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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연재] '이현우의 MLB+'

[이현우의 MLB+] '약물 논란' 오티즈, 명예의전당 입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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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현역 시절 금지약물 복용 논란에 휩싸였던 데이빗 오티즈(46)는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입성할 수 있을까.

미국 야구사이트 BBHOFTRAKER.com은 23일(한국시간) 현재까지 자신의 메이저리그 명예의전당 투표 용지를 공개한 미국 야구기자협회(BBWAA) 소속 기자 50명(공개율 13.5%)의 투표 결과를 중간 집계했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올해 투표 자격을 처음 얻은 오티즈는 현재까지 84.9%로 올해 명예의전당 투표 자격이 있는 30명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 중이다.

BBHOF Tracker의 2022 명예의전당 중간 집계

데이빗 오티즈(최초) 84.9%
로저 클레멘스(10번째) 77.4%
배리 본즈(10번째) 77.4%
스캇 롤렌(5번째) 73.6%
커트 실링(10번째) 69.8%
토드 헬튼(4번째) 56.6%
빌리 와그너(7번째) 52.8%
앤드류 존스(5번째) 50.9%
알렉스 로드리게스(최초) 49.1%
개리 셰필드(8번째) 45.3%
매니 라미레즈(6번째) 39.6%
제프 켄트(9번째) 24.5%
바비 어브레유(3번째) 17.0%
새미 소사(10번째) 15.1%
오마 비즈켈(5번째) 11.3%
앤디 페티트(4번째) 11.3%
지미 롤린스(최초) 9.4%
마크 벌리(2번째) 5.7%
팀 허드슨(2번째) 3.8%
A.J. 피어진스키 1.9%
라이언 하워드(최초) 1.9%
마크 테셰이라(최초) 1.9%
팀 린스컴(최초) 1.9%
토리 헌터(2번째) 1.9%
제이크 피비(최초) 0.0%
저스틴 모어노(최초) 0.0%
프린스 필더(최초) 0.0%
칼 크로포드(최초) 0.0%
조나단 페펠본(최초) 0.0%
조 네이선(최초) 0.0%

명예의전당이란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선수, 감독, 코치, 해설자, 커미셔너 등 야구 발전에 기여한 이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1939년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명예의 전당 박물관 및 시설이 세워졌고, 야구 탄생 100주년인 1936년 최초로 명예의전당에 입성할 선수를 선정하기 시작해, 매년 BBWAA의 투표를 통해 명예의 전당 입성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명예의전당 입성 후보는 메이저리그에서 10년 이상 활약하고 은퇴한 지 5년이 넘은 선수들 가운데 시대 위원회(Eras Committees) 6명 중 2명 이상에게 추천을 받은 선수들에게 주어진다. 이들에겐 10년간 투표 자격이 주어지며, 75%를 넘어야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다. 5% 이상의 지지율을 얻지 못하거나, 10년이 지나면 후보에서 탈락한다.

2022년 명예의전당 후보자는 기존 후보 17명에 새로운 후보 13명이 추가된 30명. 투표 자격이 있는 BBWAA 회원은 392명이다. 이들 중 75%인 294명에게 표를 받으면 명예의전당에 입성할 수 있다. 투표 결과는 내년 1월 26일 발표 예정이다. 올해 1월 투표에선 단 한 명도 입성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투표가 더욱 주목되고 상황.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올해 최초로 투표 자격이 주어진 오티즈가 (현재까지 투표 공개율은 13.5%지만) 명예의전당 입성 기준선인 75%를 넘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한국 MLB 팬들에겐 다소 충격적인 소식이다. 현역 시절 거둔 성적을 떠나서, 오티즈는 현역 시절 내내 금지약물 복용 논란에 휩싸였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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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즈는 1992년 만 17세의 나이로 시애틀 매리너스와 국제 유망주 자유 계약을 맺었다. 오티즈의 풀네임은 데이빗 아메리코 오티즈 아리아스. 따라서 시애틀과 계약을 맺을 당시 이름은 데이빗 아리아스였다. 오티즈로 개명한 것은 1996년 말 미네소타 트윈스로 트레이드됐을 때다. 그해 그는 싱글A에서 타율 .322, 18홈런, 93타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오티즈는 트레이드 다음 해인 1997년 상위 싱글A부터 더블A, 트리플A를 모두 거쳐 빅리그에 데뷔했다. 그리고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미네소타에서 뛰며 타율 .266, 58홈런, 238타점을 남겼다. 5시즌 간 OPS .809를 기록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비율 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다만, 스테로이드 시대에 1루/지명 주전을 차지하기엔 다소 부족한 성적이었다.

