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신성' 리처드슨, 도쿄올림픽 출전 불발…마리화나가 발목

'육상 라이징 스타' 샤캐리 리처드슨의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이 끝내 불발됐습니다.

미국육상연맹은 오늘(7일)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대표 선수 130명의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리처드슨의 이름은 여자 100ｍ는 물론이고, 400ｍ 계주 예비 명단에도 없었습니다.

미국육상연맹은 "리처드슨이 처한 상황을 매우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면서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선발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리처드슨은 6월 20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미국 육상 대표 선발전 여자 100ｍ 결선에서 10초86으로 우승하며 상위 3명이 받는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었습니다.

경기 뒤 리처드슨은 "어머니의 부고를 지난주에 받았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며 "그런데 내가 지금 이곳에 있다. 올림피언의 꿈도 이뤘다. 복잡한 마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리처드슨은 감정을 추스르고 "도쿄에서 만나요"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올림픽 선발전이 끝난 뒤, 리처드슨은 도핑 테스트를 받았고 소변 샘플에서 '마리화나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미국 도핑방지위원회는 리처드슨에게 '선수 자격 정지 한 달'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리처드슨은 미국 NBC 방송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 미국 육상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오래 떨어져 산) 어머니의 부고를 받았다"며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었고, 그런 선택(마리화나 복용)을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미국 오리건주에서 마리화나 복용은 합법입니다.

그러나 미국 도핑방지위원회는 '대회 기간 내 혹은 대회 직전 의료용 마리화나를 복용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미국 육상연맹은 리처드슨의 올림픽 선발전 100ｍ 1위 기록을 삭제했습니다.

도쿄올림픽 여자 100ｍ에는 당시 2, 3위를 차지한 저비앤 올리버와 테아나 대니얼스, 4위를 한 예나 프란디니가 출전합니다.

리처드슨의 징계는 7월 28일에 끝납니다.

많은 미국 육상 팬들이 8월 5일 예선을 벌이는 여자 400ｍ계주 멤버로 리처드슨이 합류하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미국육상연맹은 100ｍ 선발전 2∼4위와 5위 개비 토머스를 '400ｍ계주 주전 멤버'로 결정했습니다.

400ｍ 계주 예비 멤버로도 100ｍ 선발전 6위에 오른 잉글리시 가드너와 7위 알레이아 홉스를 발탁했습니다.

'선수 선발 기준'을 따른 선택이었습니다.

리처드슨의 마리화나 복용 문제는 육상계를 넘어 '사회적인 토론'까지 불렀습니다.

많은 이들이 "마리화나는 경기력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라며 "리처드슨은 도쿄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리처드슨의 올림픽 출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컸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규칙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리처드슨이 어려운 일을 겪었고, 잘 대처했지만, 규칙은 규칙"이라고 리처드슨의 대표팀 발탁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습니다.

사실 리처드슨은 마리화나 복용을 시인한 뒤, "내가 어떤 일은 벌인지 잘 안다. 책임을 회피할 생각도 없다"며 도쿄올림픽 출전 포기를 암시했습니다.

리처드슨은 미국 육상 대표팀 명단이 확정되기 전, 자신의 트위터에 "2022∼2025년에는 무패 레이스를 펼치겠다"고 썼습니다.

무리하게 도쿄올림픽 출전을 요청하지 않고, 2022년 세계선수권, 2023년 세계선수권, 2024년 올림픽, 2025년 세계선수권 등으로 이어지는 메이저대회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미였습니다.

올해 트랙 안팎을 뜨겁게 달군 리처드슨의 스토리는 쉼표를 찍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유병민 기자(yuball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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