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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찬사와 참사는 실력에 달렸다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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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에도 찬사 받은 여자배구
같은 4위인데 참사된 한국야구
10대 이의리가 짊어진 마운드
바꿔줄만한 투수 없는 게 현실
김연경 같은 실력을 갖춰야


파이낸셜뉴스

2020 도쿄올림픽을 통해 차세대 대한민국 에이스로 떠오른 이의리(KIA).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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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가 위기다. 코로나19의 엄중한 사태 중 한밤 음주파문으로 손가락질을 받더니 도쿄올림픽서 6개팀 가운데 4위의 수모를 당했다. 경기 외적인 면은 잠시 접어두자.

이번 대회를 지켜보면서 두 차례 암담한 순간을 느꼈다. 지난 5일 미국과의 준결승. 5회 말 1-2로 뒤져 있었다. 마운드에는 19세 루키 이의리(KIA)가 올라 있었다. 연속 안타로 2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다. 투구 수는 어느새 85개에 다다랐다.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다. 이의리는 눈부신 호투를 하고 있었지만 10대의 신인 투수가 감당하기엔 벅찬 상황이었다. 그러나 바꿔줄만한 투수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이게 정말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인가 싶었다.

5회를 그럭저럭 넘겼지만 6회 우려는 현실로 바뀌었다. 이의리에 이어 3명의 투수가 거푸 투입됐으나 5점을 내주었다. 문득 '도하 참사'가 데자뷔처럼 떠올랐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일본전이었다. 한국 선발은 당시 19세 신인 류현진.

한국은 사회인 야구선수로 구성된 일본에 7-10으로 졌다.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으나 이내 잠잠해졌다. 한국야구를 수렁에서 구해낸 것은 선수였다. 2년 전 19살이었던 류현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주역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두번째 장면 역시 투수와 관련되어 있다. 이번엔 7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 6-5로 앞선 7회 초 마운드에는 조상우(키움)가 올라 있었다. 이번 올림픽서 가장 많이 투입된 '국민 노예 투수'다.

1사 후 카브레라에게 안타를 맞았다. 6회부터 던진 조상우의 투구 수는 35개에 이르렀다. 불펜투수에겐 한계치였으나 역시나 믿고 올릴 투수가 없었다. 한 점 앞서 있었고 2⅔이닝밖에 남지 않았는데 9회 말은 아득히 멀어보였다.

결국 8회 오승환(삼성)을 조기 투입했다. 마무리 투수에게 1이닝과 2이닝은 천지차이다. 이번 대회에서 오승환의 부진을 둘째치고라도 그에게 2이닝을 맡겨야 할 만큼 한국 마운드의 곳간은 텅텅 비어있었다. 도쿄올림픽서 절감한 한국야구의 초라한 현실이다.

한국야구가 세계를 호령했을 때 우리에겐 호랑이들이 있었다. 한국은 1977년 니카라과 야구월드컵서 처음으로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엔 콜롬비아전을 완봉승으로 이끈 최동원이 있었다. 그때 19세였다.

1982년 세계선수권대회엔 선동열이 활약했다. 묘하게도 역시 19세다. 선동열은 일본과의 결승전서 완투승을 따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서는 류현진, 김광현이 있었다. 일본과의 준결승, 쿠바와의 결승은 이들에게 맡기면 그만이었다.

한국야구는 박수와 비난 양쪽 모두에 익숙해 있다. 환호가 금세 비수가 되어 날아들어도 그때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제자리였다. 문제는 선수다. 이기고 지는 것은 껌 씹는 태도에 달려 있지 않다. 실력이다.

이번 올림픽 참사 원인으로 여러가지를 들 수 있다.

그 중 딱 하나를 고르라면 투수력이다. 몇 경기 치르지도 않았는데 위기 상황서 올릴 투수가 마땅찮다면 대표팀으론 낙제점 이하다. 여자배구는 4위를 차지하고도 박수를 받았다. 같은 4위인데 야구와 너무 다른 4위다. 한국야구에는 언제 김연경이 나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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