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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혼내고 또 감동 주는 선배, 한화에 최재훈이 필요했던 이유 [엑: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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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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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제 옆에 있어 주세요, 많이 알려주세요' 그랬죠."

한화 이글스의 젊은 포수 허관회에게 올 시즌은 공수할 것 없이 많은 교훈을 남겼다. 그는 올해를 돌아보며 "기회를 정말 많이 주셨다. 생전 쳐보지도 않은 2번이나 지명타자로 나갔고, 외국인 선수 공도 많이 치게 해주셨다. 그런데 잘해야 한다 생각하다 보니 많아지는 고민을 털어내지 못한 게 후회라면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올해로 1군 통산 29경기에 나선 허관회는 "상황이 너무 다양했고 새로웠다. 포수인데 정신이 없어지는 상황이 생기니까 얼게 되는 것도 있었다. 경험이 없다 보니까 미숙한 모습이 보이고, 또 예민해지니까 그런 부분들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당시에는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버틸 수 있는 정도였고, 이제는 그 정도는 각오할 수 있는 경험이 된 것 같다"고 얘기했다.

아직 배워야 할 부분이 더 많은 허관회를 도운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선배 최재훈이었다. 허관회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재훈이 형한테 많이 혼났다.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시즌 초부터 오버페이스가 될 수 있으니 멈출 땐 멈추게 해주시고, 끌어올릴 땐 또 끌어올려 주셨다"고 전했다.

그는 "왜 이렇게 야구장에서 뻔뻔하지 못하냐, 야구는 매일 하는데 안 되면 종일 그것만 생각하고 대체 왜 그러냐 그런 거로 많이 혼났던 것 같다. 방을 같이 쓰는데 '오늘은 뭐가 문제였어' 물으시면 나는 한두 개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답을 못하는 거다. 호텔 들어올 때까지도 내가 그 상황에 빠져있으면 야구 생각 좀 하지 말라고 말하곤 했다"고 돌아봤다.

늘 혼나기만 한 건 아니었다. 허관회는 "재훈이 형이 다쳐서 갑자기 내가 카펜터와 스트레일리가 맞붙는 경기에 선발로 나간 적이 있다. 그냥 1경기일 뿐인데 나 혼자 머릿속으로 '양 팀 1선발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들어간 거다. 그날 결국 재훈이 형이 9회 나오긴 했는데, 경기 끝나고 '수고했어. 오늘 잘했어' 이렇게 메시지가 와서 감동을 받았었다"는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6월 15일 대전 롯데전, 이날 한화는 3-2로 승리했다.

허관회는 "재훈이 형이 말이 많이 없는 편이다. 야구장에선 뭐라고 안 하고, 잘했으면 호텔에서 조용히 '수고했다' 하시면 그게 그렇게 위로가 된다. '내가 드디어 최재훈한테 인정 받았구나' 이런 마음인 거다"라고 웃으며 "자기 거 하기 바쁘니 신경 안 써도 그만인데 시즌 초부터 많이 도와주셨다"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런 선배가 있다는 건 선수로서 행운이다. 허관회가 최재훈의 잔류를 기대하고 또 적극적으로 부탁한 건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특히 최재훈과 열 살 차인 허관회는 최재훈의 플레이를 보고 자랐다. "내가 프로가 된다면 재훈이 형의 모습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는 허관회는 "양의지 선배가 재훈 선배를 많이 챙겨줬다고 하더라. 자기는 꼬리만 쫓아갔다고 하길래 '저도 그럴게요' 했다"며 웃었다.

지난 겨울 최재훈의 제안으로 비시즌 훈련을 함께했던 허관회는 올해도 최재훈과 다음 시즌 준비를 같이할 계획이다. 인터뷰 당시에는 어떻게 될지 몰랐지만, 최재훈이 빠르게 한화와 계약을 마쳤다. "FA가 끝나면 많이 전수해주신다고 하셔서 기대도 된다"고 설렘을 드러냈던 허관회는 팀과 자신의 성장을 위해 최재훈과 함께 땀을 흘릴 예정이다.

아직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많다. 허관회는 팬들에게 꼭 전해달라고 당부하며 "1군에서 뛰면서 내가 많이 부족했다는 걸 알았고, 지금까지 야구를 잘하기 위해 해왔던 걸로는 야구를 잘할 수 없구나 느꼈다. 증명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구나 하는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다"며 "팬들이 크게 실망하셨을 것 같은데 죄송한 마음이 있다. 앞으로 재훈이 형 말고 다른 사람이 앉아도 욕먹지 않도록, 팬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할 테니까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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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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