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홍콩오픈에서 우승한 웨이드 옴즈비가 아시안투어 상금 선두다. [사진=아시안투어] |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아시안투어 상금왕에게 주던 디오픈 출전권을 내년에 제외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디오픈을 주관하는 R&A는 18일(현지시간) 내년 7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열리는 제150회 디오픈 출전권(예선 면제권) 항목들을 발표했다. 28가지의 세부 항목을 보면 아시안투어 상금왕과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선샤인투어의 디오픈 직전까지의 상금 선두에게는 출전권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와 있다.
2002년부터 주던 출전권을 배제한 것을 두고 ‘R&A가 아시안투어를 전략적 파트너에서 제외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최근 일고 있는 슈퍼(프리미엄)골프리그(SGL) 창설 움직임에 대한 R&A의 견제라는 것이다.
그렉 노먼이 이끄는 LIV골프투자는 향후 10년간 아시안투어에 2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SGL 창설을 주도하는 사우디 국부 펀드가 LIV골프투자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유럽의 DP월드투어(구 유러피언투어)가 올해까지 주최하던 사우디인터내셔널의 내년 개최를 포기하자 아시안투어가 대회 주관 협회로 나섰다. 그러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사우디인터내셔널에 출전하는 선수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내년 디오픈 퀄리파잉 대회, 노란색은 아시안투어 공동, 굵은 글씨는 신설. |
출전권을 철회한 데 대해 R&A 대변인은 “우리는 때때로 예선 면제권을 검토하고 업데이트하며, 어떤 변경 사항도 신중하게 고려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현재 아시안투어 상금 선두인 웨이드 옴스비(호주)는 남은 2개 대회에서 선두를 지켜도 디오픈 출전권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미국 매체 <골프다이제스트>는 R&A의 이 방침에 대해 ‘아시안투어가 사우디국부펀드가 후원하는 리브골프투자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R&A로서는 내년 한 해만의 단순한 예외 조치일 수 있다. 아시안투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겨우 6개 대회밖에 열지 못했다. 내년 1월말까지 총 8개의 대회를 개최하더라도 예년보다는 절반 이상 줄어든 반쪽 미만의 투어를 진행했으므로 출전권이 철회되어도 할 말은 없다.
비슷한 이유로 매년 1명의 출전권을 주던 선샤인투어의 대회 직전까지의 상금 선두 출전권 역시 철회됐다(전년도 선샤인투어 상금왕 1명은 여전히 출전권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싱가포르오픈은 디오픈 퀄리파잉으로 4장의 티켓을 준다. 내년 1월 아시안투어 최종전이다. |
또한 R&A는 현재 아시안투어와 공동 주관하는 SMBC싱가포르오픈(일본투어와 공동), 코오롱코리아오픈(대한골프협회와 공동), 뉴질랜드오픈(호주PGA투어와 공동)의 3개 대회에서는 예년처럼 출전권을 부여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 1월말에 열리는 아시안투어 마지막 대회 싱가포르오픈에서 디오픈 출전권 4장이 주어지는 마당에 거기서 아시안투어 상금 상위자에게 다시 한 장의 티켓을 준다는 건 과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올해만의 예외적인 사안일 수 있는 것에 대해 미국 미디어가 유럽과 아시안투어를 모두 견제하기 위한 일종의 ‘넛지(nudge)’ 전략을 쓴 것일 수 있다. 소수 정예만으로 대회당 2천만 달러씩 상금을 준다는 SGL이 미국 PGA투어로는 그만큼 두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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