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참가차 한국 대표팀 일원으로 휴스턴 방문
피해 선수 신고받은 미국탁구협회 "안 떠나면 사법처리"
소속팀 감독, 대한탁구협회로부터 공문 받았지만 조치 안 취해
지난달 열린 휴스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여자 탁구 대표선수의 중국인 코치가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가 과거 성적 비위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사실상 추방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6일 탁구계에 따르면 여자 대표 A선수의 소속 실업팀의 중국인 코치 B씨는 지난달 23~29일 열린 2021 세계선수권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 휴스턴을 방문했다.
앞서 대한탁구협회가 A선수를 배려해 직전에 열린 아시아선수권부터 B코치의 대표팀 동행을 이례적으로 허용한 덕이었다.
하지만 B코치는 세계선수권에서는 A선수를 전혀 지도하지 못했다.
경기장이나 훈련장에도 못들어가고 숙소에만 머물다가 미국을 떠나야 했다.
그가 올해 1월 중국에서 진행된 국제 훈련 행사에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신고가 대회 주최 측인 미국탁구협회에 접수됐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중국 선수들과 다른 나라 상위 랭커들이 한데 모여 함께 훈련하는 자리였다. 국내에서는 A선수만 초청받았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 |
행사에 참여한 C선수는 훈련 기간 사적인 모임 중 B코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미국탁구협회에 신고했다.
이에 미국탁구협회는 한국 대표팀이 휴스턴에 도착하자 곧바로 공문을 보냈다.
B코치를 즉시 귀국시키고, 앞으로 국제 대회에 내보내지 말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미국탁구협회는 또 B코치가 즉시 출국 절차를 밟지 않는다면 휴스턴 경찰이 B코치에 대한 사법처리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대한탁구협회에 알렸다.
대한탁구협회는 즉시 B코치가 출국 절차를 밟도록 했다.
B코치는 출국을 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그 결과가 나온 즉시 미국을 떠났다. 사실상 추방을 당한 셈이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복식 우승 트로피 |
대한탁구협회는 A선수와 B코치 소속 실업팀 D감독에게 미국탁구협회가 보내온 공문을 전달하고, B코치가 국제탁구계에서 성 비위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하지만 감독은 이 사실을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날까지 한 달이 넘도록 B코치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D감독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B코치가 의혹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으며, C선수 측이 국제탁구연맹(ITTF)에 정식으로 징계를 요청하지도 않은 사안이어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향후 ITTF 징계 절차가 진행된다면 우리 팀과 함께할 수 없다는 점은 B코치에게 분명히 알렸다"고 말했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복식 우승 트로피 |
대표팀 코치가 아닌 지도자의 동행을 이례적으로 허락해 결과적으로 국제 망신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대한탁구협회의 책임도 가볍지 않아 보인다.
B코치는 AD카드(대회 출입증)를 한국 대표팀 코치 자격으로 받았다. 대표팀 내부에서 B코치는 A선수의 개인 코치였지만, 외부에서는 B코치를 '한국 대표팀 코치'로 받아들였다.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전무이사는 "사안이 심각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고 추가로 내릴 적절한 조치가 있는지 판단해 보겠다"고 말했다.
ah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