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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그이름 자영업자]⑥"4000만원이던 월매출, 단돈 2850원"…정부 지원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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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여행업, 매출 99% '증발'…손실 보상 못 받아

"인력 떠나고, 빚은 늘고, 관련업은 폐업…회복 안 될 것"

[편집자주]그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힌 느낌이라고 했다. 얼마나 더 가야 할지, 이 방향이 맞는지, 정말 출구는 있는지…
그녀는 더 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늘어난 빚은 개미지옥처럼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사이 눈시울은 붉어졌다.
코로나19가 자영업자에게 남긴 상처는 상상 이상이었다. 30년 베테랑도, 젊은 패기로 똘똘 뭉친 30대 청년 사장도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1월19일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2년을 맞게 된다. 지난 2년간 처절하게 살기 위해 투쟁해 온 우리 '이웃' 자영업자의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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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중구의 중·소여행사 모습. 2021.12.2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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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황덕현 기자,조현기 기자 = "당장 짱돌 맞아서 쓰러진 사람뿐만 아니라 굴러 내려온 짱돌(간접적 피해) 맞아서 넘어진 사람도 치료해야 하는 게 국가 아닙니까?"

17년간 중소 여행사를 운영해 온 강순영씨(50)는 2020년 들어 4000만2850원을 벌었다. 그 중 4000만원은 코로나19 직전이던 1월의 월 매출이었다. 2월부터 1년여간 2850원을 번 셈이다. 강씨의 2019년 매출은 매출 5억1000만원이었다.

이후 강씨는 남편을 포함해 직원을 모두 해고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4월에는 여행사 사무실 절반을 빨래방으로 개조했다. 이마저도 월세 250만원에 관리비·전기요금 등 사무실 유지비 300만원을 충당하기 힘들어 쿠팡 배송 아르바이트와 대출금으로 사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강씨는 단 한번도 소상공인 손실보상금을 받지 못했다. 사업장이 손실보상 조건인 집합 금지·영업시간 제한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만난 강씨는 "코로나19 사각지대에 갇혀서 버려진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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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여행인 총궐기대회에서 한국여행업협회 등 참석자들이 비행기 모형을 날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2.1.9/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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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감소'라고 부르기 민망해…매출 100% 증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를 받지는 않았지만 거리두기 방역 조치로 폐업 수준에 이른 업종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만난 행사관련업·여행업 등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은 "한계치에 이르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각지대 업종의 피해는 심각하다. 국제선 항공권 발급 대행사를 운영하는 이수정씨(51.가명)의 매출은 2019년 상반기 3억5000만원에서 2021년 상반기 492만원으로 급감했다. 매출의 98.6%가 감소한 것이다. 이씨는 매출이 얼마나 줄었냐는 질문에 "(매출이)100%줄어 완전히 제로(0) 수준이다"고 답했다.

이씨는 "소상공인 모두가 힘들지만 식당 등 장사하시는 분들은 문을 열어놓으면 한 두 명이라도 온다"며 "여행업같은 경우는 문이 열리지 않으니 그냥 전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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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북 전주시 송천동 한 뷔페 출입문에 파산 내용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2021.2.3/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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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도 걱정"…거래처부터 직원들까지 생태계가 망가졌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동력마저 동나고 있다는 점이다. 출장뷔페 업체를 운영하는 한준호씨(51. 가명)의 연매출도 코로나19 사태 1년만에 5억9500만원에서 2억1000만원으로 65%가량 줄었다. 한씨는 업체 유지를 위해 2년 간 자신의 월급은 포기했다. 생계와 사업 유지를 위해 1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쌓이는 빚과 줄어드는 매출. 숫자가 보여주는 수치만큼 막막한 것은 지난 16년 간 이룬 것들이 '한순간 모두 없어져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한씨는 "몇 년간 신뢰로 구축해온 거래처도 없어지고 직원들도 다 그만둔다. 코로나가 종식돼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관광업계의 사정도 비슷하다. 관련 업계와 인력 등 생태계 전체가 망가져 코로나19 종식 이후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양무승 서울특별시관광협회장은 "관광객이 주 고객인 호텔이 문을 닫으면 호텔 인력이 업계를 떠난다. 호텔이 문을 닫으면 이들과 제휴하던 청소·세탁 업체도 문을 닫는다"며 "관광객이 돌아와도 관광업에 서비스할 인프라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업의 악순환이 업계 전체를 황폐화한다는 것이다.

양 회장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소수의 사람들은 살아 남았다. 근데 그들이 정상적으로 살 수 있었을까"라며 "지금이 그렇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서 죽거나, 살아남았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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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관광업계가 다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감에 휩싸이고 있다. 사진은 3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 2021.11.3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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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행사·여행업 등 손실보상 대상 아냐

이들 업종의 공통점은 주 수입이 '대면 활동'에서 발생하지 '사업장'에서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사업장 영업 제한과 상관없이 집합 금지와 실내 취식 불가 등 방역 조치로 인해 행사 등 대면활동이 없어지면 수입원이 증발한다.

게다가 일반 음식점처럼 배달 등의 '비대면' 대안도 없다. 대면 활동이 멈췄던 지난 2년 간 행사·여행·관광업이 어떤 묘수도 없이 급속도로 망해간 이유다.

하지만 이들은 소상공인 손실보상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현재 손실보상은 집합금지·영업제한 대상으로만 한정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손실보상 대상 확대에 대해 1월 말 손실보상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시설 인원제한을 받는 소상공인도 손실보상 대상으로 편입한다는 방침이다. 여행업·숙박업 손실보상 사각지대에 대해서는 지원금을 통해 간접피해를 보상하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사각지대 현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출장뷔페 업체 사장인 한씨는 기자에게 2019년부터 3년의 연매출을 들이밀며 "정부는 업종별로 보상 여부를 따지는 게 아니라 명확하게 나와있는 매출 추이를 보고 보상을 해달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렇게 고생하면서 버티고 있는 업체들을 뭉뚱그려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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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내 접견실에 손실보상금 민원전담센터가 마련되어 있다. 손실보상금 민원전담센터는 청사를 방문한 소상공인들의 상담을 위해 마련됐다. 2021.10.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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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틈바구니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정부의 적극적 위드 코로나 기조 필요"

일각에서는 손실 보상이 있으면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궁극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행대행사를 운영하는 이씨는 "사실 손실보상금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달치 임대료 내고 나면 땡이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손실보상금보다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양무승 서울특별시관광협회장은 "터키는 단체 관광객이 오자 질병청에서 출장을 나와 검사를 해줬다. 음성 확인서를 발급해주는 등 정부가 관광객에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해준 것"이라며 "관광을 하고 싶은 사람은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자세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업종이나 정부가 소상공인을 먹여 살릴 수는 없더라도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는 있다"며 "정부 재정을 크게 투입하지 않더라도 민간 스스로 알아서 살아남게 해주면 우리 국민 중 누가 정부보고 돈 달라 하겠냐"고 반문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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