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서울대 한국대중문화아카이브사업추진단은 지난달 29일 세미나를 열고 <오징어 게임> 같은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보존·활용할 수 있는 아카이브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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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문화가 전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지만 창작물의 체계적 관리·이용을 위한 아카이빙은 미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류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한국 드라마·K팝·예능 프로그램·웹툰·게임 등 대중문화 아카이브 구축을 본격화할 때라는 제언이 나왔다.
서울대 한국대중문화아카이브사업추진단은 지난달 29일 서울대 시흥캠퍼스에서 세미나를 열고 대중문화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과제를 논의했다.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보존·활용가치가 큰 만큼 공적 주체가 표준화된 형식으로 이를 아카이빙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영화나 뉴스 콘텐츠는 아카이빙이 되고 있지만 가요, 예능, 드라마 등 다른 대중문화 콘텐츠는 산발적으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추진단장인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발제에서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언급하며 “한국 콘텐츠는 극심한 조건 속에서도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보편적 스피커의 위치에 서게 됐다”면서 “한국 대중문화가 현재와 미래 자산으로서 큰 활용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세계의 한국학 연구자들과 한국어 교육자들이 연구·교육에 활용할 한국 대중문화 정보와 아카이브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시청각 유산들이 체계적 보호 없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에서 무작위로 도용되고 있다”는 게 홍 교수가 지적한 현실이다. 그는 유튜브를 대표적 예로 들었다. 유튜브는 동시대 영상 유통만 목적으로 하는 플랫폼인데, 거기에 일국의 대중문화 콘텐츠 아카이빙을 맡기겠다는 안일한 발상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술적 과제는 박춘원 한국외국어대 정보·기록학과 겸임교수가 정리했다. 박 교수는 영상 자료 아카이빙을 위해 각 콘텐츠의 메타데이터(데이터에 관한 구조화된 데이터)가 생성돼야 하고, 자료의 용량이 방대한 만큼 이를 인공지능(AI) 기술로 해결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KBS·MBC·SBS 지상파 3사가 각자 콘텐츠를 아카이빙하기 위한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이 경우 아카이빙이 표준화되지 않아 통합 활용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국제 상업적 영상라이브러리연합(FOCAL)에는 영국·미국·캐나다·스웨덴·일본·싱가포르 등이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는 국립시청각연구소(INA)가 관계법에 근거해 콘텐츠를 받아 관리하고 있다. 벨기에는 파편화된 아카이빙을 공적 기관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연결하고 있다.
홍 교수는 1일 기자와 통화하며 “한국 대중문화를 연구하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학을 선택하는데, 유튜브에 올라온 허술한 콘텐츠들을 텍스트로 가져다 써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양질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으려면 공적 사용이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한류를 오래가게 할 방법”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한국 드라마의 현재 형태는 시청자들이 시청률로 경쟁을 시키면서 만들어졌고, 대중문화에는 우리의 취향과 공통의 기억이 녹아 있다”며 대중문화 콘텐츠의 공적 성격을 강조했다. 저작권 문제에 관해서는 메자닌 형태, 즉 고품질이 아닌 중간 품질의 영상을 활용하는 방안을 말했다. 중간 품질의 영상으로 아카이빙을 구축해 검색에 활용하게 하고, 실제 이용은 저작권자로부터 고품질 콘텐츠를 받아서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저장 공간이 절약되는 장점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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