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또 터진 사생활 논란
검증 거쳤다더니 교훈 부족했나
[텐아시아=정태건 기자]
'1박 2일' 출연자였던 가수 정준영(위)와 배우 김선호/ 사진=KBS2 제공 |
≪정태건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KBS2 '1박 2일 시즌4'(이하 '1박 2일')가 또 한 번 사생활 논란으로 고정 멤버를 떠나보냈다. 직전 시즌 일부 멤버의 사생활 문제 때문에 폐지론에 휩싸일 정도로 큰 위기에 빠진 전력이 있음에도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단순히 운이 나빴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1박 2일' 제작진은 20일 "최근 논란이 된 김선호 씨의 하차를 결정하게 됐다"며 "이미 촬영된 방송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편집해 시청자분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김선호가 전 여친에게 혼인을 빙자하고, 낙태를 종용했다는 폭로 내용에 대해 인정하자마자 이러한 공식 발표가 나왔다. 앞서 김선호는 "그 분과 좋은 감정으로 만났다. 그 과정에서 저의 불찰과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그 분에게 상처를 줬다"며 사과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1박 2일' 제작진을 향한 동정론이 나온다. 김선호 개인의 사생활 논란이 '1박 2일'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수많은 배우 중에서도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적었던 그를 발탁한 건 제작진이다. 본인들의 선택에 대해 책임이 따르는 건 당연한 이치다.
특히 '1박 2일' 시즌4는 많은 우려와 부담감 속에 출발했다. 직전 시즌 멤버 정준영이 불법 촬영 및 유포 의혹에 휩싸였고, 차태현과 김준호의 내기 골프 논란이 알려지면서 제작이 중단됐다. 당시 정준영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불러왔기에 그의 출연 분량은 다시보기에서 모두 삭제됐다. 그럼에도 '1박 2일' 폐지 청원이 쏟아질 정도로 여론은 안 좋았다.
이에 '1박 2일' 팀은 시즌4 멤버 섭외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2019년 12월 첫 방송을 앞두고는 출연자 검증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이재우 예능센터장은 "제작진 차원에서도 검증을 거치되, 공식적인 자문기구나 검증 위원회가 있어야 정당성이 확보돼 출연진 자문회의를 준비하고 KBS 시청자 위원회와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전과 같은 논란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고민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서 더 신중하게 출연진을 섭외했고, 관리 측면에서도 좀 더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검증을 통과한 멤버들이 모였다지만 김선호의 논란으로 제작진의 노력은 물거품됐다.
'1박 2일'에서 하차한 배우 김선호/ 사진=KBS2 제공 |
이황선 CP는 지난 시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 얼굴을 찾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했던 제작진은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은 인물을 찾았고, 그렇게 섭외된 멤버가 김선호다.
예능이 낯설었던 김선호는 기존 '1박 2일'의 느낌을 지우기 위한 최적의 인물이었다. 제작진은 그에게 '예뽀(예능 뽀시래기)'라는 캐릭터를 잡아주며 적응을 도왔다. 그가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만드는데 제작진이 큰 공헌을 한 셈이다. 최근에는 김선호가 출연하는 tvN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인 포항과 가까운 곳으로 여행지를 선정하는 등 그를 배려하며 살뜰히 챙겼다.
김선호도 '1박 2일' 출연 이후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tvN 드라마 '스타트업'부터 최근 종영한 '갯마을 차차차'까지 그가 출연한 드라마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그가 오랜 연극 생활을 바탕으로 연기력을 갖춘 배우라고 한들, '1박 2일'을 통해 쌓은 인지도가 주연배우로 캐스팅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건 분명하다.
결국 '1박 2일'은 본인들이 키운 스타의 논란으로 또 다시 위기를 자초했다. 최근 몇 달간 시청률이 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순탄했지만 김선호의 하차로 큰 변곡점을 맞았다. 향후 촬영과 멤버 구성에 대해서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
철저한 출연자 검증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 이훈희 KBS 제작2본부장은 과거 "저희가 청문회하듯이 (검증)할 수 없고 자칫 잘못하면 뒷조사가 될 수 있다"며 "합법적인 틀 안에서 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좋지 못한 선구안을 누굴 탓하랴. '1박 2일'은 지난 시즌에도 사생활 논란으로 떠나보냈던 정준영을 복귀시켰다가 수년 뒤 더 큰 화를 입었다. 출연진 논란에 발목 잡힌 게 아니라 제 발에 걸려 넘어진 꼴에 가깝다.
하필 '1박 2일'에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뼈를 깍는 고통을 감내하며 시스템 전체를 재검토하지 않으면 출연자 논란이 터질 때마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수 없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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