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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걸리면 끝이다…‘살얼음판’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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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오미크론 확산에 불안 커진 선수들
입국 후엔 매일 코로나 검사 이뤄져
4년 노력 물거품 될라 극한의 공포
선수촌, 두 달째 ‘수도승 같은 생활’



경향신문

“헛둘, 헛둘” 더 빠르게… 박성현(왼쪽)이 27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22 전국남녀 종별종합 스피드스케이팅 남자대학부 500m에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박성현은 지난 25일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 결원이 발생해 극적으로 올림픽 티켓을 얻었다. 박성현은 36초43의 기록으로 3위에 올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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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 본진이 오는 31일 전세기편으로 출국한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전 세계 모든 선수단의 최우선 명제는 ‘코로나19로부터의 안전’이다. 지금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지난 4년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변한다. 2020 도쿄 올림픽과 달리 전염성이 훨씬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맹렬히 퍼지면서 축제여야 할 동계올림픽 분위기는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한국 대표선수들은 외부인과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한 채 2개월 가까이 경기와 훈련에 매진해 왔다. 숙소와 경기장만 오가는 절제된 생활에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는 “수도승과 같은 생활”이라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누구도 알 수 없는 경로나 우연한 접촉, 작은 방심 등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세계 어디에서도 마찬가지다. AP통신은 27일 “노르웨이 크로스컨트리 대표 2명이 이탈리아 전훈 중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전했다. 최근 러시아, 독일, 미국, 스위스 대표팀도 잇따라 확진자 발생을 알렸다. 최근 확진 경력자는 중국 입국 시 완치 이후 최소 5차례 음성 판정 결과를 내야 해 올림픽 일정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선수들은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보다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두렵다. 자신으로 인해 동료와 선수단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감도 매우 크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5일 “매일 전해지는 선수 확진 소식에 무섭기만 하다”는 폴란드 루지 대표 에밀리 스위니와 “하루 하루 러시안 룰렛을 하는 기분”이라는 미국 여자 스피드 대표 브리태니 보위의 말로 현재 상황을 묘사했다.

올림픽 참가자들은 중국으로 출국하기 96시간, 72시간 전에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 음성확인서를 베이징 공항에서 제출해야 한다. 우리 선수단은 지난 25일 결단식에 참가했던 외부인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바람에 즉시 전원이 검사를 받고 음성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27일 또 검사를 받았고, 28일 2차 검사를 남겨두고 있다.

선수들은 모든 감염 위험을 피하기 위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해 왔다. 진천에서 훈련해온 쇼트트랙 선수들은 다음달 5일 일정 시작에 대비해 오는 30일 새벽 인천공항으로 이동해 출국한다. 본진보다 하루 일찍 나간다. 태릉 빙상장에서 훈련한 스피드 대표팀은 경기장과 숙소를 오가는 코호트 격리 개념의 환경을 지켜왔다. 외출, 외박, 가족면회 금지는 기본이다. 4대륙대회에 출전하고 돌아온 피겨 선수들은 격리 후 경기 일정에 맞춰 출국한다.

평창에서 땀 흘려온 스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스키협회 관계자는 “올림픽 전까지는 가족이든 누구든 절대로 만날 수 없는 희생을 감수하고 선수들이 대비해 왔다”며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은 28일 먼저 베이징에 들어가고, 스노보드 등 다른 선수들은 각각 일정에 맞춰 출국한다”고 밝혔다.

현지 도착 직후에도 인두도말 방식(목젖 부분에서 검체 채취)의 검사를 받고 이후 매일 검사를 반복해야 한다. 만약 양성이 나오면 한 차례 더 검사한 후 격리 여부가 결정되고, 완전히 격리 해제 판정을 받지 못하면 훈련이나 경기에 참여할 수 없다. 시내를 돌아다니며 현지 음식을 맛보는 등 망중한의 낭만도 없다. ‘내가 혹시’라는 불안감과 트라우마를 안고 최상의 경기력을 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선수단을 인솔해 31일 출국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방역에 철저히 유의하면서 올림픽을 잘 치르고 선수들과 웃으며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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