐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공항 게이트를 통해 활주로에서 버스로 이동하기 때문에 일반인과 마주칠 수 없다. 버스도 운전석과 승객석 사이에는 칸막이가 있다. 미디어 호텔은 2m가 넘는 펜스가 사방으로 둘러져 있고, 안팎으로 공안 십여 명이 경비를 서고 있다. 철문은 올림픽 버스나 허가된 택시가 오갈 때에만 열린다.

15분 동안 편의점 이용이 가능했던 도쿄올림픽과 달리 베이징은 외부 출입이 완전히 통제된다. 배달 음식을 시켜먹을 수도 없다. 일반인들을 마주칠 수 있는 것은 오직 창밖을 통해서다. 메인프레스센터(MPC)와 베이징 국립경기장 등 걸어서 10여분 거리여도 이동은 차로만 가능하다. 일본은 자국 기준으로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는 입국 14일 이후부터 자유가 주어졌다면 중국의 폐쇄루프는 출국 때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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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베이징 시내 메인미디어센터(MMC)에 마련된 구내식당 천장에 로봇이 음식을 서빙하는 통로가 설치돼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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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자원봉사자들과 올림픽 관계자들과의 접촉마저 '로봇'으로 줄이려고 한 노력도 눈에 띈다. 각국 취재진이 모인 MPC 식당에는 햄버거, 덮밥, 칵테일을 제조하는 로봇이 있다. 음식 서빙도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통해 이뤄진다. 미디어 호텔의 복도를 수시로 방역하는 것도 로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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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미디어 호텔에 있는 방역 로봇(왼쪽)과 룸서비스 로봇. 베이징=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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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룸서비스 이용을 권장하는데 룸서비스도 사람이 아닌 로봇이 가져다 준다. 로봇의 배쪽 문에서 음식을 받고 영수증에 서명을 해서 넣어두면 결제가 완료된다. 엘리베이터와 연동돼 있는 로봇이 각층 객실을 누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이 성공한 방역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의 감염력은 도쿄올림픽 때보다도 더욱 강력해졌다. 바이러스가 퍼지기 쉬운 겨울이라는 점도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이 올림픽에 관중을 받기로 결정한 것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크리스토퍼 두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수석국장은 1일 "아직 정확히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경기장 수용 규모의 3분의 1이나 절반에 해당하는 인원이 입장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관중의 입장 허용도 검토 중이다. 두비 국장은 "중국 내 외국인 집단 거주 지역이나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올림픽 관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현지인들이 경기장에 들어선다면 방역 관리는 더 어려워진다. 완벽한 폐쇄루프를 구축했다는 자신감이 자칫 방역에 실패한 올림픽이라는 오명으로 이어질지 모를 일이다.


베이징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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