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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한화, 지금 팬들과 싸울 땐가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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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유망주로 꼽히는 덕수고 투수 심준석을 놓고 한화 팬심이 후끈 달아 올라 있다. / 사진=박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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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와 팬들 사이에 이상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팬들 가운데 일부가 SNS 등을 통해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게 “제~발 꼴찌 해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충성도 높은 한화 팬들이 왜 이럴까?
올해 최하위를 하면 내년 신인 드래프트서 1순위 지명권을 갖는다. 내년 대상자 가운데는 심준석(17·덕수고)이라는 걸출한 강속구 투수가 있다. 현재로는 1순위로 가장 유력하다. 내년부터 지역 연고가 없어진다. 따라서 꼴찌를 하면 심준석을 데려 올 수 있다.

기왕 올해 농사를 포기했으니 그 대가로 심준석을 확보하자. 그런데 최근 한화는 자꾸 이기고 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한화는 최근 10경기서 5할 승률(5승1무4패)을 웃돌았다. 9위 KIA는 딱 5할(5승5패).

한화는 후반기 시작할 때만해도 9위 KIA와 4.5경기 차로 넉넉히 꼴찌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런데 27일 현재 3경기차로 좁혀졌다. 이러다간 정말 골든크로스도 가능하다. 9위를 하면 심준석은 KIA 유니폼을 입게 된다. 다급해진 한화 팬들이 수베로 감독을 채근하는 이유다.

웃기지만 슬픈 얘기다. 꼭 이래야 하나. 한화는 리빌딩 중이다. 내년 시즌을 대비해서 이기기보다는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그래도 이기면 어쩔 수 없다. 일부로 져 줄 수는 없다. 그러다간 정말 큰 일 난다.

이기려 애쓸 땐 지고, 지려고 작정하니 자꾸 이긴다. 그럼 이겨야 한다. 신인 중심으로 2군 선수를 기용하고도 이기면 그 분위기를 내년까지 몰고가면 된다. 심준석 하나 잃는다고 우승 못하는 건 아니다. 이기는 DNA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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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목되는 덕수고 심준석이 지난 3월 부산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린 제8회 전국명문고야구열전에서 역투를 하고 있다. / 사진=박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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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제에 드래프트 방식을 바꾸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외국인 감독은 떠나면 그만이라 무조건 이기려하지만 국내 감독이면 구단과 짝꿍이 돼 정말 지려고 들 수 있다. 현재 드래프트 방식이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태다.

팬들에게 손가락질 받은 후 제도를 고치려들면 이미 늦다. 일본 프로야구는 1순위 선수를 구단별로 선택한다. 겹치게 되는 경우만 추첨으로 결정한다. 2순위부터는 전년도 성적 역순이다. 한국 프로야구와는 1순위만 다르다. 나름 일리 있다.

메이저리그는 국내와 똑같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1~10 순위 선수의 차이가 크지 않다. 야구선수라도 고교, 대학 시절 공부를 병행하기 때문에 입단 이후 성장의 폭이 크게 차이난다. 따라서 특정 선수를 얻기 위해 ‘져주기’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팬이나 언론이 용서하지 않는다.

한국프로농구(KBL)는 28일 신인 드래프트를 실시했다. 순위 정하는 방식이 꽤 합리적이다. ‘심준석 리그’를 방지하기 위해 꼴찌를 한다고 무조건 1순위를 주지 않는다. ‘심준석 리그’는 하위권 팀들이 1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고의로 전력을 다하지 않는 것을 빗댄 말이다.

KBL의 방식은 추첨이다. 일본 프로야구와 다른 점은 10개팀 중 하위 4개팀, 중상위 두 팀, 중하위 두 팀, 2위, 1위 팀의 기회 요건이 각각 다르다. 통 안에 200개의 공을 넣고 하위 팀은 32개(16%), 우승팀 1개(0.5%)로 차별한다. 나름 합리적이면서 흥미를 유도하는 좋은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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