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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연재] '이현우의 MLB+'

[이현우의 MLB+] '은퇴 선언' 버스터 포지, 명예의 전당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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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의 포수 중 한 명인 버스터 포지(3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은퇴를 선언했다.

포지는 5일(한국시간) 기자 회견을 통해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다고 밝혔다. 포지의 은퇴 결정이 놀라운 이유는 그의 나이가 아직 만 34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부터 가족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시즌 출전을 포기했던 포지는 2021시즌 복귀해 정규시즌 113경기에서 타율 0.304 18홈런 56타점 OPS 0.889를 기록, 소속팀 샌프란시스코(107승 55패)의 MLB 전체 승률 1위를 이끌었다. 그런 만큼 포지의 갑작스러운 은퇴 발표는 MLB 팬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번 은퇴 발표는 지극히 그다운 행동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조산으로 태어난 쌍둥이를 입양한 포지는 지난달 LA 다저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5차전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도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은퇴를 고려 중이라는 암시를 던진 바 있다. 포지는 올 시즌을 끝으로 2013년 맺은 8년 1억 6700만 달러(약 1980억 원) 보장 계약이 끝난다. 2022년 2200만 달러(약 261억 원)의 팀 옵션이 남아 있었고 실행 가능성도 높았지만, 포지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이 역시 없던 일이 됐다.

미국 조지아주 리스버그에서 태어난 포지는 리 카운티 고교 시절 유격수와 투수를 병행하며 3학년 때 타자로서 타율 0.462 14홈런 40타점, 투수로서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1.06를 기록하며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올-아메리카 팀에 선정됐다. 한편, 학업에서도 평균 학점 3.94을 받아 302명 중 4등으로 졸업했다. 2005년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많은 팀이 그를 주목했지만, 포지는 곧바로 프로 무대에 뛰어드는 대신 플로리다 주립대에 진학하기로 결심했고, 대학 2학년 때 마이크 마틴 주니어 코치의 제안으로 포수로 포지션을 옮겼다.

그리고 대학교 3학년이었던 2008년 타율 0.463 26홈런 93타점을 기록하면서 대학야구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 스파이크를 수상했다. 포지와 샌프란시스코의 인연은 이 해 시작됐다. 샌프란시스코는 2008년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던 포지를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지명하면서 구단 역사상 가장 큰 계약금인 62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그런 기대에 걸맞게 포지는 이듬해 상위 싱글A에서 시작해 트리플A로 승격해서도 준수한 성적을 거뒀고, 주전 포수인 벤지 몰리나의 부상을 틈타 9월 12일 빅리그에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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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포지의 활약은 잘 알려진 대로다. 2010시즌 주전으로 도약한 포지는 정규시즌 타율 0.305 18홈런 67타점 OPS 0.862를 기록한 데 이어 포스티시즌에선 샌프란시스코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면서 NL 올해의 신인상을 받았다. 2011년에는 끔찍했던 홈 플레이트 충돌로 45경기 만에 시즌 아웃됐지만, 2012년 샌프란시스코를 다시 한번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NL 올해의 재기상과 함께 MVP를 수상했다. 그리고 2014년, 매디슨 범가너와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면서 샌프란시스코에 3번째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지난 13년간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가장 중요한 마지막 순간엔 언제나 포지가 있었고, 같은 기간 그는 NL 올해의 신인상(2010년)과 NL MVP(2012년), 7번의 NL 올스타와 4번의 실버슬러거 그리고 골드글러브(2016년)와 NL 타격왕(2012년)이란 굵직한 수상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포지는 2011년 홈 플레이트 충돌로 입은 끔찍한 발목 부상 외에도 두 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오를 수준의 뇌진탕을 당했고, 고질적인 고관절 부상 끝에 결국 2018년 8월 수술을 받는 등 선수 생활 내내 고통과 싸워왔다.

