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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뉴스+] 경단녀 울린 '인간실격'…시청률보다 뜻깊은 메시지와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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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2회 앞두고 1% 시청률 불구…시청자 호평 왜?

아무것도 되지 못한 사람들의 삶…현실 시청자 위로

완성도 손색 없어…전도연·류준열 대사, 연기에 공감

시청률 낮지만 OTT상 인기…"드라마 스펙트럼 넓혀"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JTBC 토일드라마 ‘인간실격’이 저조한 TV 시청률에도, 2030 젊은 세대 및 육아 등으로 경력단절을 겪고 있는 여성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울림을 주며 ‘현실 힐링 드라마’로 떠올랐다.

지난 9월 초 방송을 시작한 ‘인간실격’은 한국 멜로 영화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허진호 감독과 멜로 영화 각본의 대가 김지혜 작가가 드라마로 처음 의기투합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JTBC가 10주년 특별기획으로 야심 차게 준비한 작품에, 영화계 톱배우 전도연과 류준열이 펼치는 첫 로맨스 호흡으로도 방송 전부터 대중의 큰 관심을 모았다. 두 배우를 극장이 아닌 TV에서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대가 컸지만, 정작 ‘인간실격’의 시청률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종영을 불과 2회 앞둔 현재까지 1%대의 늪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직접 본 시청자들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현실의 어두운 단면과 폐부를 극에서도 마주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높은 작품적 완성도와 메시지로 드라마 시장의 스펙트럼을 또 한 번 넓혔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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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녀 울린 ‘인간실격’.. 의미있는 메시지와 울림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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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대 고전…시청자 사이에선 호평

‘인간실격’은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길을 잃은 여자 부정(전도연 분)과 결국 아무것도 못 될 것 같은 자기 자신이 두려워진 남자 강재(류준열 분)의 위로와 연대를 담은 작품이다. 여주인공 부정은 40대 여성의 슬픈 초상을 지닌 인물이다.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에 부딪혀 되지 못했고, 누군가의 대필작가라도 되려 했지만 이마저 커리어를 잃어 가사도우미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가정에서도 그리 행복하지 않다. 유산의 아픔을 겪은 뒤 남편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하고, 시어머니와는 사사건건 부딪힌다. 자신이 너무 사랑하는 친아버지마저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인다.

남주인공 강재의 삶도 다르지 않다. 돈을 많이 버는 부자가 되고 싶지만 역할 대행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나가는 자신을 ‘하류 인생’으로 표현하며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한다. 그런 두 사람이 서로 우연한 만남을 거듭하다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는다. 허진호 감독과 김지혜 작가는 공감에서 연민, 나아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게 된 두 사람의 일상을 각각 조명하면서, 이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주인공 두 사람의 어두운 내면, 주변 인물들의 말 못할 애환과 현실을 들춰내는 과정에서 극의 분위기가 무거워지다보니 폭넓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진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 첫 방송 당시 시청률만 해도 4.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플랫폼 가구 기준)를 기록했지만, 쭉 하락세를 겪다 5회부터 14회까지 마친 현재까지 줄곧 1%대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다만 끝이 가늠되지 않는 취업 전선, 육아 및 코로나19로 인한 경력단절 등 실제 삶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시청자들에겐 이 드라마가 씁쓸하면서도 따뜻한 위로와 힐링으로 다가온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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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인간실격’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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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지표 예전같지 않아…“스펙트럼 넓혀”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및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톡, 게시판에는 “세상에 태어나 아무것도 못 됐다”며 눈물 흘리고, 과거 유산한 기억을 떠올리며 “비교할 수도 없이 작은 일로 내내 지옥같은 시간 속에 있었다”는 부정의 대사와 역할 대행 일을 하며 “돈이 곧 사랑이야”, “하루에도 몇 번씩 호박 마차에 올라탄다. 최선을 다할수록 허무해지기도 하지만 돈도 벌고 싶고, 다른 할 일도 없고, 외로우니까 이 일을 계속 한다” 등 씁쓸히 내뱉는 강재의 대사들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시청자 박윤화(38, 가명) 씨는 “초반에는 어떤 내용인지 이해조차 쉽지 않았지만 매회 천천히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니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에 박혀있다”며 “육아로 인해 좋아하던 일의 경력단절을 겪고 콜센터에서 일하고 있는데 부정의 입장이 이해가 가서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쟁쟁한 동시간대 프로그램들과 시청자들이 금세 채널을 돌리는 TV 시청 환경상 시청률은 낮지만, 입소문을 타고 티빙에서 ‘인기 시청 콘텐츠 TOP10’ 안에 드는 등 OTT상 역주행 조짐도 보이고 있다.

또 TV 시청률이 예전처럼 의미 있는 지표로 남아있지 않는 만큼, ‘인간실격’을 내세운 JTBC의 선택이 작품 다양성 확보 및 스펙트럼 넓히기를 위한 한 발 앞선 전략이라는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작품성 자체로 놓고 보면 충분히 완성도가 있고 대사, 연출로 표현되는 감정선도 상당히 상세한데다 메시지가 주는 진정성도 큰 작품”이라면서도 “다만 많은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재미를 위주로 소구되다 보니 현실과는 다른 사이다 전개나 자극적 장면, 확실한 러브라인 등이 주말 안방극장에서 인기를 얻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간실격’이 주는 메시지나 극의 분위기는 그에 비해 다소 무거워서 TV 시청률 경쟁에서 두각을 드러내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국내 드라마 시장의 완성도와 발전에 있어서 선택지의 스펙트럼을 넓히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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