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대로 갈재·창녕 남지 개비리 등 옛길 4곳은 확정
울진 십이령 입구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영남 지방을 대표하는 험준한 길인 '울진 십이령'의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지정이 지역 주민과 지자체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12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는 최근 울진 십이령 명승 지정 안건을 심의한 뒤 "지역 주민과 지자체 반대 사유 해소 후 재검토한다"며 지정을 보류했다.
문화재청은 2019년 선조들이 오간 옛길을 대상으로 명승 자원 조사를 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9월 역사·문화 가치가 있고 경관이 아름다운 6곳을 명승으로 지정 예고했다.
그중 하나인 울진 십이령은 울진의 해산물과 봉화에서 생산한 물품을 교역하던 길이다. 십이령은 큰 고개 12개를 뜻하며, 샛재와 바릿재 등 일부 지점의 원형이 지금까지 잘 남은 편이다. 또 주변에 금강송이 울창한 숲을 이뤄 생태적 가치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역사적으로는 사대부보다 상인들이 많이 왕래했다고 한다. 조선 후기 문인 이인행은 문집 '신야집'(新野集)에서 유배지까지 가는 여정 중 십이령이 가장 험하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은 명승으로 지정하려는 구역 대부분이 이미 산림청 산림보호구역이고, 일부 구간은 형태가 크게 변해 문화재로 지정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금강송 숲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기 위해서는 주무 부처인 산림청이 신속하게 관리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문화재보호법은 국보·보물·명승 등 국가지정문화재를 지정할 때 예고 기간 30일이 종료된 날로부터 6개월 안에 지정 여부를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 이 기간에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으면 '인정 예고' 조처는 자동으로 무효가 된다. 울진 십이령의 지정 예고 종료일은 10월 15일이었다.
시간상으로는 내년 4월 중순까지 여유가 있지만, 주민들이 의견을 바꿀 가능성이 거의 없어 울진 십이령의 명승 지정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박석이 깔린 옛길 |
울진 십이령과 함께 명승으로 예고된 옛길 중 '삼남대로 갈재', '삼남대로 누릿재', '창녕 남지 개비리', '백운산 칠족령'은 명승 지정이 확정됐다. 나머지 한 곳인 '관동대로 구질현'은 이달 열리는 문화재위원회가 지정 여부를 심의한다.
문화재청은 또 보는 각도에 따라 엎어진 호리병 혹은 사람 얼굴을 연상시키는 절경인 '고창 병바위 일원'도 명승으로 지정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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