버스터 포지의 수상 경력

NL 올해의 신인 (2010년)
NL MVP (2012년)
NL 타격왕 (2012년)
NL 골드글러브 (2016년)
NL 실버슬러거 x 4회(2012, 2014-15, 2017년)
NL 올스타 x 7번(2012-13, 2015-18, 2021년)
월드시리즈 우승 x 3번(2010, 2012, 2014년)

포지의 갑작스러운 은퇴는 분명히 샌프란시스코 전력엔 큰 타격이 될 것이다. 백업 포수인 커트 카살리가 있지만, 사실상 주전 포수를 맡기기엔 어려운 상황에서 샌프란시스코의 내년 주전 포수는 2018년 1라운드에 지명된 포수 유망주 조이 바트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다. 올 시즌 대부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바트는 트리플A 새크라멘토에서 67경기 타율 0.294 10홈런 OPS 0.831로 겉보기엔 포수치고 준수한 타격성적을 기록했으나, 새크라멘토가 속한 퍼시픽코스트리그(PCL)가 극단적인 타고투저란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바트의 OPS 0.831은 새크라멘토의 팀 OPS인 0.826과 큰 차이가 없었다. 21개의 볼넷을 얻는 동안 82개의 삼진을 당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선구안도 좋지 못했다. 물론 포수의 경우 뒤늦게 타석에서 만개하는 경우가 없진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포지의 공백은 공격력뿐만 아니라, 수비력과 리더십 및 존재감을 비롯한 수치로는 잘 표현되지 않는 부분에서 더 크게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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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의 은퇴를 둘러싼 이야기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역시 '명예의 전당'에 관련된 논쟁일 것이다. 공·수를 겸장한 엘리트 포수가 매우 드문 현시대에 포지는 야디어 몰리나와 함께 최고의 포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둘 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갖춘 포수지만, 굳이 나누자면 수비에선 몰리나(골드글러브: 몰리나 9회, 포지 1회)가 좀 더 뛰어났고 타석에선 포지가 더 나은 타자였다(조정 OPS: 몰리나 97, 포지 129). 하지만 '명예의 전당'을 논하는 데 있어 둘에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내구성'과 '누적 기록'이다.

몰리나는 18시즌을 뛰면서 2146경기(포수 2107경기)에 출전했고 내년 시즌에도 뛸 예정인 반면, 포지는 13시즌 동안 1371경기(포수 1093경기)에 나선 후 은퇴했다. 이 차이로 인해 몰리나는 포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타격 실력에도 2112안타 171홈런 998타점이란 마일스톤을 달성했지만, 포지는 1500안타 158홈런 729타점으로 '명예의 전당'의 최소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2000안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50년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타자 중 2000안타를 치지 못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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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포수 8명으로 좁혀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종의 장벽으로 인해 만 26세란 늦은 나이에 빅리그에 데뷔해 1958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은퇴한 로이 캄파넬라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은 모두 1900경기 이상 출전해 2000안타 이상을 기록하면서 200홈런 이상 1000타점 이상을 달성했다. 한편, WAR(승리 기여도)에서도 모두 50승을 넘겼을뿐만 아니라 피아자를 제외하면 모두 당대 뛰어난 수비력을 자랑한 포수들이기에 최신 수비 스탯을 반영해도 지금보다 WAR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포지가 첫 번째 투표에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확률은 높지 않다. 단, 누적 성적을 제외하면 포지에겐 여러 가지 장점도 있다. 먼저 포지는 3할이 넘는 통산 타율과 함께 OPS+(100이 평균) 129를 기록 중인데 앞선 8명 가운데 통산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하면서 OPS+ 130이 넘는 선수는 역대 최고의 공격형 포수' 피아자 뿐이다. 이 공격력 덕분에 포지는 카터, 피스크, 피아자, 시몬스는 타지 못했던 MVP(2012년)를 수상했다. 무엇보다도 포지는 주역으로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3차례나 차지한 경력이 있다.

따라서 포지는 첫 번째 투표에선 힘들지 몰라도 언젠간 결국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2024년 첫 번째 명예의 전당 투표 자격을 얻게 되는 조 마우어의 투표 결과는 (비록 2000안타 등 누적 기록에서 차이가 있지만) 포지의 명전 투표율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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