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으로 주요활동 이미 봉쇄·시장 다변화…영향 제한적" 관측도
지민 생일축하 사진과 문구로 장식된 제주항공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있다. |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오보람 기자 = 중국 정부의 대중문화 고강도 규제로 현지에서 이른바 '홍색 정풍 운동'이 벌어지면서 K팝 산업계도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보복으로 시작된 한한령(한류제한령) 영향이 이미 장기간 이어져 온 터라 최근의 규제로 새롭게 입을 타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방송 규제기구인 광전총국은 지난 2일 '문예 프로그램과 그 관계자 관리를 가일층 강화하는 데 대한 통지'를 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의 출연을 원천 봉쇄하고 빗나간 팬덤 문화를 억제하겠다는 등의 방침을 밝혔다.
이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가 방탄소년단(BTS), NCT, 엑소 등 그룹과 개별 멤버 등 21개 한국 연예인 팬 계정에 대해 30일 정지 조치를 취했다.
중국은 2016년 한한령이 내려지기 전까지 국내 연예계가 모두 뛰어든 한류 주력 시장이었다.
한한령 이후에도 중국에는 여전히 K팝 팬덤이 대규모로 존재했다. 이들은 거액을 모금해 좋아하는 아이돌의 생일 이벤트를 하거나 앨범을 대량 구매하는 등 위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세계 유명 랜드마크나 교통수단을 아이돌 얼굴로 뒤덮는 '초대형' 스케일로 화제를 모으곤 하는 생일 광고도 이들의 작품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팬덤의 이른바 '비이성적' 소비를 단속하겠다고 나선 만큼 중국 내 K팝 팬 문화도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BTS 멤버 지민의 중국 팬들이 지민 사진으로 뒤덮은 항공기를 띄웠다가 웨이보 계정이 정지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7일 중국의 스타 추종 문화는 한국이 근원으로 당국이 벌이는 연예계 정화 캠페인에서 한국 스타들이 예외가 될 수 없다며 "한국 아이돌 팬덤에 대한 규제는 K팝 산업에 대한 추가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단 가시적 영향이 예상되는 분야는 음반 판매량이다.
중국 팬들 사이에서는 공동구매를 통해 대량으로 K팝 음반을 사들이고 물량을 과시하는 등의 문화가 있었는데 이런 활동에 앞으로 광범위한 제약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K팝 기획사들의 매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관세청이 지난해 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음반의 지난해 1∼11월 전체 수출액은 1억2천300만 달러였고 이중 대(對)중국 수출액은 1천600만 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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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음악 플랫폼인 텐센트 QQ뮤직은 최근 디지털 앨범이나 싱글의 중복 구매를 제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규제가 개인 차원 구매까지 가로막은 것은 아니고, K팝 기획사들 역시 한한령 이후 시장을 다변화하며 중국 의존도를 줄여왔기 때문에 실제 매출 타격 폭은 한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중국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에 이어 한국 음반의 2위 수출국이었으나 지난해 미국에 추월당해 3위로 내려갔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K팝 앨범은 미국과 유럽 시장 판매량이 크게 증가해 대륙별 앨범 판매 비중에서 '탈 아시아 현상'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K팝 수출 물량에 100만∼200만 장가량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올해 K팝 피지컬 앨범이 글로벌하게 5천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규제 조치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한한령으로 K팝 가수들의 중국 공연과 TV 프로그램·광고 출연 등 주요 활동은 이미 차단된 상황이어서 음반 판매를 제외하면 실질적 영향이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대중문화계 통제가 장기화한다면 국내 기획사들 역시 아시아를 벗어나 글로벌화 시도에 더욱 힘을 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막대한 구매력을 거느린 한류 시장이기는 하지만, 정부 규제가 언제든 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체제 특성상 '차이나 리스크'는 상존하기 때문이다.
광전총국은 "정치적 입장이 부정확하고, 당과 국가로부터 마음이 떠나고 덕성을 상실한 사람"을 써서는 안 된다며 연예인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통제를 강화하는 기조도 보였는데 이 경우 국내에서 역으로 반중 정서를 고조시킬 가능성도 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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