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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모자·벨트 보여주세요"…MLB, 부정투구 단속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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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벨트 풀어서 이물질 검사받는 제이컵 디그롬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부정투구 단속 첫날, 첫 대상은 뉴욕 메츠의 에이스 제이컵 디그롬이었다.

디그롬은 2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 홈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이날 미국 전역 7개 구장에서 벌어진 경기 가운데 가장 먼저 마운드에 오른 디그롬은 1회초 투구를 마친 뒤 심판들의 검사를 받았다.

디그롬은 "뭐가 필요하냐고 물으니 글러브, 모자, 그리고 벨트를 보여달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디그롬은 요구대로 글러브와 모자를 벗어서 심판들에게 건넸고, 벨트도 풀어서 검사를 받았다.

1회초 삼진 2개를 곁들여 완벽한 피칭을 뽐낸 에이스가 '수색'을 당하자 야유를 보냈던 홈팬들은 디그롬이 5회초 투구를 마친 뒤 또다시 검사를 받자 야유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예고한 대로 22일부터 이물질을 활용한 부정투구 단속이 시작됐다.

선발투수의 경우 등판 도중 2회 검사를 받았다. 조기 강판당하는 투수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밀워키 브루어스 투수 브렛 앤더슨은 2회말 투구 도중 부상으로 교체됐는데, 앤더슨은 구심의 글러브, 모자 점검을 거친 뒤에야 더그아웃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최근 몇 년간 메이저리그 투수들 사이에서 이물질을 활용한 부정투구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익명의 전직 메이저리거는 최근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와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 메이저리그 투수 가운데 파인타르를 비롯한 이물질을 사용해 부정투구를 하는 투수의 비율이 80∼90%에 달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의혹의 대상 중에는 투수 역대 최고액 연봉자인 게릿 콜(뉴욕 양키스)과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트레버 바워(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비롯한 에이스급 투수들이 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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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들에게 이물질 검사받는 제이컵 디그롬
[AP=연합뉴스]


투수들은 손과 공의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목덜미나 글러브 안쪽, 모자 챙 안쪽, 벨트 안쪽, 유니폼 내의 등에 이물질을 묻혀 투구에 활용했다.

'스트롱맨'들이 무거운 물체를 들 때 주로 사용하는 '스파이더 택' 등 이물질 종류도 다양했다.

투수들의 부정투구 의혹에 사실상 뒷짐을 져왔던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올 시즌 들어 평균 타율이 바닥까지 떨어지고, 삼진율은 역대 신기록을 세울 기세로 치솟는 등 역대급 '투고타저' 흐름이 이어지자 뒤늦게 칼을 빼들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최근 30개 구단과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심판들에게 '부정투구 관련 제재'에 관한 공문을 보내고 22일부터 본격적인 부정투구 검사를 할 것임을 예고했다.

조사 결과 이물질이 적발된 투수는 그 자리에서 퇴장당한다. 적발된 선수들은 1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또한 징계에 따른 엔트리 공백은 다른 선수로 채울 수 없게 했다.

브라이언 스닛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감독은 전날 선수들과 장시간 미팅을 통해 부정투구 적발이 팀에 얼마나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전했다.

공인구 자체가 미끄러워 끈적끈적한 이물질 사용을 단속할 경우 몸에 맞는 공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데이비드 로스 시카고 컵스 감독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부정투구 관련 제재 방침이 나온 이후 최근 열흘간 타율, 출루율, 장타율이 상승했다"며 "직구, 변화구의 회전수는 떨어졌고, 몸에 맞는 공은 거의 똑같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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