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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극렬지지·유튜버에 휘둘린 정치… ‘똥별’ ‘적정수명 80세’ 막말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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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으려 욕설… 막장 ‘유튜브 정치’

“참 쪽팔리는 일로 속되게 말해 별값이 똥값 됐다” “박병석~~ GSGG(개XX)”

저잣거리에서나 들릴 법한 이런 막말의 화자(話者)는 집권 여당 의원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윤건영 의원은 2일 전직 장성들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에 합류한 것을 두고 “별값이 똥값”이라고 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선봉장에 선 초선 김승원 의원은 자당 출신 국회의장을 향해 욕설을 하고 궁색한 변명만 해 비난을 받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응원 문자 뽕(마약)’ 때문에 정신이 나간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막말 당사자들에겐 비난보다는 “응원한다” “지지한다”는 댓글이나 메시지가 쏟아진다고 한다. 여야 대선 후보 선출 국면에서 강성 지지층과 그들의 주장·의혹을 증폭하는 일부 유튜브 채널에 정치가 끌려다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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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철승 변호사(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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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 정부에서 과실이란 과실은 다 따 먹었던 분들이 그럴 일은 없지만, 혹시 어떤 자리를 바라고 정치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면 장군답지 못하다”며 “참 쪽팔리는 일로 속되게 말해 별값이 똥값 됐다”고 했다. 이에 진행자가 “쪽팔리다는 표현은 방송 용어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당 관계자는 “윤 의원은 대통령 측근이기 때문에 말을 조심하는 편인데 ‘똥값’ 발언은 드물게 거친 언사였다”며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당내에서 막말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GSGG 욕설 논란’에 휩싸인 김승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180석을 가진 여당의 초선 국회의원, 제 자신은 나약하고 무기력했다”면서 박병석 의장 등에게 사죄했다. 그러나 GSGG를 “정부는 일반의지에 복무한다”고 했던 국민 우롱성 해명에 대해선 사과하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언론중재법 국면에서 신중파들이 욕설 문자 폭탄을 받은 반면, 김 의원을 비롯한 강경파는 엄청난 응원을 받았다”며 “일부 의원이 의사 표현에 적극적인 강성 지지층 여론에 취해 있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응원 문자 뽕’을 한번 맞으면 거기에 끌려가는 것 같다”며 “최근 쟁점이 된 사안마다 강성 지지층의 집단 행동이 당의 방침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야권에서 김 의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것도 이 같은 여론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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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된 민주당·친여 인사들의 발언. /그래픽=양인성


범여권 인사들의 막말도 이어지고 있다. 김원웅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 광복회 고문 변호사인 정철승 변호사는 이날 “고대 로마의 귀족 남성들은 자신이 더 이상 공동체에 보탬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스스로 곡기를 끊어 생을 마쳤다”면서, ‘적정 수명’과 관련 “약 80세 정도가 그런 한도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전날 김형석(101) 연세대 명예교수를 향해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고 해 논란이 됐는데 다시금 비슷한 주장을 한 것이다. 음식평론가 황교익씨는 지난달 경기관광공사 내정 당시 이낙연 후보 측에서 의혹을 제기하자 “이낙연의 정치 생명을 끊겠다”고 했었다.

여야를 떠나 각 진영의 극단에 선 지지층의 여론을 확산하는 것은 일부 유튜브 채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튜브에서 생산된 ‘필터링’ 없는 주장과 의혹들이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번지기도 하고, 반대로 이들의 주장을 전파하는 스피커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19년 12월 노무현재단 유튜브에서 검찰이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사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당시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이 주장을 국회 필리버스터 과정에서 그대로 인용했다. 강성 민주당 지지층은 유 이사장의 주장을 전파하는 데 집중했었다. 하지만 유 이사장은 이후 사실이 아니라며 공개 사과한 바 있다.

국민의힘도 친야 성향 유튜브와의 ‘관계 설정’을 고민하고 있다. 가령 지난해 4·15 총선 부정선거 의혹 등이 일부 보수 유튜브를 통해 확산됐는데, 당 지지율에 도움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과거 “유튜버에 휘둘리는 수준의 정당은 안 된다”고 한 바 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이슈를 생산하는 것보다 유튜브 등 바깥에서 만들어진 이슈가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정치적 언어가 ‘날것’으로 전달되는 건데, 대선을 앞두고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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