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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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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예의 MLB현장] “나 화났어. 나 진짜 화났어” 박효준이 말한 홈런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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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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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시카고(미 일리노이주), 조미예 특파원] “멘탈 붕괴 제대로 경험했죠. (웃음)”

메이저리그에 재콜업 4일 만에 시즌 2호 홈런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알렸습니다. 20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 마이너리그로 내려갔었던 박효준(25·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이야기입니다.

4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경기에서 8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한 박효준은 0-5로 뒤진 5회 초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습니다. 선두 타석에 올랐던 앤서니 앨퍼드가 좌월 홈런을 날린 뒤 나온 ‘백투백’ 홈런이었습니다.

박효준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치는 순간 홈런이라는 걸 직감했다”라고 말한 뒤,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첫 타석에서 땅볼로 아웃되긴 했지만, 잘 맞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번째 타석에서는 어느 정도 감을 잡고 타석에 올랐고,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침착하고 적극적으로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올랐는데, 제대로 맞았다.”

첫 타석에서 타구질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감 있게,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두를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박효준은 “홈런이 나와 기쁘기도 하지만, 아직 더 나아져야 한다”라며 안주하지 않음을 알렸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멘탈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며 천국과 지옥을 오간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정말 꿈에서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점점 현실을 직감하게 됐다. 처음에는 타구질도 좋고, 장타도 많이 나왔는데, 타율은 뚝뚝 떨어지고, 20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 있더라. 지금껏 야구를 하면서 처음 겪는 20타수 무안타였다. 멘탈이 붕괴된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웃음) 정말 와르르 무너지면서 쪼개졌던 것 같다.”

“메이저리그 경험을 안 해봤으면 모를까, 메이저리그에 힘들게 올라왔다가 다시 마이너리그에 내려가니 더 힘들지 않았느냐”라고 물으니, 박효준은 “멘탈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라고 말하며 “그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으려 노력했다”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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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로 뒤진 5회초 선두 타석에 올랐던 앤서이 앨퍼드가 솔로포를 터뜨리고, 박효준이 곧바로 백투백 홈런을 날렸습니다. 컵스 선발 투수 알렉 밀리스의 140km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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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구 속도 173㎞, 홈런 비거리 131㎞로 대형 아치였습니다. 박효준은 치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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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의 기쁨도 있었지만, 박효준은 침착하게 베이스를 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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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준은 20타수 무안타의 악몽을 지우려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야구 인생 통틀어 처음 경험했던 20타수 무안타였기에 낯설고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와르르 무너지고, 쪼개지는 느낌이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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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타가 이어지면서 박효준이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생각을 없애자”였습니다. 타석에 오를 때, 생각이 많아졌다는 것. 상대 투수의 수를 읽으려 하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스윙이 늦어지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그러면서 무안타는 이어졌고, 타석에 오를 때 ‘쫄보’가 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인트 컨트롤에 신경 썼던 박효준은 홈런을 기록한 두 번째 타석에서는 “나 지금 화났어! 나 진짜 화났어”를 혼잣말로 계속 내뱉었다고 전했습니다.

잡생각을 없애고, 주눅이 든 상태로 타석에 오르지 않으려고 꺼내 든 자신만의 비책이었습니다.

“나 지금 화났어! 나 진짜 화났어”라는 주문은 제대로 통했습니다. 홈런으로 연결됐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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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터커는 박효준이 홈을 밟고 들어오자 “호이~ 호이~”를 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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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박효준도 미소를 지었습니다. 박효준이 안타를 치거나 득점을 올렸을 때도 동료들은 “호이~ 호이~”를 주문처럼 외칩니다.
반가운 홈런이 24일 만에 터졌지만, 박효준은 절대 안주하지 않고, 세 번째 타석에서 자신의 실수를 되짚었습니다. 또다시 상대 투수의 수를 생각하느라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던 것. '이전 타석에서 홈런을 쳤으니, 이번에는 이렇게 공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잠겨 타이밍을 놓쳤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이제는 타이밍이 늦는 이유를 알았고, 타격감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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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달 정도 남은 시즌. 박효준은 “서두르지 않겠다”라고 말한 뒤, “뭔가를 해야 하고,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서두르다 보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때가 있다. 최대한 차분하게 나아질 부분을 수정, 보완하면서 나아지는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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