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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행방 묘연’ 아프간 대통령, ‘튄’ 진짜 이유는 미국 철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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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철군 뒤 정권 붕괴할 것”…예측 맞아떨어져

세계일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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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입성하기 무섭게 돈다발을 챙겨 튀었다. 가니 대통령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그가 32년 전 “소련 철군 뒤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현 상황에 대입해 보면 그가 조국과 3800만 인구를 버린 진짜 이유는 미국 철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가니 대통령은 1989년 2월15일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소련이 사라진 상황에서 미국은 (아프간의) 자결권 국민투표를 요구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당시 미 존스홉킨스대 인류학과 조교수이던 그는 기고문 첫 문장에 “소련이 아프간을 떠나 카불의 포위된 괴뢰정권 붕괴는 시간문제라 할 수 있다”고 썼다.

이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1989년 소련이 철군하자 소련에 저항했던 무슬림 반군 무자헤딘이 친소 정권을 무너뜨리고 아프간 이슬람 공화국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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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의 198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고문.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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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니 대통령이 도피 전 처했던 상황과 판박이다.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이 90% 이상 진행되면서 탈레반은 카불을 포위하며 그의 숨통을 조여 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탈레반에 정권이 무너지기 전에 백기 투항하고 대통령궁까지 내준 것이다.

가니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당시 조지 HW 부시 미 행정부에 “유엔 후원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해 아프간 국민들에게 자결권을 부여하고, 국민들이 선택한 정부에 경제 지원을 제공해 주도권을 쥘 수 있다”며 “이는 (아프간에) 책임지는 리더십 출현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유와 존엄, 명예에 대한 타협은 있을 수 없다”고도 썼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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