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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방학숙제에 외부영입, KBO리그는 마이너리그 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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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한화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왼쪽)가 플라이오케어를 활용한 훈련방법을 시연하고 있다. 제공=한화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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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KBO리그가 마이너리그식 육성 시스템 도입 삼매경에 빠졌다. 꾸준히 하위권에 머문 팀일수록 급진적인 변화의 중심에 서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마이너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코칭스태프를 통해 투수들에게 방학숙제(?)를 내줬다. 플라이오케어(Plyocare)로 불리는 훈련 도구를 활용해 비활동기간 동안 투구 훈련을 하도록 주문했다. 야구공보다 크고 무거운 고무공을 활용해 투구할 때 필요한 근육의 움직임을 인지하는 훈련 방식이다. 갑자기 도입한 것은 아니고 호세 로사도 코치가 부임한 뒤 부상 방지와 투구 메커니즘 개선을 위해 정규시즌 때에도 꾸준히 하던 훈련이다.

올시즌 14승을 따낸 김민우는 “시즌 중 루틴으로 등판 전 몸을 풀 때 하던 훈련인데, 중심이동과 릴리스포인트 개선 등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크고 무거운 공을 활용하기 때문에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부드럽게 하고, 투구시 팔이 몸에서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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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장민재가 플라이오케어를 활용해 훈련하고 있다. 제공=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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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점은 지난 2014년부터 KT 외국인 투수로 잠시 몸담은 앤디 시스코가 등판전 루틴으로 플라이오케어를 활용한 훈련을 해왔다는 점이다. 당시만 해도 매우 낯선 훈련법이었던데다 신통치 않은 성적(17경기 6패 2홀드 평균자책점 6.23)을 남기고 퇴출된 터라 이 훈련법이 크게 각광받지 못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일반화됐던 훈련이 6년이나 지나서 KBO리그에 도입된 셈이다.

KIA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맷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해 시즌 종료에 맞춰 선수단에 방학숙제를 내줬다. 선수들의 자주 다치는 것이 기초체력 부족 때문으로 분석한 윌리엄스 감독은 겨우내 체력을 기를 수 있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스프링캠프에서는 훈련시간을 대폭 줄였고, 기술훈련도 2월 중순이 훌쩍 지나 시작하는 등 체력 안배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줄부상과 창단 첫 9위라는 참담한 성적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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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수들이 글러브 핸들링을 향상 시키기 위해 무릎을 꿇고 펑고를 받고 있다. 제공=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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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는 올해 체계적인 선수 육성을 위해 주요부문 어드바이저를 퓨처스팀에 도입하기로 했다. 마이너리그식 육성 시스템을 퓨처스리그에 접목해 선수뿐만 아니라 지도자 육성에도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40년간 쌓은 국내 코칭 시스템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 육성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훈련 프로그램의 다양화 차원에서는 바람직하다. 다만 아마추어 시스템이 미국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맹목적인 도입은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한화가 손혁 전 키움 감독을 코디네이터로 영입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내 선수들의 성장환경과 아마추어 훈련방식을 잘 알고 있어, 미국식 훈련법과 간극을 좁힐 적임자로 보인다.

선수 육성에 대한 절실함은 역설적으로 다양한 시행착오를 낳는다. 이 시행착오가 한국형 육성 시스템 구축의 밑거름이 될지, 하위권 구단의 혁신이 시험대에 올랐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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