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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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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송화 사태'로 본 배구 계약서…선수가 악용할 소지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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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권익 향상에 도움…'문제 선수' 징계안도 담아야 공정하다는 반론도

연합뉴스

상벌위원회 출석하는 IBK기업은행 조송화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세터 조송화가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배구연맹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2021.12.10 kane@yna.co.kr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IBK기업은행은 조송화(28)의 자체 징계를 논의하며 법적 다툼에도 대비하고 있다.

변호사 두 명과 함께 상벌위원회에 참석한 조송화도 소속팀과의 다툼을 각오했다.

한국프로배구 V리그를 흔든 기업은행과 조송화의 다툼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는 기업은행과 조송화, 둘 중 누구의 손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관계자는 '이번 상벌위 결과만 놓고 보면, 선수의 판정승'이라고 해석했다.

"구단과 선수 사이의 다툼은 '민사 소송'의 성격이 짙은데, KOVO가 민사 소송의 판결을 내리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비유하는 구단 관계자도 있었다.

KOVO는 10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KOVO 사무국 회의실에서 '조송화의 성실의무 위반' 등에 관한 상벌위를 개최한 뒤 "이해당사자 간에 소명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분이 많고, 상벌위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결정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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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이탈' 조송화 관련 한국배구연맹 상벌위원회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1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배구연맹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조송화 '무단이탈' 관련 상벌위원회에 황명석 상벌위원장(왼쪽)이 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1.12.10 kane@yna.co.kr



상벌위가 양측 소명을 들으며 징계 여부 판단의 근거로 삼은 건, 2021시즌부터 적용한 배구 프로스포츠 선수 계약서(표준계약서)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월 선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도입했다. 임의해지 규정 등 여러 부문에서 선수 권리를 강조했다.

이번 '기업은행과 조송화 사태'에서도 표준계약서가 조송화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기업은행 구단은 조송화가 선수 계약서 3조 선수의 의무 1항 '선수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성실히 선수 활동을 하여야 한다', 2항 선수는 '구단의 내부 규칙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어겼다고 호소했다.

조송화는 11월 13일, 16일 총 두 차례 팀을 이탈했고, 복귀하지 않았다.

조송화의 대리인 조인선 법무법인 YK 파트너 변호사는 "당시 조송화 선수는 본인의 건강과 선수 생명을 관리해야 하는 '부상' 상황이었다. 11월 18일 구단도 언론을 통해 '조송화가 무단으로 이탈하지 않았다. 몸이 아파서 훈련 참여를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무단으로 이탈했다'는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KOVO 상벌위는 표준계약서에서 '조송화를 처벌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

KOVO 관계자는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수사권이 없는 상벌위가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며 "선수 징계 등 결정을 보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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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벌위원회 출석하는 '무단이탈' 조송화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무단이탈'로 논란을 부른 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세터 조송화가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배구연맹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2021.12.10 [공동취재] kane@yna.co.kr



조송화는 '항명'의 장본인으로 배구계와 여러 팬에게 비판받고 있다.

하지만 표준계약서에서 징계 사유로 명기한 금지약물 복용, 폭행, 성폭력 등의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제3조 선수의 의무 6항 '선수는 구단의 의견을 존중하고 신의에 좇아 행동하여야 한다'는 조항으로는 조송화의 잘잘못을 가릴 수 없다.

제14조 품위유지(폭행, 상해, 성폭력, 사기, 마약, 간통, 불법도박, 음주운전 등), 제15조 부정행위(사행행위, 도박, 복권 등 경기 결과에 따라 경제적 이익이 제공되는 행위)도 '형법'으로 다룰만한 사안들을 징계 사유로 제시했다.

조송화를 임의해지로 묶을 수 없다는 건, 이미 확인했다.

기업은행은 11월 22일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조송화를 임의해지 선수로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의 권고로 KOVO가 9월 16일 임의해지 관련 규정을 개정하며 가장 중요한 문서로 지정한 '선수의 임의해지 신청서'를 받지 못했다.

조송화는 처음부터 임의해지로 묶을 생각이 없었고, 당연히 임의해지 신청서 작성을 거부했다.

기업은행은 선수 계약서 26조 2항 '당사자는 본 계약에 관한 분쟁에 관하여 연맹 제 규정에 따라 상벌위원회에 결정을 신청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KOVO에 '조송화 상벌위원회 회부'를 요청했다.

하지만 KOVO 상벌위는 결정을 보류했다.

기업은행 구단은 결국 KOVO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조송화와 직접 다투게 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조송화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는 조송화도 기업은행에서 정상적으로 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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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벌위원회 출석하는 '무단이탈' IBK기업은행 조송화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무단이탈'로 논란을 부른 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세터 조송화가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배구연맹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2021.12.10 kane@yna.co.kr



조송화로서는 최소한 기업은행으로부터 잔여 연봉을 모두 받고, 자유신분선수로 공시돼 새 팀을 찾을 시간을 버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기업은행은 잔여 연봉을 지급하지 않고, 조송화와 계약을 해지하고 싶어한다.

조송화는 2020-2021시즌을 앞두고 기업은행과 3년 계약을 했다.

'계약 해지의 귀책 사유'를 구단에서 찾으면 기업은행은 '실제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조송화에게 2021-2022시즌 잔여 연봉과 2022-2023시즌 연봉 총 3억원 이상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조송화의 태도를 계약 해지 사유로 본다면 조송화는 잔여 연봉을 받지 못한다.

기업은행은 일단 조송화에게 계약 해지에 준하는 자체 징계를 하고, 법적 다툼에 대비할 전망이다.

과거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선수와 결별하는 셈이다.

표준계약서 도입이 '선수 권익 향상'에 도움을 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동시에 구단측은 "구단이 팀 내에서 문제를 일으킨 선수를 징계할 방법이 사라졌다. 선수들이 규정을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수 계약서 제24조 손해배상은 '당사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본 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본 계약의 종료 여부 및 종료 사유를 불문하고 그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발생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명시했다.

최소한 이 규정은 조송화를 징계할 근거가 되지 못했다.

구단 관계자들은 "표준계약서가 정말 공정하려면, 손해배상 사유에 '이유 없는 훈련 불참' 등 구체적인 예시를 넣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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