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을 겪은 기업은행 사령탑으로 부임…자가격리 마치고 18일부터 지휘
김호철 IBK기업은행 신임 감독 |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여자배구 선수의 남편이자 아버지' 김호철(66) 감독이 여자프로배구 지휘봉을 잡았다.
김호철 감독은 IBK기업은행 사령탑으로 선임된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프로배구 여자부 감독이 된 건 처음이지만 여자배구는 익숙하다"며 "기업은행 감독 제의를 받고 고민했는데 (배구 선수 출신인) 아내와 딸이 힘을 줬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이날 "신임 사령탑으로 김호철 감독을 선임했다"며 "오는 18일 흥국생명과의 경기부터 김 감독이 팀을 지휘한다"고 밝혔다.
김호철 감독은 2023-2024시즌까지 기업은행을 이끈다.
기업은행은 최근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주전 세터 조송화가 무단으로 팀을 이탈하자, 기업은행은 11월 21일 서남원 전 감독에게 책임을 물어 경질했다.
이어 조송화와 함께 이탈했다가 복귀한 김사니 전 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기는 상식 밖의 인사를 했다.
김사니 전 감독대행은 단 3경기만 팀을 이끈 뒤 논란 속에 스스로 물러났고, 11월 기업은행에 합류한 안태영 코치가 '감독대행의 대행'으로 5일부터 팀을 임시 지휘하고 있다.
김호철 감독의 아내 임경숙(오른쪽) 씨와 아들 김준 |
김호철 감독은 지난달 가족이 머무는 이탈리아로 건너갔다.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기던 중 기업은행 구단으로부터 감독 제의를 받았고, 7일 귀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16일까지 자가 격리를 하는 김호철 감독은 18일 인천 흥국생명전부터 팀을 지휘한다.
김호철 감독이 여자부를 지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감독은 "지난 4일에 기업은행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며 "여자부를 이끈 적이 없어서 고민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 출신인 아내 임경숙 씨, 이탈리아에서 선수 생활을 한 딸 김미나 씨와 상담했다.
딸 김미나 씨는 김호철 감독에게 "아빠에게는 두 가지 얼굴이 있다. 한편으로는 무척 용맹하고 거칠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누구보다 자상하다"며 "두 가지 성격이 여자배구팀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원했다.
아내 임경숙 씨도 "잘 해낼 수 있다"고 남편을 격려했다.
김호철 감독은 "생각해보니 내가 여자배구를 아예 모르는 건 아니더라. 여자배구 선수의 남편이자 아버지로 오래 살았다"고 웃으며 "딸과 아내에게 많은 조언을 얻었다. 선수들의 말에 더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V리그 여자부에도 조언을 구할 사람이 많다.
김호철 감독은 "김형실 선배가 페퍼저축은행 감독으로 계시고, 강성형(현대건설) 감독 등 친분이 있는 후배들이 여자배구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며 "자주 묻고, 배움을 청하겠다"고 했다.
김호철 감독 |
현역 시절 이탈리아리그에 진출해 명 세터로 이름을 떨친 김호철 감독은 1995년 멕시카노파르마 클럽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서 감독으로 활약했던 김 감독은 2005년부터 현대캐피탈 감독을 맡아 2005-2006, 2006-2007시즌 V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2012-2013시즌 러시앤캐시 감독을 거쳐 2013-2014시즌에 현대캐피탈로 돌아갔고, 2014-2015시즌 종료 후 최태웅 감독에게 자리를 넘기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2017년 남자 대표팀 전임감독으로 부임한 김호철 감독은 2019년 프로팀 OK저축은행(현 OK금융그룹) 감독을 맡으려고 시도하다 발각돼 협회 스포츠 공정위원회로부터 '품위 훼손' 규정 위반으로 3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고, 2019년 5월 대표팀 사령탑에서도 물러났다.
2년 7개월 만에 코트로 복귀하는 김호철 감독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아직 기업은행 팀 상황을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그래도 (조송화 이탈과 김사니 감독대행 선임 문제 등) 이런 상황 자체가 벌어진 게 너무 안타깝다"며 "배구 팬들이 더 실망하지 않게, 배구 덕에 먹고 살았던 배구인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