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안 가본 올림픽, 그래도 ‘다 함께’ [제32회 도쿄 올림픽 개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한국 선수단 ‘태극기 휘날리며’ 여자배구 김연경과 남자수영 황선우를 기수로 앞세운 대한민국 선수단이 23일 일본 도쿄 신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서 103번째로 입장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날 신국립경기장에는 초대손님 950여명만 입장해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개회식을 지켜봤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Tokyo 2020] 코로나로 연기, 사고 속출…125년 올림픽 역사 전대미문의 대회
‘잘 치러낼까’ 불안 여전해도 ‘다 함께’ 모토 아래 도전·감동 시작

스포니치는 ‘어쩌면 저주 받은 올림픽’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늦춰진 것도 유례가 없지만, 대회 직전까지 사건·사고·추문이 끊이지 않았다. 개회식 음악을 맡은 작곡가와 전체 연출을 맡은 공연 감독이 모두 추문으로 사임 또는 해고됐다. 앞서 조직위원장도 성차별 발언으로 교체됐다.

모두가 하지 말자고 했다. 대회 개회 4일 전에도 일본 국민 55%가 개최를 반대했다. 감염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폭탄을 터뜨리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22일까지 대회 관계자 확진자 수는 100명을 넘었다. 도쿄도 확진자 수는 개회 전날에도 2000명에서 21명 모자란 1979명이었다. 이 모든 혼란 속에서 아무튼, 2020 도쿄 올림픽이 2021년 7월23일 시작됐다.

이런 올림픽은 처음이고, 이런 개회식도 처음이다.

1조원 넘게 들여 새로 지은 신국립경기장은 6만8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개회식은 96%가 빈 채로 열렸다. 여느 대회라면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서 트랙을 돌지만 이번에는 팬들이 아닌 TV 중계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야 했다. 올림픽 강행에는 ‘중계권료’ 문제가 얽혔다.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대회, 선수들은 응원을 받을 수 없다.

한국 대표팀도 감염 예방을 위해 개회식 참가 인원을 임원 포함, 30여명 수준으로 최소화했다. 배구 김연경과 수영 황선우가 태극기를 들고 103번째로 입장했다. 그리스와 난민 대표팀이 들어온 뒤 일본어 표기법에 따라 순서가 정해졌다. 일본 대표팀이 마지막 206번째로 입장해 트랙을 돌았다. 역시 박수는 없었다.

어쨌든 올림픽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20일 총회 때 100년 넘게 이어온 모토를 바꿨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라는 모토에 ‘다 함께’를 더했다. 이제 ‘Faster, Higher, Stronger - Together’가 올림픽 모토다.

‘다 함께’는 사건·사고 등으로 흔들리던 이번 올림픽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미국 아웃스포츠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 최소 163명의 성소수자 선수가 참가한다. 2016 리우 대회 때 56명보다 크게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역대 하계 올림픽에 참가한 모든 성소수자 숫자보다 많다. 미국 농구 대표팀 수 버드를 포함해 이 중 6명이 각국 기수로 선정됐다. 또 개회식에서 2번째로 입장한 난민 대표팀에는 11개국 출신 선수 29명이 포함됐다.

그동안 ‘중립’을 핑계로 선수들의 침묵을 강요하던 IOC도 변화 조짐이 보인다. 해머던지기 미국 대표 그웬 베리 등 150명은 이날 IOC에 보낸 공개 서한에서 “중립은 침묵이고, 침묵은 불평등을 받아들이라는 뜻”이라며 “우리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차별 반대는 ‘다 함께’를 향한 첫걸음이다.

직접 가서 응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선수들은 뜨거운 경쟁에 나선다. 시상대 위 결과가 아니라 땀 흘린 모든 도전 과정에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이번 대회 모토는 ‘감동으로 하나가 된다’이다. 노력과 도전은 감동이 되고, 이를 지켜보는 모든 이를 ‘다 함께’ 하나로 묶는다.

후지산 위에 해가 뜬 모양의 성화대에 불이 올랐다. 성화가 대회 끝까지 타오를 수 있을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모든 것이 처음이고 모든 것이 이상한 2020 도쿄 올림픽이 지금 시작됐다.

도쿄 |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경향신문 프리미엄 유료 콘텐츠가 한 달간 무료~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