그래서 2002년, 미네소타는 125경기에서 타율 .272, 20홈런, 75타점으로 이제 막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한 오티즈를 방출했다. 훗날 테리 라이언 당시 미네소타 단장은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이날의 결정을 가장 큰 실수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그리고 보스턴은 그런 오티즈와 1년 125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오티즈의 보스턴 경력이 시작됐다.

오티즈는 이적 첫해, 31홈런을 쳐냈고, 그해를 시작으로 5년 연속 AL MVP 투표 5위 안(5-4-2-3-4위)에 들었다. 2005년엔 47홈런으로 보스턴 역사상 단일시즌 홈런 2위(당시 1위 지미 팍스 50홈런)에 올랐고, 2006년엔 54홈런을 쳐내며 팀 단일시즌 홈런 1위를 차지했다. 해당 기간 오티즈의 OPS(1.014), 2루타(207), 홈런(208)은 모두 ML 3위였다. 642타점은 ML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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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즈의 활약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오티즈는 14년 가운데 10년 동안 30홈런 이상을 쏘아 올렸다. 14년간 1953경기에 나서 2079안타, 483홈런, 2루타 534개, 1530타점을 기록했다. 보스턴 소속으로 뛴 선수 가운데 출전 경기에선 역대 5위, 안타는 6위, 홈런은 2위, 2루타는 3위, 타점은 3위다. 14년간 평균 140경기에 나섰고 평균 타율 .290, 34홈런, 109타점을 기록했다.

그렇게 오티즈가 세운 빅리그 통산 성적은 2408경기 2472안타 541홈런 1768타점 타율 .286 OPS 0.931. 541홈런은 ML 역사상 12위, 1768타점은 2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며, 수상 경력으로는 10번의 올스타와 7번의 실버슬러거, 3번의 월드시리즈 우승과 1번의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즉, 기록만 놓고 보면 오티즈는 2000년대를 대표하는 강타자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오티즈를 더욱 특별하게 하는 건, 그가 가을야구에서 보였던 활약이다. 보스턴은 오티즈가 합류한 2003시즌까지 83년간 '밤비노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었다. '밤비노'란 베이브 루스를 말하는데 보스턴은 그를 양키스로 트레이드시킨 1920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런 보스턴이 밤비노의 저주를 깼을 때, 오티즈는 그 중심에 있었다.

2004년 뉴욕 양키스와의 AL 챔피언십 시리즈(CS) 3차전까지 3연패를 당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오티즈는 4차전 12회 말 끝내기 2점 홈런을 쳐내며 반격의 서막을 알렸다. 이후 결과는 알려진 대로다. 보스턴은 내리 3연승을 거두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했고, 그 기세를 몰아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지는 보스턴의 2007년, 2013년 월드시리즈 우승에도 오티즈의 활약은 빛났다.

데이빗 오티즈의 수상 경력

통산 2408경기 2472안타 541홈런 1768타점 타율 .286 OPS .931 bWAR 55.3승
올스타 x 10회 (2004-08, 2010-13, 2016)
실버슬러거 x 7회 (2004-07, 2011, 2013, 2016)
AL 홈런 1위 (2006)
AL 타점 1위 (2005-06, 2016)
월드시리즈 우승 x 3회 (2004, 2007, 2013)
월드시리즈 MVP (2004)
행크애런상 x 2회 (2015, 2016)
로베르토클레멘테상 (2011)
보스턴 레드삭스 영구결번 (#34)
보스턴 레드삭스 명예의전당

특히 보스턴 마라톤 테러 참사가 있었던 2013년, 오티즈는 그 유명한 연설과 함께 월드시리즈에선 타율 .688, 2홈런, 6타점을 거두며 WS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오티즈는 보스턴에서만 8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그 가운데 5차례는 팀을 ALCS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하기만 하면 모두 팀의 우승을 끌어냈다(3회).

오티즈의 통산 포스트시즌 성적은 85경기 88안타 17홈런 61타점 타율 .289 OPS .947. 통산 월드시리즈 성적은 14경기 3홈런 14타점 타율 .455 OPS 1.372다. 그리고 이렇듯 뛰어난 오티즈의 포스트시즌 성적은 올해 시작된 명예의전당 투표에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기록'만 놓고 보더라도 오티즈에겐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그가 커리어 내내 주로 지명타자로 기용된 선수라는 것이다. 오티즈는 통산 1루수로 265경기에 선발 출전한 반면, 지명타자로는 2009경기에 출전했다. 이는 비교적 최근 지명타자로서 명예의전당에 헌액된 프랭크 토마스(1루수 968경기/지명 1308경기), 에드가 마르티네즈(다른 포지션 560경기/지명 1396경기)보다 훨씬 높은 지명타자 출전 비율이다.

