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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성공적 데뷔 한화 남지민, 대형투수로 성장할 잠재력 넘친다 [정민태의 Pit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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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화 이글스 우완 유망주 남지민(20)의 1군 데뷔전은 매우 훌륭했다. 다음 등판은 물론 내년 시즌이 벌써부터 기대가 될 정도로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남지민은 23일 수원 kt 위즈전에 선발등판해 3이닝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스플리터까지 여러 구종을 효과적으로 던졌다.

필자는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로 재직했던 지난해 신인으로 입단한 남지민을 눈여겨봤었다. 남지민은 좋은 체격 조건에 기본 이상의 제구력,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는 배짱까지 대형 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두루 가지고 있었다.

비록 팔꿈치 수술로 1군 데뷔가 동기생들보다 늦어졌지만 다행히 순조롭게 재활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1위팀 kt를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과감하게 승부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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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프로 데뷔 첫 1군 등판을 마친 한화 이글스 우완 남지민.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지난해 최고구속 148km를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날 스피드가 3~4km 정도 덜 나왔지만 이 부분은 점차 등판 횟수와 투구수를 늘려가면 자연스레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프로 입단 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본래 구속을 되찾기까지 1년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남지민도 스스로 부상 재발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는 시기가 분명 올 텐데 그때까지 너무 전광판에 찍히는 숫자를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지민은 실전 공백 극복은 물론 변화구 구사 능력 향상도 눈에 띄었다. 구종이 다소 단조로운 편이었는데 2군에서 열심히 훈련한 끝에 1군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공을 뿌릴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신인왕에 올랐던 kt 소형준(20) 이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스플리터의 경우 낙폭과 빠르기 모두 좋았다. 필자는 어린 투수들이 팔꿈치에 무리가 크게 가는 포크볼을 던지는 건 반대한다. 포크볼은 손을 완전히 공에 끼우고 던지기 때문에 실전에서 던지기도 어려운 데다 직구 구위 하락의 위험도 높다.

반면 스플리터는 다르다. 포크볼보다 손을 덜 벌려서 공을 잡을 수 있어 습득이 용이하고 팔꿈치에 가해지는 피로가 훨씬 적다. 팬들께서는 투심 패스트볼과 포크볼의 중간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남지민이 이날 던진 건 포크볼이 아닌 스플리터였다. 포크볼보다 떨어지는 폭은 크지 않지만 구속은 3-4km 정도 빠른 장점이 있다. 남지민은 1군에서 충분히 결정구로 삼을 수 있는 스플리터를 보여줬는데 조금만 더 완성도를 높인다면 위력적인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kt 선발투수 배제성(26)의 피칭도 뛰어났다. 중간중간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3피안타 5볼넷으로 여러 위기가 있었음에도 1실점도 내주지 않았다.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워낙 위력적이기도 했지만 볼넷 허용 이후 빠르게 투구 밸런스를 되찾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좋은 투수는 순간적으로 제구가 흔들려도 다음 타자와의 승부에서는 스트라이크를 구사한다. 배제성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성장세가 빠르다.

최근 몇 경기에서 승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남은 시즌 무난히 10승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타선 지원이 부족해 승리를 따내지 못하더라도 흔들림 없이 최적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kt 필승조 박시영(32), 주권(26), 김재윤(31)의 경기 후반 피칭은 왜 kt가 1위팀인지를 보여줬다. 한화의 추격을 완벽하게 막으면서 리드를 잘 지켜냈다. kt는 타격, 수비, 주루는 물론 마운드까지 탄탄하다. 호락호락하게 패하지 않는 강팀의 면모가 느껴졌다.

개인 통산 100세이브를 달성한 김재윤에게도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프로에 와서 투수로 뒤늦게 전향한 뒤 여러 경험을 쌓은 게 이날 결실을 맺은 것 같다. 다만 직구를 던질 때 조금만 더 강한 임팩트를 줘서 공 끝이 더 살아난다면 kt의 클로저로 롱런할 수 있을 것이다.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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