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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야반도주’ 아프간 전 대통령 “카불 구하기 위해서였다, 난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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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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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해외 도피 4개월 만에 입을 열었다. 그는 카불 함락 직전 해외로 도피한 것은 “카불을 구하기 위한 일”이라고 했다. 또 미국이 아프간 정부를 빼놓고 탈레반과 직접 협상하면서 “아프간을 지워버렸다”며 본인을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가니 전 대통령은 해외로 도피한 지 넉달 만인 30일(현지 시각) BBC 라디오4 ‘투데이’에 출연했다. 인터뷰는 이 프로그램 객원 편집자로 참여하고 있는 닉 카터 전 영국 국방참모총장이 맡았다.

가니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갑작스레 아프간을 떠나면서 탈레반은 수도 카불을 점령했다. 탈레반이 집권한 이후 미국이 아프간 정부의 외환 계좌를 동결하면서 아프간은 금융위기에도 직면해 있다.

가니 전 대통령은 아프간을 떠나는 당일까지도 본인이 어디로 갈지 몰랐다고 항변했다. 그는 “탈레반의 두 정파들이 각자 다른 방향에서 카불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두 정파 간 대규모 충돌이 발생할 경우 도시가 파괴되고 500만명의 시민들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컸다”며 “카불을 구하기 위해선 내가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반(反) 탈레반 병력이 주둔하고 있던 남동부 코스트주로 도피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스트가 탈레반에 함락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고 한다. 그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야 아프간을 떠난다는 게 분명해졌다. 이 모든 일이 갑작스럽게 일어났다”고 했다. 아내, 측근과 함께 떠난 그는 3일 뒤 아랍에미리트(UAE)에 머물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였지만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던 가니 전 대통령이 도주하면서 아프간은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탈레반은 이튿날 카불을 점령했고, 평화적 정권 이양은 무산됐다.

가니 전 대통령은 아프간 붕괴의 책임을 미국에게 미뤘다. 그는 “전임자(아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처럼 계속 맞서기보다는 우리의 국제 파트너십을 신뢰했다”며 “그들은 평화과정 대신 철수 절차를 진행했고,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우리를 지워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평생 한 일이 무너지고 내 가치관이 짓밟혔다”며 “나는 희생양이 됐다”고 했다.

가니 전 대통령은 도피 과정에서 수천만달러를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 “명확히 말하고 싶다. 어떤 돈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며 “내 생활방식은 모두가 안다. 내가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하겠느냐”고 했다. 의혹을 풀어줄 어떤 국제 조사든 환영한다고도 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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