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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중계방송사의 '손해배상' 요청, '상품가치'에 답있다[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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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관중이 들어찬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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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결국 ‘상품의 질’에 관한 문제다. 서로의 입장 차는 있지만, KBO리그의 질적 하락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공감대는 있다. 리그 수준 저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구단뿐만 아니라 아마추어의 선수 육성 시스템까지 들여다봐야 할 문제다. ‘손해배상 요청’이라는 상징적인 단어가 내포한 진짜 의미는, KBO리그가 더이상 KBO와 10개구단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프로야구 중계방송 4사(MBC스포츠+ KBSN스포츠 SBS스포츠 SPOTV)는 지난 25일 KBO에 손해배상 요청서를 보냈다. 수신자는 KBO와 마케팅 자회사인 KBOP, 10개구단 대표이사이고, 각 구단 홍보팀장을 참조로 포함했다.

주요 내용은 알려진대로 ‘도쿄올림픽 브레이크를 앞두고 일부 선수들의 술자리 파동으로 리그가 중단됐고, 국민 여론 악화로 프로야구의 인기가 급락한 데 따른 중계방송사의 손해가 막대하니, 책임있는 배상 방안을 수립해 달라’이다. 소송을 한다거나, 배상을 어떤식으로 해달라는 등의 구체적인 요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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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이 프리미어12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2015년만 해도 KBO리그는 흥행 보증수표로 불렸다.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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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이라는 단어 때문에 중계방송사와 KBO간 갈등이 폭발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중계방송사도 KBO리그의 파트너이기 때문에 협의로 갈등을 봉합할 여지는 남아있다. KBO는 26일 이사회에서 이 부분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법리적 해석을 포함해 다각도로 검토해 상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 정도로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가 보낸 공문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숫자가 있다. 올시즌 전반기 평균 시청률은 0.775%로 전경기 중계 시대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림픽 참패 이후 재개한 후반기에는 0.543%로 급감했다. 평균 1.5%, 최고 시청률 3%를 웃돌던 영광이 거품처럼 사라졌다.

일부 스포츠채널은 존폐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비 절감을 위해 구장에 배치하는 카메라 대수를 줄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야구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든 것은 치명타다. 방송사 입장에서 KBO의 대책을 요구하는 게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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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고척스카이돔 외야 관중석.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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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지금에 와서 리그 중단의 절차적 정당성 여부를 들여다보는 것은 논란만 가중시키는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사회를 통해 의결한 사안을 뒤집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야구 인기가 증가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전경기 중계였다. KBO리그 발전과 흥행을 위한 주요 파트너인 방송사와 일정 중단에 관한 논의를 한 번은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방송사의 아쉬움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주장이다. KBO측도 이런 주장에 충분히 공감하고, 방송사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야구가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상생도 가능하다는 건 이견이 없다.

프로야구라는 콘텐츠로 먹고 사는 중계방송사가 ‘손해배상’이라는 이름으로 일단 돌을 던졌다. 이 돌 하나가 만신창이가 된 KBO리그에 재생의 밀알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0개구단뿐만 아니라 뛰어난 선수들이 기본기를 착실히 다질 수 있는 풀뿌리 다지기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상품의 가치가 높으면 돈은 자연스럽게 모인다. 이 상품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절실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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