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배재현 카카오 부사장(왼쪽부터). /사진=대한항공 |
올 상반기 국내 IT업계에선 오너 연봉을 뛰어넘는 임직원들이 대거 나왔다. 일반 대기업에선 상상하기 힘든 그림이다. 연공서열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IT업계 특유의 평가·보상 문화에 인재 유치를 위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이 그야말로 '잭팟'을 터트린 영향이다.
21일 카카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배재현 CIO(최고투자책임자)는 올 상반기 총 81억7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급여 1억5000만원, 상여 3억500만원에 스톡옵션 행사이익 76억5200만원이 더해지면서 사내 '연봉킹'을 차지했다. 전 산업계로 범위를 넓혀도 대주주 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 중에선 배 CIO의 보수를 뛰어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같은 기간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은 배 CIO 보수의 10분의 1(9.25%) 수준인 7억5000만원을 받았다. 조수용·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보수도 각각 42억8100만원, 24억100만원이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배 CIO 외에도 여럿이 창업주와 공동대표 연봉을 뛰어넘은 점이다. 신정환 수석부사장과 권승조 전 CIPO(최고IP책임자)도 스톡옵션 행사로 각각 64억8000만원, 61억9200만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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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성과급 '억'소리…펄어비스 '톱5' 모두 실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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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사진=크래프톤 |
게임업계에선 연봉 역전이 새삼스럽지도 않다. 코로나19로 업계 위상이 달라지면서 역대급 성과급에 스톡옵션이 겹친 결과다.
국내 게임 대장주 크래프톤에선 권정현 CMO(최고마케팅책임자)가 상반기 25억6500만원을 받았다. 이는 김창한 대표(15억8500만원)보다도 10억원 많은 수준이다. 연봉(1억5000만원)의 16배 규모인 상여금 덕분이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출신인 권 CMO는 크래프톤 산하의 펍지주식회사에서 '배틀그라운드'의 마케팅과 e스포츠 업무를 총괄해왔다.
전직 대표였던 김효섭 고문도 김창한 대표보다 많은 19억1400만원을 받았다. 여기엔 1억4000만원의 급여와 17억7400만원의 장기인센티브가 포함됐다. 회사 측은 이들 성과급 지급 배경에 대해 "전년도 성과기여도를 고려했다"며 "회사의 재무실적 및 성장가치를 반영해 장기인센티브를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쿠키런: 킹덤' 흥행에 성공한 데브시스터즈에선 홍성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4억 1700만원을 받아 이지훈·김종흔 공동대표를 제쳤다. 쿠키런: 킹덤 프로젝트를 총괄한 이은지 PD(데브시스터즈킹덤 공동대표)는 21억5200만원을 받아 3위에 올랐다. 두 사람 모두 상반기 스톡옵션 행사한 결과였다.
펄어비스는 상반기 연봉 상위 5위가 모두 실장·팀장급으로 구성됐다. 1위는 천봉근 실장(8억2300만원)으로 7억원의 스톡옵션 행사이익 영향이 컸다. 다른 사람들도 적게는 2억에서 많게는 6억원의 스톡옵션 이익을 봤다. 정경인 대표와 김대일 이사회 의장은 연봉이 5억원 미만이어서 이번 공시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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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보다 잘 버는 직원 나와야 회사 지속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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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게임업계에선 이같은 현상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도 최근 간담회에서 "좋은 성과를 낸 개인과 조직은 대표보다 성과급을 많이 받는 회사가 돼야 한다"며 "실제 대표보다 성과급을 많이 받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든 높은 성과를 내면 그만큼 보상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회사의 지속성장을 담보하는 에너지가 된다"고 강조했다.
성과주의 문화가 확실한 업계 특성상 이같은 추세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원 뿐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서도 성과급과 스톡옵션으로 순수 급여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과거엔 소수 임원에게만 스톡옵션을 줬지만, 최근엔 지급 대상이 전 직원으로 확대되는 만큼 이런 현상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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