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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흔들린 방향성…서튼 체제로 시작했다면, 올해 롯데는 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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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롯데 주장 전준우와 래리 서튼 감독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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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부산, 조형래 기자] 구단 운영의 방향성을 정하는데 방황하지 않았다면 올해 롯데 자이언츠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됐을까. 가을야구 탈락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왔지만 만약, 올해 롯데가 프런트와 현장의 운영 방향성이 2021시즌 시작부터 같았다면 더 높은 순위에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을까.

롯데는 지난 2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이로써 롯데는 가을야구 진출을 위한 모든 경우의 수가 사라졌다. 2017년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좌절의 쓴맛을 맛봤다.

올 시즌의 롯데는 두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30경기를 치른 시점, 그리고 올림픽 휴식기를 들 수 있다. 30경기 시점, 12승18패였던 롯데는 허문회 전 감독을 경질했다. 그리고 래리 서튼 퓨처스팀 감독을 1군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지난해 선임한 허문회 감독과 성민규 단장 사이에서 불편한 기류가 형성됐다.

구단 운영의 방향성에서 대립이 계속됐다. 포수 기용 및 1,2군 선수단의 교류와 활용, 트레이닝 파트와의 소통 부재 등 여러 방면에서 대립했다. 허문회 감독의 경질로 프런트의 방향성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은 이유로 누구를 탓할 수 없었고 양 측 모두에 책임 소재가 있었다.

만약 지난해 프런트와 현장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고 삐걱거렸다면 과감하게 리더십의 변화를 선택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 겨울 사령탑 교체의 분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변화 없이 시즌을 시작했고 갈등의 골은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30경기 시점에서 결단을 내리고 래리 서튼 감독으로 교체했다.

이후 새롭게 구단 운영의 방향성을 선수단에게 주지 시키고 선수단을 재편하는 등 비시즌, 스프링캠프에 수반되어야 하는 작업을 정규시즌 중에 수행해야 했다. 5월 11일 래리 서튼 감독이 처음 1군 벤치에 앉은 뒤 첫 15경기에서 3승 11패 1무의 성적은 서튼 체제에서 초반 방향성 정립에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를 대변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선수단이 온전하지 못했던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고 6월 이후 반등을 시작했다. 탈꼴찌에도 성공했다. 그리고 올림픽 휴식기를 맞이했다. 약 한 달 가량의 올림픽 휴식기 동안 서튼 감독 체제의 롯데는 선수단을 정비하고 스프링캠프 때 하지 못했던 과정을 수행했다. 기본기 훈련, 디테일을 갖추기 위한 훈련 등을 소화했다. 서튼 감독의 야구관을 선수단에 입히는 시기였다.

그러자 후반기 반등했다. 5위권과 격차를 좁히기 시작하면서 가을야구 진출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위치까지 도약했다. 중위권 구단을 위협할 수 있는 팀이 된 것. 전반기가 끝났을 때 5위권과 승차는 6.5경기, 한 단계 앞에 있던 7위 두산과 승차도 4경기에 달했지만 이러한 간극을 대부분 좁혔다. 그러나 벌어진 차이는 컸고 이후 연일 이어지는 강행군과 함께 막판 동력을 잃었다.

현재 서튼 감독이 사령탑에 앉고 성적은 111경기 52승 51패 8무.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다. 잔여경기 3경기에 따라 최종 승률이 달라질 수 있지만 1경기만 승리하면 최소 5할 승률은 확보할 수 있다. 만약 서튼 감독이 시즌 시작부터 지휘봉을 잡았다면 현재 롯데는 어느 위치에 있었을까.

일전, 서튼 감독에게 ‘만약 시즌 시작부터 감독을 맡았다면 어떤 지점이 달라졌을까’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는 “가상의 상황이고 내가 생각한 부분들이 있지만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라면서도 “내가 부임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감독으로서 선수단의 신뢰를 얻는 기간도 필요했다. 선수들이 다른 스타일의 야구를 이해하는 시간도 필요했다”라며 새로운 롯데가 자리잡는데 시간이 걸렸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어 “올림픽 휴식기 동안 우리의 야구관을 만드는데 올인했고 성적을 냈다”라며 “올해를 기반으로 내년에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올해 만든 선수단으로 더 나은 내년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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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래리 서튼 감독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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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올 시즌은 끝났고 내년 서튼 감독이 계속 지휘봉을 잡게 된다면 롯데 야구 스타일은 더욱 극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비시즌 손아섭, 정훈 등 내부 프리에이전트 선수들의 거취에 따라 선수단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서튼 감독은 “우리 팀의 정체성이 많이 성장했다. 클럽하우스 문화, 경기 내용 모두 성장했다”라면서도 “우리 팀은 타격적인 면에서 좋은 팀이지만 운동 능력이 좋은 선수들, 빠른 선수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우리는 느린 팀이기도 하다. 베이스러닝으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번트나 포구, 수비 위치 선정 등 성장했지만 앞으로 더 발전해야 한다. 질이 높아졌다고 생각하지만 더 좋아질 것이다”라면서 디테일의 향상과 개선을 강조했다.

일단 1,2군의 선순환이 이뤄졌고 유망주들의 1군 등용 등 사령탑 교체 이후 현장과 프런트의 방향성이 일치했다. 어느 정도의 성과를 만들었다. 그러나 시즌 초반 흔들리고 방향성이 방황했던 시간들이 롯데에는 더 아쉬움으로 남을 시즌이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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