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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현장 리액션] '영플레이어 후보' 설영우, "제가 받아도 될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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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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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울산] 오종헌 기자 = 기자회견에서 겸손한 태도를 보였던 설영우가 영플레이어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울산 현대는 5일 오후 3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38라운드(최종전)에서 대구FC에 2-0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승리에도 불구하고 울산은 리그 2위(승점74)에 그치며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울산이 원했던 역전 우승은 없었다. 전북 현대가 제주 유나이티드를 잡으면서 결국 우승컵을 차지했다. 하지만 울산도 홈 팬들 앞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올 시즌 3차례 맞대결에서 1승 2패로 대구에 열세였지만 이번 경기는 울산이 계속해서 주도권을 잡고 대구를 압박했다.

결과는 2-0 승리.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설영우가 있었다. 설영우는 전반 18분 원두재의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선제골을 터뜨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정교한 크로스로 오세훈의 헤더 추가골을 도왔다. 1골 1도움. 팀 득점에 모두 직접적으로 관여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경기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난 설영우는 "전북보다 불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치렀다. 시작하기 전에 선수들끼리 '우리 경기만 신경쓰자'고 얘기했다. 비록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팬들 앞에서 승리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이어 1골 1도움을 기록한 것에 대해서는 "포지션 자체도 그렇고 내가 골을 많이 넣은 선수가 아니다. 크로스가 좋은 선수라고 할 수도 없다. 어시스트도 많이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냥 열심히 뛰다 보니 좋은 기회가 온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이날 맹활약을 펼친 설영우를 두고 올 시즌 가장 많이 성장한 선수라는 평가를 남겼다. 설영우는 "이제 프로 2년 차인데 올해는 정말 축구를 시작하고 이렇게 개인적으로 좋은 1년을 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배웠고,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홍명보 감독님께 많은 것을 배웠고 올림픽이라는 좋은 무대를 경험하면서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스스로도 많은 성장을 이뤄낸 시즌이라고 평가했다.

홍명보 감독의 칭찬에 지금까지 설영우를 지도했던 감독들이 소환됐다. 올림픽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2020 도쿄 올림픽에 참가했던 김학범 감독, 지난 시즌까지 울산을 이끌었던 김도훈 감독까지 모두 입을 모아 설영우를 칭찬했다. 대표적으로 전술적 이해도가 높고 한국 축구가 꼭 키워야 하는 선수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설영우는 "울산에서도 그렇고 올림픽 축구대표팀에 차출되어 갔을 때 보니 좋은 선수들이 정말 많았다. 개인적으로 내가 뚜렷한 특색이 없다는 점이 단점일 수도 있지만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로 인해 경기장에서 튀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막아주고 남들보다 한 발 더 뛰는 헌신적인 플레이를 하게 됐다. 이것이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부분들을 감독님들께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답했다.

올 시즌 최종전은 같은 시간에 진행됐다. 그렇기 때문에 울산 선수들을 전북의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경기 도중 대구 팬들의 응원 섞인 박수갈채가 들렸다. 대구가 득점하거나 좋은 플레이를 펼친 장면이 아니었다. 바로 전북이 제주를 상대로 골을 넣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설영우는 동요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경기 도중 대구 팬분들이 환호하시길래 '전북이 이기고 있구나'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홈에서 진행된 올 시즌 마지막 경기였고 많은 팬분들이 오셨기 때문엔 실망감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할 일을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올 시즌 울산이 이전과 가장 달라진 점은 전북을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전북을 상대로 단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한 징크스를 극복한 셈.

이를 두고 설영우는 "작년에는 전북에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리고 중요한 시기에 포항을 만나 미끄러졌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님께서 부임하신 뒤 우리에게 전북을 만나면 마음가짐부터 지고 경기에 들어간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계속 강조하셨다. 자연스럽게 선수들도 이 부분을 신경쓰고 경기에 임했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홍명보 감독 부임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2020 도쿄 올림픽 최종 명단에 승선한 경험이 있는 설영우에게 A대표팀은 어떤 의미일까. 현재 파울루 벤투호 측면 수비를 책임지고 있는 선수는 홍철과 김태환이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설영우와 같은 울산 소속이다. 경쟁자인 셈이다.

설영우는 "국가대표팀 발탁은 모든 축구 선수들의 꿈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난 (홍)철이 형, (김)태환이 형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다. 형들과 한 팀에서 같이 뛰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노력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목표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올 시즌 K리그1 영플레이어상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설영우는 엄원상(광주FC), 정상빈(수원 삼성), 고영준(포항 스틸러스)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올라있다. 일각에서는 설영우와 엄원상의 2파전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기자회견 내내 겸손한 태도를 보였던 설영우가 이 질문에 처음으로 당찬 모습을 보였다. 설영우는 "올 시즌 개막부터 다른 목표를 생각하지 않았다. 오직 팀 우승만 바라보고 여기까지 왔다. 열심히 뛰다 보니 영플레이어상 수상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라. 처음 명단이 공개되고 후보들을 봤는데 모두 팀의 주축이고 잘하는 선수들이라 큰 욕심이 없었다. 하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돌아 보니 내가 받아도 될 것 같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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