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림박물관 신사분관, 12월 31일까지 특별전
고려 주자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중에 호림박물관이 소장한 '청자 표주박 모양 주자(注子)'라는 유물이 있다.
12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도자기로, 표주박 같은 병에 참외처럼 주름을 새겨 넣었다. 손잡이는 박 넝쿨을 꼬아 붙인 형태로 만들었고, 몸체에는 주둥이가 달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18년에 연 '대고려전'에는 현존하는 유일한 고려시대 은제 주자가 등장했다. 미국 보스턴미술관 소장품인 이 유물은 아름답고 정교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고려는 다양한 재료로 주자를 제작했다. 주자는 차나 술 같은 액체를 담아 따르는 주전자를 뜻한다. 오늘날 주전자와 흡사하지만, 데우는 용도로는 쓰지 않았다.
고려 청동 주자 |
도자기 컬렉션으로 유명한 호림박물관이 고려 주자를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를 마련했다. 지난 3일 개막해 12월 31일까지 강남구 신사분관에서 여는 특별전 '따르고 통하다, 고려주자(高麗注子)'와 연계 전시인 '통하고 만나다, 다반향초(茶半香初)'이다.
고려 주자 133건을 비롯해 주자와 함께 사용한 술잔·찻잔 등 보조 작품 85건, 중국 백자 주자 9건을 선보인다. 전시품 중에는 국보 1건과 보물 4건도 있다.
호림박물관 관계자는 5일 "지금까지 고려 주자를 주제로 한 전시는 일본 오사카 동양도자미술관이 2회 했고, 강진 고려청자박물관이 한 차례 열었다"며 "이전 전시들은 소개된 작품이 약 30건에 불과했기 때문에 대규모 고려 주자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자는 고려시대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소통의 매개 역할을 한 그릇이자 당시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창"이라며 "고려시대는 주자의 전성기였고, 주자는 고려 공예의 꽃"이라고 강조했다.
청자 상감 철백화 국화문 화형탁잔 |
'따르고 통하다, 고려주자' 전시는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뉜다.
첫 번째 전시실은 고려시대 초기부터 말기까지 고려청자 주자 흐름을 한눈에 이해하도록 꾸몄다. 시기와 형태가 다양한 주자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고려시대에 만든 보물 '청자 표주박 모양 주자'와 조선시대 초기에 제작한 국보 '백자 병형 주자'를 나란히 진열해 두 유물을 비교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음 전시실의 소주제는 술이다. 청자 주자는 물론 여러 형태의 술잔을 감상할 수 있다.
차와 주자 사이의 관계를 살핀 마지막 전시 공간에는 고려 주자 중 다기(茶器)로 사용한 작품이 공개됐다. 청자와 도기 외에 청동으로 만든 주자도 관람객과 만난다.
소통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시각화했는지 주목한 연계 전시 '통하고 만나다, 다반향초'의 대표 작품은 현대 작가 백남준의 'W3', 이수경의 '번역된 도자기'이다.
일요일과 추석 연휴는 휴관한다. 관람료는 성인 8천 원, 학생 5천 원이다.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은 무료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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