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민의힘에선 곧바로 “전혀 논의가 안 된 황당한 얘기”란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 대표는 심야 지도부 회의 이후 “우선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만약 재원이 남으면 재난지원금 범위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는 데 동의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가 이 대표 합의에 반발하자 전 국민 지급은 후순위라고 뒷수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송 대표와 이 대표는 이날 저녁 여의도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민주당 고용진·국민의힘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두 대표께서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이뤘고, 지급 시기는 방역이 좀 안정될 때 한다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황보 수석대변인은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는 훨씬 두껍게 지원하는 방법도 함께 모색하는 것으로 합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당 대표가 갑자기 합의해 황당하다”고 했다. 당내 대표적 경제통으로 꼽히는 윤희숙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당의 철학을 뒤집는 제왕이 되려느냐”며 “젊은 당대표의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 신뢰를 배반했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밤 회의에 들어갔고 황보 수석대변인은 밤 10시쯤 다시 “소상공인에게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남는 재원으로 전 국민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 대표도 “추경 총액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추미애·김두관 후보는 합의에 환영했고, 선별 지원을 강조해왔던 정세균 후보와 이낙연 후보 측은 “합의는 존중한다”고 했다. 반면 박용진 후보는 “한정된 재원을 외면한 ‘돈 나와라 뚝딱’식 합의”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는 “추경 확대를 위한 추가 세수 확보 여력이 있다”며 전 국민 지급을 기정사실화했다. 올해 1~5월까지 거둔 세금이 1년 전보다 43조6000억원 늘어났으니, 최대 10조원 더 추경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민의 80% 지급” “90%+α” “100% 주자 " 춤추는 재난지원금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지만 여야 모두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정부와 민주당은 애초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0%에게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기로 했지만, 민주당은 도중에 이를 90%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고, 송 대표와 이 대표는 이날 100% 지급에 합의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보다 소상공인 피해 보상에 집중하자던 여당 대선 주자들은 여야 대표 합의 이후 “합의를 존중한다” “황당하다”며 입장이 갈렸다. 추경 규모를 3조원 줄이고 선별 지급을 주장했던 국민의힘도 이날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혼란에 빠졌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1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한 술집 야외 테이블이 텅 비어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소상공인에 대한 지원금을 더 늘리기는 어렵다”고 했지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에 합의했다. /장련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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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여야 대표의 합의 소식에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추미애·김두관 후보는 환영의 메시지를 낸 반면, 선별 지원을 주장해 온 이낙연·정세균·박용진 후보는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당 대표끼리 합의했다지만 방역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박용진 후보는 “80%, 90% 이야기를 하다가 느닷없이 전체에게 다 지급하자고 한다”며 “몇 달째 장사 못 하는 자영업자도 20만원, 코로나 상황에서도 월급 받고 주가가 올라 소득이 증가한 금융 자산가도 20만원을 준다면 그게 공정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정세균 후보 측은 “여야 대표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고통을 덜어줄 방법에 합의해야지 왜 엉뚱한 합의를 하느냐”고 반발했다가, “당 대표의 합의를 존중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야당에서도 이 대표의 합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내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당내에서 전혀 나온 적 없던 얘기”라며 “당 대표가 처음 얘기한 거고 당혹스럽다”고 했다. 대선 주자들도 반발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3인 이상 모임 금지로 자영업자들이 사경을 헤매는 지경인데 무슨 전 국민 소비 진작을 이야기하느냐”며 “당 대표가 갑자기 이렇게 합의를 하는 건 당내 민주주의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윤희숙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적어도 다음 세대의 등골을 빼먹으며 불필요한 빚을 내지 말자고 다짐해왔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걱정해온 유일한 정치 세력이었다”며 “당내 토론도 없이 그간의 원칙을 뒤집는 양당 합의를 불쑥 하는 당대표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당내 반발 기류가 표출되자 이준석 대표는 당 지도부와 긴급 심야 회동을 했다. 황보승희 대변인은 오후 9시 40분쯤 “이날 여야 대표 합의는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 범위를 넓히고 두껍게 충분히 지원하는 데 우선적으로 추경 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만약 남는 재원이 있을 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범위를 소득 하위 80%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하여 방역 상황을 고려해 필요 여부를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라고 공지했다. 전 국민 100% 재난지원금 지급에 완전히 합의해준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한편 민주당 송 대표와 국민의힘 이 대표는 이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 여·야·정(與野政) 협의체 가동, 재외국민투표 개선, 양당(兩黨) 대표의 TV 토론 등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관련된 선거법을 개정하자는 데 두 대표가 공감대를 이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당 대표가 위성 정당 등의 문제에 대해서 (선거법을) 개정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여야가 각각 더불어시민당·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 정당을 창당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점을 시정하겠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이른 시일 내에 TV토론 실시에도 합의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대변인은 “여야 대표가 TV토론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에 따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함께 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두 대표는 재외(在外)국민 투표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도 합의했다.
[조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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