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제작자·시주자 명단 드러나기도 처음…"문화재 신청 검토"
대형 돌절구 표면에 새겨진 글씨 발견 |
(문경=연합뉴스) 홍창진 기자 = 경북 문경에서 글씨가 새겨진 대형 돌절구가 발견됐다.
명문(銘文) 절구는 이전에 발견된 사례가 없으며, 재가 신도 또는 단월(檀越·절이나 승려에게 재물을 바치는 이)이 절구를 만들어 시주한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대한 발견으로 평가된다.
23일 문경시에 따르면 농암면 궁기리 하천 정비 과정에서 땅속에 묻힌 돌절구를 파내고 절구 표면에 '康熙六年 丁未二月 金連進 作臼 石手 金各生'이라는 18자가 새겨진 것을 확인했다.
내용은 '강희 6년 정미(년) 2월 김연진 작구 석수 김각생'으로 청나라 강희제 6년에 해당하는 정미년 2월 김연진이라는 사람이 석수 김각생을 통해 절구를 만들었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 볼 때 절구 제작 시기는 조선 후기 현종 8년인 1667년 음력 2월로 보인다.
절구는 둘레 360㎝, 깊이 52㎝, 내부 폭 66㎝로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보다 규모가 크다.
글씨 크기는 가로·세로 각 20㎝ 정도이다.
문경서 발견된 명문 절구 |
명문 절구 발견을 시청에 알린 여상일(61) 궁기리 이장은 "30여 년 전 마을 사람들이 절구를 발견해 관에 알렸으나 (절구가) 흔했던 탓인지 가치 없는 것으로 판정됐다"며 "이번에 살펴보니 글씨가 있어 또다시 신고했다"고 말했다.
명문을 검토한 엄원식 문경시 학예연구관은 "인근 사찰에 곡식을 공급하는 방앗간에서 쓰던 절구로 보인다"며 "국내에서 절구에 명문이 새겨진 사례가 없어 학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명문에 나오는 김연진은 재가신도나 단월로 추정되며 석수를 시켜 돌절구를 만들어 시주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옛 사찰 주변에서 절구가 나온 사례는 드물지 않지만, 명문을 통해 제작 시기, 시주자, 제작자 명단이 드러나 제작 경위를 추정하게 된 것은 최초이다.
절구가 발견된 장소로부터 약 1.5㎞ 떨어진 곳에는 통일신라 시대 창건돼 조선 중후기 이후 폐사된 절터가 남아있다.
정확한 절 이름은 알 수 없고 현재 궁기리사지로 불린다.
엄 학예연구관은 "전문가들에 자문한 결과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명문 절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전문가들의 학술적 검토를 거쳐 문화재 지정을 신청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현재 이 절구는 발견된 장소에서 300m 정도 떨어진 궁터별무리마을 마당으로 옮겨졌다.
reali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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