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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국대 포수 강민호의 가치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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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삼성 라이온즈의 안방마님 강민호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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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경기를 취재하다보면 1회 선발 투수들의 초구에 예감을 갖는 버릇이 생긴다. ‘오늘은 투수전이군.’ ‘아니지 난타전이야.’ 지난 10일 삼성과 롯데의 대구 경기는 투수전 쪽이었다.

양 팀의 선발 투수는 원태인(21·삼성)과 박세웅(26·롯데). 나란히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에 선발된 우완 정통파들이다. 경북고 선후배 사이로 1차 지명에 의해 팀 운명이 엇갈렸다. 삼성은 2014년 박세웅 대신 좌완 이수민을 뽑았다.

원태인과 박세웅은 둘 다 초구 직구를 선택했다. 스피드도 사이좋게 144㎞. 홈플레이트를 차고 들어오는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투수전이군.’ 때론 8-7 스코어보다 1-0 투수전이 더 쫄깃쫄깃하다. 기대가 컸다.

1회 초 원태인의 삼자범퇴. 첫 타자 박해민을 상대하는 박세웅의 초구 직구를 보며 숨막히는 투수전을 예감했다. 3구째까지는 똑같이 진행됐다. 원태인과 마찬가지로 연속해 직구를 던졌고 볼카운트 역시 1-2.

이후 두 투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원태인의 단짝은 ‘야구 9단’ 강민호(36·삼성). 4구째엔 체인지업으로 슬쩍 비켜갔다. 좌타자 김재유를 상대하기에 유리한 구종이다. 우익수 플라이.

롯데 포수는 정보근(21). 4,5,6구 연속 직구 승부였다. 3구 헛스윙에서 박세웅의 직구 위력을 과신했을까. 볼카운트는 3-2. 7구째 역시 직구였다. 이 공은 롯데 우익수 손아섭의 머리 위로 날아가 다시 그라운드 안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팽팽할 것 같던 투수전 예상은 깨졌다. 박세웅은 1회에만 3실점했다. 2회 삼자범퇴, 3회 2K 무실점. 1회 실점이 두고두고 곱씹어졌다. 3회 말을 끝낸 후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경기는 112분이나 중단됐다.

변수가 생겼다. 30분 이상이면 투수의 컨디션에 변화가 생긴다. 박세웅은 계속 던지길 원했다. 롯데 벤치는 부상을 우려해 투수를 교체했다. 선두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삼성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원태인이 습기로 인해 물러진 마운드에 다시 올랐다. 4회의 원태인은 이전과 확실히 달랐다. 3회까진 39개의 투구 가운데 28개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그러나 4회엔 볼이 많아졌다. 선두타자 손아섭에게 안타를 맞은 후 1사 2루서 4번 안치홍에게 2루타를 내줬다.

스코어 3-1, 다음 타자는 이대호. 초구에 볼이 들어왔다. 그때까지 4회 15개의 투구 중 7개가 볼이었다. 마운드의 원태인은 흔들리고 있다. 강민호가 타임을 불렀다. 천천히 마운드로 올라가 원태인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상대의 흐름을 끊고 투수에게 정상을 되찾게 해주는 능구렁이 안방마님의 요령이었다. 결국 이대호를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했다.

삼성 라이온즈파크는 투수들에게 불리한 구장이다. 그런데도 뷰캐년(9승3패 2.43), 백정현(8승4패 2.48), 원태인(10승4패 2.54) 등 선발투수들이 펄펄 나는 배경에는 강민호라는 포수가 있기 때문이다.

강민호는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이다. 13년이 흐른 지금 강민호는 더 원숙해 있다. 또 한 명의 여우 포수 양의지(NC)와 함께 분담할 안방 살림은 금메달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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