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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차기 대선 경쟁

李·尹 판박이 공약에 김종인 “똑 부러지게 이 사람이면 좋겠다는 후보 보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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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호감도' 높은 상황 / 정책 차별성마저 떨어져 / 네거티브 선거전 더 기승 부릴 것이라는 우려도

세계일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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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서 맞붙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 사진)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오른쪽 사진)가 내놓는 공약들이 사실상 판박이에 가까워 정책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두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호감도'가 높은 상황에서 정책 차별성마저 떨어지자 네거티브 선거전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뉴스1에 따르면 두 후보가 내놓은 공약을 분석한 결과 부동산 정책과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기준, 병사 월급 공약 등의 내용이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로 떠오른 2030 젊은 세대와 중도층을 향한 경쟁적인 구애가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집값 폭등으로 유권자들의 가장 관심이 큰 부동산 문제 해법에 대해 두 후보는 모두 임기내 '250만호 공급'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공공임대주택, 윤 후보는 민간주도로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공급'에 방점을 찍고 수량이 '250만호'로 일치한단 점에서 사실상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 재건축 용적률 완화를 약속한 것도 똑같다. 두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안전진단 기준을 조정하고 용적률을 현 300%에서 500%로 상향하는 등 제도 수정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포화한 서울시내 주택 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전철·도로'를 지하화 하겠다는 공약도 닮았다. 이 후보는 Δ지하철 1·2·4호선, 경의선, 중앙선 지상 구간의 단계적 지하화 Δ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 구간 지하화 Δ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조기 마무리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통해 확보한 부지의 용도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은 아직 내놓지 않았지만, 주택 용지 활용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Δ경부선 당정~서울역 구간(32㎞) Δ경인선 구로~도원역(22.8㎞) Δ경원선 청량리~도봉산 구간(13.5㎞) Δ고속도로 한남 IC~양재 IC(6.81㎞) 4개 구간을 지하화 범위로 잡았다. 윤 후보는 지하화를 통해 확보되는 지상 공간에 주거 및 업무공간, 편의시설, 녹지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 두 후보가 감세를 내건 것도 비슷하다. 이 후보는 1주택 고령층의 종합부동산세 유예, 일시적 2주택자의 종부세 완화, 올해 재산세 사실상 동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유예에 더해 실수요자 취득세 부담 완화까지 꺼내들었다.

윤 후보도 1주택자 양도세 및 재산세 부담 완화, 종부세 전면 재검토, 다주택자 양도세 50% 한시적 감면, 장기보유 고령층 1세대 1주택자 납부 유예 등 적극적인 감세 공약을 내놓았다.

2030 세대의 주요 투자처로 떠오른 가상자산과 관련한 두 후보의 공약도 판박이다. 두 후보는 충분한 안전 장치 마련을 전제로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공개 모집(ICO·Initial Coin Offering)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가상자산의 경우 국내 발행이 금지돼 해외에서 발행된 암호화폐가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실정이다.

가상자산 투자 수익에 대한 비과세 구간도 일치한다. 이 후보는 전날(21일) "가상자산 손실을 5년간 이월공제하고 투자수익은 5000만원까지 비과세하겠다"고 발표했다. 윤 후보가 지난 19일 가상자산 수익 과세 기준을 주식시장과 동일하게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공약을 제시하자 이 후보가 맞불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젊은 세대, 특히 '20대 남성'(이대남)의 표심을 잡기 위해 발표한 게임 공약에서도 두 후보의 판박이 공약이 발견된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13일 확률형 아이템의 정확한 구성확률과 기댓값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이달 12일 게임 산업 발전 공약 발표에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공약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두 후보의 공약은 표현은 조금 다를지 모르나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보면 된다"며 "게이머들에게는 희소식일 수 있으나 게임 산업 진흥보다 규제에 초점이 맞춰진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대남'을 잡기 위한 또다른 공약인 병사 월급에서도 두 후보는 '월 200만원'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24일 스마트강군 육성을 위한 5대 국방 공약 발표 자리에서 "장병들의 노고에 대해 최저임금제에 맞춰 급여를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며 "2027년에는 병사 월급 200만원 이상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보름 뒤인 지난 9일 "예산지출 조정을 통해 병사 봉급을 월 200만원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연말정산 공제 확대를 통한 실질적 소득 보장 공약도 비슷하다. 이 후보는 현행 1인 15만원인 자녀 세액공제를 2배 이상으로 확대해 양육비 부담을 줄이고 인적공제 연령을 26세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또 20~30대 청년취업자의 실질소득을 위해 연 100만원의 특별소득공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같은 날 윤 후보는 근로소득세 인적공제 본인 기본공제액을 현행 1인당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하고, 공제대상 부양가족 연령을 현행 만 20세 이하에서 만 25세 이하로 올리겠다고 했다.

또 신용·직불 카드 사용액의 소득공제을 대폭 확대하겠다며 Δ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한도 50% 인상 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끝날 때까지 음식점·숙박, 유류비, 교통비 지출액 공제율 2배 인상 방침을 밝혔다.

주요 공략 대상이 비슷하다 보니 공약 수립 및 발표와 관련된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한 관계자는 "인맥을 총동원해 상대방이 언제, 어떤 내용의 공약을 내놓는지 알아내 맞불을 놓거나 더 좋은 공약을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판박이 공약'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K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똑 부러지게 이 사람이면 좋겠다는 후보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두 후보를 확연하게 구별할 수 있는 게 '외교안보'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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