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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파국이라는 달갑지 않은 시선과 마주한 중국은 올림픽을 앞두고 완벽한 방역을 보여주겠다고 다짐이라도 한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올림픽이라는 전지구적인 행사에 금이라도 간다면 모두가 비웃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신분으로 올림픽과 마주한 기자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취재했던 2008년 하계올림픽 당시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와 정책에 당황의 연속이었습니다.
무한 자료를 요구한 올림픽 조직위원회
우선 올림픽 조직위는 중국 정부 지침에 따라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관계자에게 적용하는 지침서인 '플레이북'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중순 '감염 경로 모름'과 함께 부스터샷 접종 후 닷새 뒤 확진 판정을 받고 열흘의 생활치료센터 격리 기간을 거쳐 완치 판정을 받았던 기자 기준에는 그야말로 '준비 전의 준비'가 우선이었습니다.
조직위는 확진자의 경우 격리 해제 마지막이 언제인지를 물었습니다. 베이징 출발 30일 이전 완치라면 우리 보건소에서 발급하는 격리해제 확인서를 요구했죠. 30일 이내 완치라면 유전자 증폭검사(PCR)에서 이틀 연속 음성 판정(Negative)을 받았는지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날짜가 경계선에 걸친 기자는 두 가지 모두를 보냈습니다. 보건소가 국내 검사 기관에 의뢰해 음성 판정받았던 자료 날 것을 그대로 제출했고 사흘여가 지난 뒤 '베이징에 올 수 있다'는 도장이 찍힌 서류를 받았습니다. 이미 올림픽 취재 AD카드가 나와 있는 상태에서 말이죠.
어쨌든 허락(?)을 받은 뒤 다른 관계자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입국 시 필요한 절차를 거쳤습니다. 올림픽 관계자만 중국 입국 시 혈청으로 확인하는 IgM 항체 검사를 면제받았지만, 혹시나 몰라 이 역시 받았죠.
1월에만 중국 입국에 필요한 것을 포함해 총 11회 PCR을 받은 겁니다. 주한중국대사관이 지정한 병원에서만 검사를 받을 수 있기에 신뢰도가 높다는 강북삼성병원과 2020년 코로나19 첫 유행 당시 워크 스루 최초 도입으로 화제가 됐던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두 곳에서 PCR를 실시했습니다.
자료를 안고 베이징서우두국제공항에 도착해 PCR을 또 해도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주변에서 '슈퍼항체자'라며 코로나19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얼마든지 재양성이 될 수 있기에 최대한 조심했습니다. 코 안으로 들어오는 검체 채취 도구는 정말 깊이 찔렀습니다. 동료 기자가 "코 막힌 것 다 뚫리겠다"라며 놀랄 정도였죠.
터미널 1동을 통째로 올림픽 관계자 전용으로 활용하는 중국의 규모에 놀라며 숙소로 이동한 뒤 쉬는 동안 두 통의 이메일이 날아왔습니다. 추이징시(崔景)라는 이름의 보건 관계자(우리로 치면 역학관리관 격)가 한국어로 보낸 '귀하의 핵산 검사는 양성입니다'라는 겁니다. 재검사를 할 테니 숙소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안내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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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했지만, 국내 기준에서 음성이었기에 이를 믿고 담당자에게 문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도대체 왜 양성일까. 몇 번의 이메일 교신 끝에 의문이 풀렸습니다. 코로나를 판정하는 핵산값(CT)이라는 것에서 우리 음성 기준과 다른 기준으로 전파력은 없는 양성이라는 겁니다. 보통 핵산값에서 20 이하는 양성과 전파력 위험, 33 이상이면 음성에 전파력 낮은 것으로 본다고 합니다. 기자의 경우 중국이 정한 35에 근사치였고요.
저 숫자 앞에서 모든 것은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검사를 하러 온 요원은 "검사 결과를 전화로 알려주겠다"라고 한 뒤 타액을 채취해갔지만, 밤늦도록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플레이북 지침으로는 오전 6~12시 검사는 저녁 8시, 12시~23시에 실시한 검사는 익일 오전 6시 전달이었기 때문이죠.
물론 공항에서의 검사가 단 4시간 만에 전달이 됐더라는 점을 고려하면 언제라도 전화나 메일이 올 수 있어 기다렸지만, 새벽 늦게도 오지 않았습니다. 플레이북에 따르면 '담당 보건 연락관으로부터 따로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음성을 의미한다'라고 해 속을 태우는 시간이 길어진 것은 물론 풀었던 짐도 다시 싸놓고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기다렸던 소식은 1일 오전 7시께 메일로 왔습니다. 추이징시가 보낸 '당신에게 재검사가 음성이라는 좋은 소식을 알린다'는 겁니다. 이 답신 하나에 마음을 한시름 놓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베이징으로 오는 전세기에는 선수단 본진과 대한체육회 관계자, 취재진 일부가 함께 탑승했기 때문이죠. 일단 항공기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타사 기자를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상황을 전달한 뒤 재검사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재검사 음성 소식을 모두에게 알렸고 비교 대상이 된 재재검사도 1일 오후에 음성으로 전달 받았습니다. 반나절 사이에 CT값이 높아졌다니 그 자체가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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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이번 상황을 겪으면서 중국이 코로나19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저와 만났거나 추이징시씨처럼 유, 무선상 접한 관계자들 모두 공통으로 "당국이 정한 대로 따른다. 올림픽 성공을 위해서"라고 하더군요. 그럴 거면 'CT값 얼마 기준 이하는 방중하지 말라'라고 했으면 됐지만, 그런 내용은 플레이북에 없었습니다. 국내에서 음성이면 허용이라는 원칙 외에는 말이죠. 그 절차들을 다 따르고 왔는데 황당과 당황의 연속이었습니다.
베이징 도착 전 조직위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CT값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선수나 관계자들의 심리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 대해 "절대 그럴 수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알고 있고 국제 기준에 따른 검사"를 한다며 강한 긍정을 드러냈습니다.
중국이 하는 일은 의심부터 받는 상태에서 어쨌든 객관성이 보장된다고 하니까 믿어야 하는가에 대한 물에는 각자가 답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시나스포츠'는 '폐쇄 루프로 불리는 중국의 강력한 봉쇄에 굳건한 믿음을 드러내며 '외국인들은 이제부터 중국 방역의 엄격함을 느낄 것이다'라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취재진을 비롯해 모든 올림픽 참가자는 대회 폐막까지 숙소에서 오전에 PCR 검사를 의무적으로 하고 떠나야 합니다. 이 전쟁에서 이기면서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제대로 알리겠습니다. 물론 모두가 계속될 PCR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 건강하면서 말이죠.
어쨌든, 모두에게 감사하면서 스포티비뉴스 기사를 읽는 독자분들에게 올림픽 소식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음을 이렇게 긴 글로 알립니다. 새해와 더불어 대표팀의 베이징 선전을 위해 제가 액땜한 것으로 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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