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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모가디슈' 허준호, 꿈에 그리던 순간을 만나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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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허준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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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배우 허준호에겐 반전 매력이 가득하다. 강렬한 캐릭터와 달리 서글서글한 눈매가 그렇고 차가운 이미지와 상반되는 정중하고 바른 성품이 그렇다. 이번 '모가디슈'에서도 그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냉철함과 온화함을 오가는 감정 연기를 펼친 허준호다.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제작 덱스터스튜디오)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됐던 남북 대사관 공관원들의 탈출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로, 생존을 위한 필사의 사투를 펼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허준호는 주 소말리아 북한 대사 림용수 역을 맡아 활약했다.

출연 전부터 허준호는 '모가디슈'에 끌림을 느꼈다. 대본을 확인하기도 전 출연을 결심하게 할 정도의 강한 끌림이었다. 그는 "류승완 감독에게 연락이 와서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당시 류 감독이 지금 대본을 고치는 중이라며 '모가디슈'의 내용을 이야기 해줬다"며 "들으면서 재밌겠다는 느낌부터 들었다. 그때의 류 감독의 눈빛에 신뢰가 갔다. 참 이상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류 감독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큰 작품에 불러 줬다는 게 감사하더라. (흥행) 결과와 상관없이 제안해 준 것 자체에 감사했다"며 "또 책임감도 컸다. 제가 나이가 적지 않아 가장 큰형이었다. 출연 배우들에게 누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신경이 쓰였고 신중하게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허준호가 맡은 림용수 대사는 나이가 가장 많지만 가장 리더십이 뛰어난 인물이기도 했다. 모든 사람을 끌어가는 리더로 완벽 변신하기 위해 누구보다 현장에 푹 빠져 있었다는 허준호다.

당뇨를 앓고 있는 림용수를 표현하기 위한 고민의 시간도 이어졌다. 허준호는 "자신도 아프면서 사람들을 구해야 하는 인물의 심리는 뭘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인물에 접근하려 했다"며 "촬영 후에도 의견을 많이 물어보고 모니터링도 했다. 그렇게 계속 확인하면서 캐릭터를 쌓아갔던 재미가 있었다"고 전했다.

'모가디슈'에서는 흠잡을 데 없는 림용수의 북한 말투도 돋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제작진이 북한에서 오신 분의 목소리를 녹음해 들려줬다. 거기에 맞춰 연습을 했다"며 "대사가 관객에게 전달돼야 한다는 게 가장 우선이었다. 어색하지만 최대한 연습을 많이 했다. 또 대사가 잘 들리기 위해 단어의 어미를 바꾸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허준호는 작품 속에서도 작품 밖에서도 '리더'였다. 그는 현장에서 만난 후배 배우들에게 애정을 한껏 드러내기도 했다. 가장 먼저 북한 대사 태준기 참사관으로 활약한 구교환에 대해 그는 "귀여웠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 "'모가디슈'에서 구교환을 처음 만났는데 열정적이더라. 무모할 정도로 달려드는 친구였다. 어렸을 때 저를 보는 것 같아 재밌었다"고 전했다.

한국 대사 강대진 참사관으로 분한 조인성과의 호흡도 이번이 처음. 그는 "주변 지인을 통해 조인성과 알고 지내긴 했다. 과거에는 아기로만 봤던 조인성이었는데 '더 킹'이라는 영화를 보고 중견 배우가 다 됐구나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후 '모가디슈'서 만났는데 정말 커지고 그릇도 깊어졌더라. 한국 대사관 팀의 배우들을 다 아우르고 다니는 모습이 멋있었다"고 밝혔다.

허준호는 해외 100% 올 로케이션 현장을 가장 즐긴 배우 중 하나다. 그는 "보통 해외 촬영을 나가면 잠자리가 바뀌고 현장을 견뎌내야 해서 힘들게 다가오기도 한다"며 "그런데 이번 촬영은 정말 그런 게 없었다. 아무 사고도 없던 현장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준비가 완벽하게 돼 있었다. 촬영할 분위기를 너무 잘 만들어줘서 여기서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면 미안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렇게 기록에 남기고 싶은 해외 현장도 처음이었다. 제가 평소엔 셀카를 잘 찍지 않는데 '모가디슈'에서는 세트를 배경으로 사진도 많이 찍었다"며 "제가 꿈꾸던 현장이었다. 꿈이 이뤄진 것 같아 4개월 동안 즐겼다"고 언급했다.

데뷔 35년차 허준호는 오랜 시간 경험을 쌓아온 관록의 배우다. 시대에 따른 영화계의 변화도 직접 경험했을 터. 그런 그가 겪은 '모가디슈'는 한국 영화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던 현장과도 같다. 그는 "그간 프로모션에서는 열악한 상황이 많있는데 이젠 멋진 스태프, 감독님이 많이 나와 멋진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된다"며 "영화가 많이 발전돼 경이롭고 기분이 좋다. 영화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허준호는 이제 주어진 시간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그는 "이제 한 작품, 한 작품이 아쉽다. 마지막 작품이라 생각하며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간 악역을 많이 해서 무서운 이미지로 보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저는 그저 캐릭터에 매진하는 것뿐이다. 그래도 앞으로 악역부터 순한 옆집 아저씨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허준호는 얼굴 하나로 모든 걸 표현한다. 이마에 새겨진 주름마저 멋스럽다. 앞서 조인성은 '모가디슈' 관련 인터뷰에서 "허준호는 '주름 하나만으로도 캐릭터에 강렬함을 준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허준호는 "저는 아직 어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지만 그런 생각을 없애려고 하고 있다"며 "(조) 인성아, 고마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허준호는 주름도 연기의 서사가 되는 배우다. 작품마다 자신의 서사와 존재감을 깊게 새기고 있는 가운데 허준호가 향후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감이 모인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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