이로 인해 오티즈는 압도적인 타격성적에도 불구하고 공수를 종합한 WAR(기여승수)에서는 명예의전당 입성 선수들의 평균을 한참 밑도는 통산 55.3승을 기록했다. 한편, 수비를 하지 않는 전문 지명타자는 '반 쪽짜리 선수'라 폄하되며 투표에서 손해를 봐왔다. 이는 오티즈보다 비율 성적에서 앞선 마르티네즈가 투표 자격 마지막해 간신히 명예의전당에 입성한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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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지명타자 논란의 경우 오티즈의 명예의전당 투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2019년 마르티네즈의 입성으로 전문 지명타자의 명예의전당 입성에 대한 장벽이 무너지면서, 마르티네즈보다 '누적 타격 성적'과 포스트시즌 활약 포함 '임팩트'가 강했던 오티즈의 입성을 가로막을 명분이 오히려 없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오티즈의 명예의전당 입성과 관련해 남아있는 유일한 난점은 금지약물 복용과 관련된 것뿐이다. 그런데 이쯤해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왜 금지약물 복용과 관련된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유독 오티즈의 득표율만 투표 첫해부터 높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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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메이저리그가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을 금지하게 된 배경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사무국이 스테로이드를 금지약물로 지정한 시기는 1991년이다. 하지만 금지만 했을 뿐 제대로 된 처벌 기준이 없었다. 처벌 기준이 없으니, 정기적인 검사가 있을 리가 만무했다. 심지어 안드로스텐디온 같은 근육강화제가 '일반 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있던 시대다.

심지어 라커룸에 안드로스텐디온이라고 적힌 약통이 놓여있는 게 TV 화면에 나와도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다. 사무국이 본격적으로 스테로이드 계열의 의약품을 금지약물로 지정하고, 금지약물 복용에 대한 처벌 기준을 마련한 것은 2004년부터다. 그렇게 하기 위한 사전 단계가 2003년에 있었던 비공개를 전제로 한 첫 번째 금지약물 검사였다.

당시 사무국은 검사 결과를 선수노조에 통보했고, 선수노조는 양성반응이 나온 선수들에게 검사 결과와 함께 주의 사항을 전달했다. 다만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기 전 '실태 조사'를 목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2003년에 실시한 검사 결과는 처벌 기준이 될 수도 없었고,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 게 원칙이었다. 그런데 이 검사 결과가 2009년 유출됐다.

2009년 <뉴욕 타임스>는 2003년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 가운데 '일부'를 공개했고, 오티즈는 그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2003년 검사 결과는 처벌 기준이 될 수 없었고, 비공개가 원칙이었다. 이에 대해 2016년 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명단은 기밀이어야 했다. 나는 기밀 유지에 대한 약속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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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03년 당시 검사 기준과 정확성 부분도 문제다. 만프레드 역시 "재검사 결과 2003년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던 샘플 외에도 최소 10개 이상의 의심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당시에는 합법적으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었고, 리그 차원에서도 금지되지 않았던 약물이었는지 아닌지 지금 와서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오티즈는 2004년부터 2016년 은퇴할 때까지 금지약물 검사에서 한번도 양성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2004년 이후 금지약물이 적발되어 공식적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ex. 알렉스 로드리게스, 매니 라미레즈 등)나, 2007년 '미첼 리포트' 등 조사를 통해 금지약물 복용이 밝혀진 선수(로저 클레멘스, 배리 본즈 등)과는 입장이 다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티즈가 결백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의 지난 발언에도 무수한 모순이 있었다. 다만, 이렇듯 금지약물 복용자로 알려진 나머지 선수들과 다른 점이 오티즈의 높은 득표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관련 기사 : [이현우의 MLB+] 오티즈에 가려진 메이저리그의 '흑역사' 2016년 작성).

한 달 뒤 나머지 약 90%의 투표 용지가 공개된 시점에서 오티즈가 현재 득표율(84.9%)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올해 투표에서 탈락한다고 할지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득표율이 높아지는 명예의전당 투표의 특성상 오티즈는 언젠가 명예의전당에 헌액될 것이다. 그를 싫어하는 팬들에겐 끔찍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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