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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탁구 유남규 딸 유예린, 세계 제패 '父傳女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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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유예린이 지난 24일 열린 ITTF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준결승 중국전에서 상대 서브를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유남규 한국거래소 감독(왼쪽)과 딸 유예린. IT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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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탁구 소녀들이 세계를 제패했다. 국제탁구연맹(ITTF)이 주최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그 중심에는 '탁구 황제' 유남규 한국거래소 탁구단 감독(56)의 외동딸 유예린(16·화성도시공사 유스팀)이 있었다.

유예린, 박가현(17·대한항공), 최나현(16·호수돈여고)이 출전한 한국은 25일(한국시간) 스웨덴 헬싱보리에서 열린 대회 19세 이하(U-19)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대만을 3대1로 제압하고 이 대회 첫 정상에 올랐다. 2003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가 창설된 뒤 한국 탁구는 2007년 정상은, 2013년 장우진 등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적이 있지만 여자 탁구에서는 단체전, 단식 등에서 우승자를 배출한 적이 없었다.

한국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지난 24일 열린 준결승에서 '만리장성' 중국을 넘으면서다. 탁구 세계 최강국 중국은 이 대회에서도 여자 단체전 7연패를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유예린이 이 경기에서 맹활약했다. 1게임에서 친위쉬안을 3대2로 눌러 기선 제압한 유예린은 게임 스코어 2대2로 팽팽히 맞선 5게임에서 쭝거만을 3대1로 제압하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중국 선수를 상대로 2전 전승을 거둔 유예린 활약에 한국은 중국을 게임 스코어 3대2로 꺾고 사상 처음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에서 유예린은 1게임에서 예이톈(대만)에게 1대3으로 패했지만 박가현이 2게임과 4게임을 모두 잡고, 최나현이 3게임을 승리하면서 단체전 우승을 확정 지었다. 딸의 경기를 한국에서 지켜본 유 감독은 25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작년에 이 대회에서 우승했던 중국 멤버들이 그대로 나왔는데 예린이가 두 경기를 모두 잡아서 정말 대견스러웠다"면서 "본인은 우승했어도 대만 선수에게 졌다고 경기가 끝나고 모바일 메신저로 무척 속상해했다. 내가 '단체전 우승했으니까 이 순간을 즐겨. 너 정말 잘했어'라고 다독이고 더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니까 힘을 내더라"고 말했다.

유예린은 1988년 서울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을 획득했던 아버지 유 감독의 DNA를 그대로 물려받은 듯하다. 주니어 시절부터 국내외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2015년 2월 탁구를 시작한 유예린은 연령별 전국 대회에서 꾸준하게 우승하더니 2022년 U-16 국가대표로 발탁돼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어 지난해 동아시아청소년선수권 단식 은메달에 이어 올해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유스 컨텐더 대회인 튀니지 17세 이하(U-17) 대회와 독일 베를린 U-17 대회도 연이어 제패해 한국 탁구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연령별 수준을 높여 나선 U-19 대회에서도 WTT 유스 컨텐더 알제리 대회 U-19에서 우승하는 등 올해 실력이 부쩍 성장했다.

유 감독은 주말마다 스파링 파트너를 자처하면서 딸을 돕고 있다. 유 감독은 "예린이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서도 아빠한테 연습하는 걸 도와달라고 먼저 얘기하더라. 나보다 더 연습벌레인 것 같다"면서 "연습량이 많아지면서 원래 장점인 백핸드 기술뿐만 아니라 포어핸드까지 좋아져 자신감이 부쩍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유예린은 베를린 U-17 대회에서 중국 선수를 3명 연속 격파하고 이번 대회에서도 중국전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하는 등 '만리장성 킬러'로 떠올랐다. 유 감독은 "예린이가 중국 선수를 만났을 때 부담을 갖지 않고 주눅 들지 않더라. 평소 언니 선수들이나 남자 선수들과 훈련하면서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맞붙는 걸 익숙하게 느끼는 것 같다"면서 "향후 1~2년 더 기술을 갈고닦고 경험을 쌓으면 충분히 성인 무대에서 '국내 1위' 신유빈의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예린은 2년 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릴 예정이다. 유 감독은 "딸한테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돼' '세계 1등을 해야 한다'고 안 한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한다. 많은 성과보다는 예린이 스스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면서 성장해가는 딸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그렇게 하다 보면 예린이가 마음속으로 잡았을 목표들을 하나하나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아버지이자 탁구 선배로서 많이 돕겠다"고 강조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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