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 기조엔 공감… 현실성 여부는 '글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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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9일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민심을 잡기 위한 여야 후보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부동산 공약을 통해 제시된 5년간 주택공급 목표치가 300만호를 넘는 수준까지 늘어났다.
여야 후보 모두 문재인 정부가 수요 억제에만 집중하고 공급을 등한시해 집값 잡기에 실패했다고 비판하면서 자신들은 임기 중 압도적인 주택 공급을 통해 집값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후보들의 공급 확대 기조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대규모 공급 공약이 실현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 사진)는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임기 내 주택공급 목표치를 기존 250만호에서 311만호로 61만호 올려 잡았다.
현 정부가 공급하겠다고 이미 발표한 206만호에 더해 105만호를 추가로 공급해 전국에 총 311만호의 주택을 새로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추가 105만호는 지역별로 서울 48만호, 경기·인천 28만호, 비수도권 29만호 등이다.
신규 공공택지로는 김포공항 주변 공공택지(8만호)와 용산공원 일부 및 인근 부지(10만호), 태릉·홍릉·창동 등 국·공유지(2만호), 지하철 1호선 지하화(8만호) 등이 거론됐다.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규제 완화(10만호)와 노후 영구임대단지 재건축(10만호)을 통한 공급 방안도 담겼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오른쪽 사진)는 앞서 공공주도로 50만호, 민간주도로 200만호 등 총 250만호 공급을 공약으로 내세운 상태다.
다만 이 후보가 이날 공급 목표치를 61만호 올려 잡음에 따라 윤 후보가 추가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윤 후보는 용적률은 높이고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는 전면 재조정해 민간이 참여하는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대폭 허용함으로써 주택 공급을 활성하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후보는 1기 신도시의 주택 리모델링 관련 규제 완화 가능성도 시사한 상태다.
두 후보의 수도권 공급 물량만 보면 이 후보는 이날 추가로 발표한 물량을 포함해 258만호(서울 107만호, 경기·인천 151만호) 공급을 내세웠고, 윤 후보는 수도권에 민간·공공을 합쳐 13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주택 공급 방식과 관련해선 이 후보는 '기본주택', 윤 후보는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으로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기본주택이란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역세권 등 직주근접성이 높은 곳에서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공공주택이다.
원가주택은 시세보다 싼 원가로 주택을 분양한 뒤 5년 이상 거주하면 국가에 매각해 시세 차익의 70% 이상을 보장받도록 한 주택이고, 역세권 첫 집은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무주택 가구를 위한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두 후보의 부동산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후보가 주택공급 목표치를 높여 잡은 것을 두고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효성 여부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급 드라이브를 걸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데는 여야 후보 간에 이견이 없는 것 같다"면서 "공급을 더 늘리겠다는 계획이 나쁠 것은 없겠지만, 부지 확보와 예산 마련 등 현실적인 과제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돼 있는지는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이 후보와 윤 후보가 공히 250만호 공약을 내놨을 때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311만호 공급은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닌가 싶다"고 전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최근 10년간 연간 주택 공급량이 50만호 수준인데 250만호 공급도 그렇고, 311만호 계획은 조금 무리한 숫자로 보인다"며 "오히려 공급과잉 우려로 시장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는 만큼 실제 공급은 시장 상황을 살펴 가며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포공항 인근 부지 개발 계획이나 1호선 지하화 등의 구상을 두고도 임기 중 실현 가능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김포공항 인근 개발과 관련해 "항공기 이착륙 때문에 저밀도로 지어야 하고, 또 소음 문제도 있겠지만 공급하려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서진형 교수는 "공항 인근은 비행안전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소음 문제로 택지로 개발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항공교통계획부터 새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호선 지하화와 관련해선 권 교수는 "철로를 지하로 개통하고 주택을 지으려면 10∼15년 이상 걸릴 텐데 이런 중장기 계획은 사업의 타당성 검토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언급했고, 서 교수는 "지하주차장 확보 문제 등 실효성이 낮아 이전부터 거론됐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던 아이디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택지개발 방식을 통해 다량의 주택 공급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를 추진하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일례로 정부가 앞서 공공택지 후보지로 발표한 경기 과천과 서울 태릉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해당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사업 추진이 쉽지 않거나 최악의 경우 대체 부지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대선 직후 지방선거가 있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공공 개발에 따라 동네에 임대주택이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현실적인 문제"라며 "선거 전후로 해당 지역 단체장들이 이런 반대 목소리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후보의 '반값 아파트'와 윤 후보의 '원가주택' 공약을 두고도 취지는 좋지만, 당첨자에게만 '로또 분양'의 혜택이 돌아가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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