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승마 경기에 나선 아니카 슐로이(독일)의 모습 |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한 선수가 수영, 펜싱, 승마, 육상, 사격을 모두 치르는 근대5종에서 '복불복 말(馬)' 논란이 일었던 승마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국제근대5종연맹(UIPM)이 최근 집행위원회 투표로 근대5종 경기 중 승마를 제외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올림픽 관련 소식을 전하는 온라인 매체 인사이드더게임즈도 UIPM이 4일 관련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두 매체 모두 승마를 대신해 '5종'을 완성할 세부 종목으로 사이클을 거론했다.
근대5종은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전령을 전달하는 19세기 젊은 프랑스 기마 장교를 모델 삼아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림픽에선 1912년 스톡홀름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열렸다.
쿠베르탱 남작이 '근대5종 선수만이 올림픽의 진정한 선수로 불릴 수 있다'고 했을 정도로 상징성이 크지만, 5개 경기를 모두 치르다 보니 긴 경기 시간 등 난점이 적잖아 올림픽 '퇴출' 위기도 여러 차례 겪었다.
올림픽 잔류가 종목 위상과 직결되는 만큼 살아남으려 시간과 장소 이동,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변화를 거듭해오면서도 5개 종목 자체가 바뀐 적은 없다가 도쿄올림픽 이후 또 한 번 거세진 변화 요구에 '승마 제외'라는 강수가 등장했다.
올림픽 여자부에 출전한 아니카 슐로이(독일)가 승마 경기에서 탄 말이 장애물 넘기를 거부하는 등 말을 듣지 않아 '0점'을 받은 일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펜싱, 수영을 치른 뒤 선두를 달리던 슐로이가 승마 성적 탓에 순위가 30위 밖으로 밀려나며 메달과 멀어지자 말을 추첨으로 배정받아 20분 남짓 파악한 뒤 바로 경기하는 방식이 운에 크게 좌우돼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말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슐로이의 코치가 채찍질을 더 강하게 하라고 외치고 직접 주먹으로 말을 때린 점도 드러나면서 말과 제대로 교감할 시간 없이 채찍질해가며 달리게 하는 건 동물 학대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미 위태롭던 지위에 이런 논란까지 생기자 결국 UIPM이 생존을 위해 칼을 빼든 셈이 됐다.
도쿄에서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역사를 썼던 국내 근대5종계도 이런 변화를 신중하게 주시하고 있다.
대한근대5종연맹은 연합뉴스를 통해 "국제연맹의 불가피한 상황에 회원국으로서 공감한다"면서 "쿠베르탱 남작이 언급한 '가장 완성된 선수'의 요건을 충족하고, 글로벌 접근성과 보편성을 보장하며, 'MZ 세대'의 눈높이에도 맞는 흥미진진한 종목이 채택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맹은 "우리 선수들에게도 유리한 종목이 될 수 있도록 회원국으로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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