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박항서 감독 “최종 예선서 한국 만나면? 부담 크지만 도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 베트남축구협회 홈페이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을 이뤄낸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표정에서 홀가분함과 편안함이 읽혔다. 16일 한국 미디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비대면 인터뷰에서 박 감독은 “이제 또 하나의 목표를 이뤘다. 다음 단계를 위해 쉬지 않고 가야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베트남은 16일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최종전에서 2-3으로 패하며 조 1위 자리를 내줬지만, 2위로 최종 예선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베트남 현지는 ‘항서 매직’이 이룬 또 한 번의 쾌거에 열광했다.

박 감독은 “UAE와 경기를 앞두고 다른 조의 호주가 1-0으로 승리하며 최종예선 진출이 확정된 걸 미리 알았다”면서 “그 영향인지 UAE전 초반에 대량 실점해 속상했지만, 후반에 추격하는 골을 넣는 걸 보고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부임 이후 줄곧 새 역사를 써내려 가는 것에 대해 박 감독은 선수들과 동료 코칭 스태프에게 공을 돌렸다. “우리가 정한 목표를 향해 스태프 교체 없이 계속 가고 있다. 내가 추구하는 철학과 전술을 모두가 잘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면서 “월드컵 2차예선을 앞두고 우리 선수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동기부여를 할 지, 자칫 목표의식이 상실되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다행히 모두가 내 뜻을 잘 이해해줬다”며 활짝 웃었다.

중앙일보

베트남의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을 알린 베트남축구협회 포스터. [사진 베트남축구협회 홈페이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UAE전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종 예선에 오른다면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 발언해 사퇴설 논란에 휘말렸던 것에 대해 박 감독은 “와전돼 흘러간 내용 때문에 당황했다”면서 “베트남 축구가 동남아 정상을 넘어 탈 동남아로 가기 위해서는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부분을 달성한 것에서 ‘내 역할’을 언급한 것인데, 이 경기를 마친 뒤 떠날 것처럼 보도가 나왔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내 계약기간은 2022년 1월까지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향후 거취 문제는 베트남 축구협회와, 대리인(이동준 DJ매니지먼트 대표)과 함께 상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종 예선에서 한국과 한 조에 속할 가능성이 생긴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박 감독은 난감해했다. “2차 예선과 최종 예선은 수준 차가 많이 나는 대회다. 오늘 아침에도 선수단과 식사한 뒤 최종 예선이 어떤 무대인지에 대해 설명했다”고 언급한 그는 “한국과는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 부담스럽지 않나. FIFA 랭킹 차이가 얼만데”라며 미소지었다. 이어 “하늘의 뜻으로 붙게 된다면, 도전자의 입장에서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시종일관 밝은 웃음을 잃지 않던 박 감독은 애제자였던 故 유상철 감독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잠시 말을 멈췄다. 한 템포 숨을 고른 그는 “할 일이 많은 사람인데 너무 일찍 갔다. 2002년의 기억들, 고등학교(경신고) 후배인데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것들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이어 “유 감독의 비보를 접하고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봤다. 왜 이렇게 아웅다웅하면서 살아야 되는지, 인생을 더 베풀면서 살 수 없는지 생각했다”면서 “이 땅에서 하지 못했던 일들, 편안한 하늘나라에서 마음껏 하길 바란다”며 고인의 명복을 기원했다.

박 감독은 16일 베트남 호치민으로 귀국해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7월1일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 조 편성 결과를 지켜본 뒤 추후 대표팀에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한 준비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