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운 문화팀 기자 |
최근의 K팝처럼 고대에도 한류(韓流)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신라의 입호무(入壺舞)가 큰 인기를 끌었다. 입호무는 두 개의 항아리에서 상체와 하체가 각기 따로 움직이는 공연으로 오늘날 서커스와 비슷한 공연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2세기 일본에서 유행한 공연을 기록한 『신서고악도』에도 입호무 관련 기록이 남아있다.
중국에서는 고구려 음악과 무용이 유행했다. 수나라를 건국한 수 문제는 칠부악(七部樂)을 제정한 것으로 유명하다. 칠부악은 황제의 위엄을 높이기 위해 만든 7가지 궁중 음악이다. 이 중 하나가 바로 고구려의 음악인 고려기(高麗伎)다. 수나라를 이은 당나라 때는 십부악(十部樂)으로 확장됐는데 이때도 고려기가 포함됐다.
역지사지 |
당나라 때 어사대부 양재사라는 인물이 공적인 연회에서 자줏빛 도포를 입고 고구려 춤을 추었다는 중국 사료 『구당서』의 기록은 오늘날 중국이나 일본에서 유명인들이 K팝을 따라 하며 유튜브 등에 올리는 것을 연상케 한다. 이후 편찬된 『신당서』 저자들은 “고구려의 춤은 호선무인데 바람처럼 빠르게 돈다”고 적었다. 고려기는 당시 초원지대에서 발달한 서역 국가들의 춤과 음악을 수용해 고구려가 독창적인 해석을 가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K팝은 일본에서 시작한 댄스 기반의 아이돌 음악을 1990년대 한국에서 도입하며 출발했다. 2000년대 토착화 과정을 거치며 한국만의 빠르고 역동적인 비트와 ‘칼군무’로 세계시장으로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 모방과 창조의 DNA는 이미 그때부터 발달했던 것 같다.
유성운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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