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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한화 팬들 화낼 만하다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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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경기를 승리로 이끈 후 기뻐하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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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최근 3년 지옥 입구를 서성거렸다. 9위-10위-10위. 2000년대 들어 벌써 두번째 암흑기다. 한화는 2008년 이후 10년간 긴 암흑기를 경험했다. 5번이나 최하위에 머물렀다. 2018년 깜짝 3위를 차지했으나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최근 14년 동안 B클래스를 벗어난 적이 2018년 단 한 차례뿐이었다. 꾸준히 하위그룹에 속해 있었다. 유례없는 긴 슬럼프다. 그런데도 이번 겨울 역시 손을 놓고 있다. 무던하던 한화 팬들도 발끈했다.

최근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에 ‘우리는 더 이상 보살이 아닙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트럭에 내걸었다. 보살이란 좋지 못한 팀 성적에도 변함없이 성원을 보내 준 한화 팬들의 별칭이다. 이제는 참지 않겠다는 분노의 표시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한 사건이 둘 있었다. 내년 최대어로 손꼽히는 심준석(덕수고 투수)을 잡기 위해 꼴찌를 해야 한다고 감독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SNS 파문이다. 구단은 이를 부인했다.

올겨울 FA시장이 과열될 정도로 전력 보강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한화는 조기 철수를 결정했다. 리빌딩을 이유로 들었다. 한화 팬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민철 단장이 “한 선수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 기대를 가졌으나 결국 철수 결정을 내려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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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정민철 단장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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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구단들의 스토브에는 연료가 팍팍 공급되고 있는데 한화만 차갑게 식어있다. 팬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자 구단은 결국 지난 15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다시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과제를 하나씩 풀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한화는 몇 년째 리빌딩 중이다. 이전에 정근우 70억원, 이용규 67억원, 정우람 39억원 등 FA를 영입해 봤지만 별무신통이었다. 결국 꽁꽁 문을 걸어 잠근 채 쇄국의 길을 선택했다.

리빌딩(rebuilding)은 엄밀히 말해 적절한 용어가 아니다. 육성이 옳은 표현이다. 외부 영입 없이 내부 선수를 키워서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리빌딩은 메이저리그 팀 운영에서나 적합한 용어다.

대표적인 경우가 마이애미 말린스의 ‘파이어 세일’이다. 1997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몸값 비싼 선수들을 싹 내보내고 젊은층으로 이후를 대비했다. 메이저리그 팀들의 재정 상태는 제각각이다. 국내와 달리 모기업의 지원이 없다. 그러니 스몰마켓 팀들이 살아남으려면 리빌딩 외에 길이 없다.

시즌 도중이라도 가을 야구 가능성이 사라지면 비싼 선수들 내보내고 차후를 기약한다. 국내 프로야구는 다르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스몰마켓 팀이 없다. 육성에만 의지할 만큼 선수층도 두텁지 않다. 결국 좋은 성적을 내려면 외부 영입과 육성의 타이밍이 적절히 맞아 떨어져야 한다.

두산 장원준, KIA 최형우, NC 양의지 등 대형 FA를 영입한 팀들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들 팀들이 육성을 게을리 하지도 않았다. 두 수레가 같이 움직였다. 한화는 정은원(21), 노시환(21), 하주석(27) 등 젊은 내야진을 갖췄다. 그들에게 더그아웃을 이끌어갈 리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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